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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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여행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 생각에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생각의 폭과 넓이'가 커진다는 점이다. 물론 여행지에서 맛있는 것만 기억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냥 큰 목적 없이 내가 사는 곳을 벗어나 색다른 공간에 가면 뭔가 느끼는 것이 있는 경우가 많다. 매일 매일 똑 같은 길로 가다가 다른 길로 가면 그만큼 긴장감도 있고 때론 더 멋진 것을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쌓였던 여러 스트레스나 고민을 풀기도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여행 가라는 말들을 많이 한 것 같다.


이 책의 지은이 '베리 로페즈'는 삶이 참 다채로운 사람이다. 여러 지역을 오가면서 자랐고 글쓰기와 사진, 연극을 공부했는데 인간을 중심으로 한 글들을 발표 한 것 보면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 같다. 그리고 사진작가, 화가, 음악가, 극작가, 환경 운동가, 과학자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공동 작업도 많이 했는데 이 사람을 나타내는 가장 큰 수식어는 '여행가' 이지 싶다. 평생 약 일흔 개 나라를 여행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잘 안 찾고 척박하면서 외진 곳을 많이 가면서 거기에서 깨닫게 된 여러 사유의 글들을 책으로 많이 펴냈다. 그래서 지은이는 '글 잘 쓰는 여행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생전 마지막으로 펴낸 장편 논픽션으로 북태평양 동부, 캐나다 북극권, 갈라파고스 제도,아프리카 케냐, 호주, 남극 등 여러 대륙을 횡단하면서 거기에서 느낀 여러 생각들을 적은 내용인데 단순한 여행기라기 보다는 여행을 통한 깊이 있는 사유의 이야기를 쓴 글이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이긴 했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것을 보고도 깊이 있는 통찰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지은이는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한 것을 알려주고 있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생각을 다른 시각에서 느끼게 한다. 아마 오랫동안 여행을 하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면서 축적된 경험과 배움이 합쳐져서 넓은 바다 같은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의 앞 부분은 지은이의 일생을 소개하고 있다. 일종의 자서전인데 이 부분이 왜 필요할까 싶은데 뒤에 나오는 글들을 보면 아 이 사람의 인생이 이랬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겠구나 싶다. 어릴 때부터 만났던 여러 인연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았고 이것이 결국 수 많은 나라를 여행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쌓인 것들이 지평선 너머의 현상에 울림 있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다.


책은 여러 지역을 여행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처음에 '파울웨더곶' 을 소개한다. 이 곳은 북아메리카 서부에 위치한 해안인데 북태평양에서 보자면 동부 연안이다. 제임스 쿡이 세계 일주 항해 당시 처음으로 북아메리카 서해안에 도착했을 때 상륙한 곳이라고 한다. 제임스 쿡은 영국의 군인이자 탐험가로 태평양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탐험한 사람이다. 지은이는 이 제임스 쿡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면서 그의 사상에 대해서 논평을 길게 한다. 그러다가 바다의 여러 생물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허블 망원경을 이야기하면서 망원경에서 보는 과학과 예술의 이야기도 한다. 그러다가 다시 제임스 쿡의 이야기로 돌아오고. 한마디로 의식의 흐름대로 서술한다고나 할까.


이런 식으로 여러 지역을 나타내는 소제목이 있긴 하지만 거기를 묘사한 여행기라기 보다는 그 지역에 갔다가 일어나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종횡무진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살아오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 혹은 공동 작업을 하고 여러 책들을 읽고 또 많은 지역들을 여행하면서 많은 지식과 성찰이 쌓였기에 많은 생각들이 글로 나타나는 것 같다. 머리 속에 말하고 싶은 주제는 10개인데 입은 하나인 형국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어서 어느 순간 주제가 바뀌어도 잘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 좀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여행기인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지구라는 곳에 살면서 생각해보지 못한 여러 관점의 감각을 일깨우는 일종의 인문학적 여행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한 지역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연결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여러 학문의 입장에서 알 수 있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종합인문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책은 9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글이 어렵지는 않지만 한번에 읽기 쉽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소제목을 보고 끌리는 부분부터 읽어도 될 만큼 각 장이 독립적이면서 시간과 공간이 다양하다.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을 책. 인간과 지구에 대한 시각을 더 넓게 해주는 역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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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타이완 This Is Taiwan - 타이베이 타이중 까오숑 타이난 컨띵 타이동, 2025~2026년 최신판
신서희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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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대만은 우리 나라에서 비교적 가깝고 물가가 싸면서 온화한 기후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간다. 일본과 더불어 부담없이 갔다 올 수 있는 해외 여행지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미리 알아둬야 하는 것들을 점검해야 하는데 요즘은 워낙 인터넷이 발달이 되어서 관련된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너무나 넓고 넓다. 관련된 자료가 엄청나게 많아서 그것을 일일이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 정보가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하는 그 자체가 또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사실 정보나 자료를 잘 찾아서 정리해도 실제 여행을 갔을때 또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일이 분명히 있다. 이럴때 대만 여행의 정보가 가득 담긴 책 한 권이 있다면 쉽게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이 편리하긴 하지만 그만큼 방대하기 때문에 필요한 자료만 모아놓은 책이 있으면 그만큼 여행에 큰 도움이 되는데 이번에 테라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이 딱 적절한 책이다.

