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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논쟁과 한국 민주주의
김상태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7년 8월
평점 :
일단 시원하다. 시원하다는 표현을 쓸수밖에 없는것은 그야말로 하고 싶은 말을 적나라하게 그것도 실명을 써가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욕만 쓰고 있지 않을뿐 비판의 대상이 한두명이 아니다. 그런데 은근 그 주장이 설득력이 있게 들리는것은 그만큼 뭔가가 불합리한점이 있었기에 그렇게 느낀것이 아닐까.
이 책은 우리나라의 고조선에 관한 논쟁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고조선에 관한 대략적인 논쟁 방향과 대립했던 각 영역의 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일단 지은이는 이 주제와 관련해서 자세한 내용을 담은 책을 이미 발간했는데 이번책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고조선 논쟁을 소개하는것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각 논점에 대해서 상세한 기술을 한다기 보다는 여러 사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그것의 허점을 비판하는 식이다.
지은이는 단 한사람만 빼고는 모두까기를 한다. 즉 모든 진영의 학자들을 비판하고 있는것이다. 고조선과 관련해서 주류역사학계를 가장 중점적으로 비판하고 있고 이른바 진보사학계도 비난의 칼날에서 벗어날수없었다. 그럼 이 책은 유사학쪽인가? 아니다. 이 책은 재야사학계도 비판하고 있고 사이비역사쪽은 그럴 가치조차 없다고 여긴다. 우리가 여러역사책들을 통해서 접해왔던 여러 역사학자들의 이름이 줄줄이 비판의 대상에 오른다. 그중에서는 내가 좋게 봤던 이름도 있어서 과연? 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것도 아니다.
지은이는 고조선을 보는 시각을 간단하게 말해서 대고조선론과 소고조선론으로 나누고 대고조선론을 지지하는 파와 소고조선론을 지지하는파 두 개의 커다란 진영으로 나누고 있는데 대고조선론으로는 윤내현을 필두로해서 소수이고 소고조선론은 기존의 막강한 주류역사계와 함께 진보사학계도 가세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고조선론과 소고조선론을 대략적으로 설명하고 해방전부터 어느쪽에서 주장을 하는가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데 각 진영을 대표하는 학자들을 실명비판하고 있어서 놀라왔다. 아마 지은이가 사학자출신이 아니니까 할수있는것이 아닌가 싶다. 설득려있게 비판하는것은 좋았지만 지은이의 추측성 판단도 있어서 그건 아쉬웠다. 지은이가 글속에서 모든것은 철저하게 이론과 논문으로 판단해야한다고 했는데 인물자체를 이야기할때는 그런 기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고대사 그중에서도 고조선사는 관련한 역사서가 거의 없고 또 당시의 영역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남한) 포함되지 않는 부분이 대부분이라서 연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고조선과 관련된 주장들이 좀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많다. 그래서 사이비역사책의 대표적인 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환단고기'같은 책이 한동안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나도 한때는 환단고기가 대단한 책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것이 신빙성이 낮다고는 여긴다.
그러나 이 책이 그렇게 활보할때 기존 역사학계는 무엇을 하였는가? 유사역사학자라는 소리를 듣는 이덕일은 수많은 대중서를 통해서 역사를 대중속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의 주장이 다 옳고 다 그른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대중들이 역사를 좀더 쉽게 받아들이는데는 공헌을 했는것이다. 그것을 비판하는 기존 역사학계는 무엇을 했는가. 적극적으로 대중앞으로 나올 생각을 안했기에 그런일이 벌어진것이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아직도 많이 남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비판할것은 해야하는게 그걸 못했기에 그들이 주장하는 유사역사학이 진짜 역사인것처럼 퍼지고 있는것이 아닌가.
지은이가 주로 역사학계를 비판하고 있지만 그 근원은 논쟁의 질이나 양이 떨어지는것을 비판하고 있는것이다. 주류역사학이던 재야사학계던 좀더 세밀하고 실질적인 논문으로 논쟁을 해야 고조선의 실체에 다가갈수있고 그것이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보는것이다. 그의 주장은 지금은 주류고대사학계의 농단에 의해서 그 활발한 논쟁이 막혀있고 한쪽으로만 해석하고 있다는것인데 그것에는 어느정도 동의를 한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고조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다른 시대에 비해서 연구환경이 어렵긴해도 지금의 이런 상황은 아쉽다는 생각을 전부터했었다. 지은이의 주장을 다 수긍하는것은 아니지만 고조선에 대한 이론이 한쪽으로 굳어져서 형성되어있는거 같은 생각은 들었다.
책은 수월하게 잘 읽힌다. 물론 역사에 대해서 조금 알아야 잘 이해가 간다. 책의 서술방향이 고조선논쟁에 관한 전체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는 형식이라서 좀더 상세한 이야기가 생략이 된것은 아쉽다. 그리고 실명비판한 학자들의 논문을 검증한것은 좋으나 뭐뭐 할것이다라고 그냥 개인의 예상으로 넘어간 부분도 있는건 불필요한 부분이 아니었나싶다.
사실 이 책은 고조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책 같다. 책만 봐서는 비판을 받는 논점이나 학자가 왜 그렇게 비판을 받는지 잘 알수가 없다. 반대로 지은이가 옹호하는 학자의 주장은 어떠해서 그렇게 받아들여지는지도 잘 모른다. 지은이가 이책에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하긴 했지만 이책만 본 사람으로서는 잘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조선에 관한 책이나 정보를 찾아보게 되는게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이란 생각이 든다.
눈에 딱 보이는 유물 유적이 많지 않는 이상 해석상의 문제는 어느 한쪽이 옳다고 결론내리기 쉽지 않다. 지은이가 모든 진영을 모두까기한것처럼 좀더 비판적으로 여러 논쟁들을 헤아려본다면 역사를 좀더 밝게 볼수 있을꺼란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