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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어떻게 보면 참 별거 아닌 소재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나무인데 거짓말을 영양분삼아 크는 나무. 소재를 정하는거야 뭐 어렵지 않지만 그 작은 포인트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건 쉽지 않다. 그런데 그것을 해냈다! 영국에서 출간된 책인데 영국은 은근히 그런 상상력을 이용한 환상 소설의 풍토가 잘 쌓인 나라같다. 대표적인게 해리포터시리즈고. 그런 토양위에서 나온것일까 이번에 나온 이 책도 별거 아닌거 같은 소재에서 탄탄한 스토리가 잘 전개되는 그런 이야기책인거 같다.
배경은 영국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이다. 이때는 과거에서 유래된 관습이 지배하는 분위기에 과학이라는것이 강력하게 도래하던 시대였다. 주인공은 14살의 소녀 페이스. 과거 우리의 옛시절에도 그랬듯이 이때의 여자란 존재는 그야말로 애낳고 밥하고 빨래하는 그런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총명하면서도 섬세하고 호기심많은 아이였다.
그런 페이스네가 어떤 사건으로 고향을 떠나 머나먼 낯선 섬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 이유는 페이스의 아버지가 어떤 큰 잘못을 했기 때문. 그리고 이어지는 여러 사건들. 그중에서도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페이스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었다.
갑작스런 죽음도 믿기지않는데 사람들은 아버지가 자살했다고 한다. 절대 자살할 분이 아닌데 자살했다고. 그런데 페이스는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기로 결심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것이 바로 이 거짓말을 먹는 나무다.
이 나무는 특성이 거짓말을 먹어야 하는데 거짓말을 먹으면 진실을 들려준단다. 희안한 나무다.
페이스한테는 어려우면서도 쉽게 느껴지는 미션. 하지만 아버지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이 나무가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그래서 그 댓가로 나무에게 진실의 열매를 얻게 된다. 하지만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점점 일은 커지고 페이스가 감당해야할 일이 늘어난다.
참을 얻기 위해서는 거짓을 말해야한다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이 무슨 이율배반적인 장치란 말인가. 진실을 알게 되기는 한데 자신이 한 거짓말로 다른 일들이 벌어지니 전체적으로 봐서 얼만큼 이득을 얻고 손해를 볼지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페이스에게는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게 최우선인만큼 거기에 진력했으리라.
사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는것은 판타지적인 장치다. 뭐 나무가 아니라 기계라고 해도 된다. 하나의 상징이라고 할수있다. 이야기를 가로지르는 골격은 이 나무를 이용해서 진실을 찾아가는 페이스의 이야기다.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미스터리가 강한 이야기라고 할수있다. 더불어 수동적이어야했던 시대에 능동적으로 삶을 살게 되는 페이스의 성장이야기라도도 읽힐수있을꺼 같다.
이야기는 흥미롭게 잘 읽힌다. 내용이 아주 복잡한것이 아니고 비교적 선명하기 때문에 사건을 추격하는 페이스의 시선을 열심히 쫓아가기만 하면 된다. 페이스는 자신의 처지를 십분 잘 활용하고 있다. 14살의 철모르고 힘약한 한 소녀, 아무런 힘도 없는 순수하고 착한 그저 호기심많은 소녀라는 사람들의 시선을 방패삼아 진실에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이 재미있게 잘 전개가 되었다. 페이스가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확산되게 하면서 여러 어른들을 조종(?) 하는것을 보면 상당히 총명함을 알수가 있다.
책 분량이 많은데 진도가 팍팍 나간다. 처음에 섬으로 이사를 해서 적응을 하며 살다가 아버지의 죽음까지는 잔잔하다가 그 이후에 페이스의 본격적인 진실추격전에서는 휘몰아치듯 이야기가 전개가 되어서 정신없이 읽게 된다. 그리고 후반부의 반전까지. 두꺼운 책이지만 상당한 몰입감으로 재미있게 잘 읽었던 책이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잘 복원해놓은것을 보는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그 시대를 모르는 우리가 읽어봐도 당시를 느끼게 하는것들이 많았다. 여러가지 풍습이나 사람들의 사고방식, 살아가는 방법 등을 통해서 시대적인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당시의 과학이라는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또 과학자들의 모습도 잘 표현한거 같아서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다는것을 온전히 잘 느낄수 있었던거 같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잘 읽은 책이었고 역시 상상력이 이야기의 원천이라는것을 새삼 느끼게 했던 책이기도 했다. 그만큼 내용전개가 힘이 있었고 안이 꽉찬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지은이인 '프랜시스 하딩'은 역사적인 배경을 깔고 판타지적인 요소를 넣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잘 쓰는거 같다. 여러가지 요소를 딱 알맞게 잘 버무려서 짜임새있는 좋은 작품을 쓰는 그런 작가.
첫번째 장편소설은 국내 출간되어있고 이 책이 일곱번째 책이라고 한다. 다른 작품들도 소개되어서 그의 이야기를 계속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