이 책은 매년 출간이 되는데 뼈대는 비슷하지만 안에 내용은 조금씩 바뀐다.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다시 조사해서 변경사항이 있으면 그때 그때 보충을 하는데 전체적으로 충실하다는 느낌이 든다. 여러 회사의 여행 가이드 책들이 있는데 어느 출판사의 책이 훨씬 더 낫다고 볼 순 없겠지만 테라출판사의 '디스 이즈'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여행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시리즈다. 여행서만 전문적으로 펴내는 곳이어서 출판사의 역량을 느낄 수 있다. 자료를 정리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1순위로 읽어 볼 만 하다.

이 책의 특징은 제목처럼 타이완 즉 대만이라는 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도시들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타이완 여행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보통은 수도인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여정이 꾸려졌다. 그러나 요즘에는 타이베이 외의 다른 도시들도 여행의 대상이 됨으로써 관련된 여러 정보가 필요해졌다. 이 책에서는 타이중, 까오숑, 타이난, 컨띵, 타이동 등 다른 중심 도시의 정보도 세세하게 싣고 있어서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다른 도시까지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책을 처음에 펴면 별책 부록으로 달려 있는 지도가 나오는데 여러 지역의 지도를 다양한 각도에서 상세하게 실려 있어서 전체적인 여행 경로를 짜는데 도움을 준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의 지도를 보겠지만 이 지도만 떼어서 같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책은 초반의 '타이완과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10가지' 부분을 통해 타이완이 여행지로 각광 받는 여러 요소들을 잘 설명하고 있다. 대만이 어떠한 점에서 인기가 있는가를 이 부분을 통해서 잘 알 수가 있다.

일단 대만이라는 나라의 매력을 안 뒤에는 좀 더 뒤편의 '타이완으로 떠나기 전 꼭 알아야 할 10가지' 부분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 항공권, 숙소, 카드, 교통 등 타이완에서 여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이런 전반적인 것들을 정하고 난 뒤에 여행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만은 자연이나 건물 등의 '보이는' 관광지도 많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은 '먹거리'다. 대만을 안 가 본 사람들도 대만에 맛있는 음식이 많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대만은 오래전부터 아침 식사 조차도 밖에서 사와서 먹는 등 외식 문화가 발달했다. 아무래도 그만큼 가격이 싸서 그럴 것이다. 집에서 조리해서 먹는 것 보다 그때 그때 사서 먹는 것이 더 싸기에 그런 것인데 그런만큼 여러 종류의 먹거리가 유명한데 책에서는 '타이완 음식 탐구일기' 와 '타이완 샤오츠 탐구일기' 등을 통해 여러 음식을 소개하고 있고 중간 중간에도 많은 음식과 음식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정보를 기반으로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여행 계획을 짜면 더 풍성한 타이완 여행이 될 것이다. 사실 먹는 것만 잘 먹어도 여행의 반은 성공한 것이 아닌겠는가.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소개 지역은 역시 타이베이다. 어느 나라던 그 나라의 수도가 볼거리나 먹거리가 제일 많은 법인데 타이베이도 마찬가지다. 타이베이는 두개의 공항이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공항에 항공편이 많다. 서울권의 공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공항에서도 노선이 많으니 자기 지역의 운항 노선을 알아봐야 할 것이다. 책은 각 공항과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방법, 시내 교통 수단, 시외로 가는 방법 등이 지도와 함께 전철 노선도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여행 계획을 짤 때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각 명소를 정확한 사진과 지도를 통해 알려주고 있는데 내용만 봐도 대만으로 날아가고 싶어진다.

사실 타이베이만 있어도 며칠이 걸릴 것 같은데 좀 더 색다른 곳을 찾고 싶다면 타이베이 근교도 가 볼만 하다. 일몰이 아름다운 딴수이나 자연 경관이 좋은 예리우, 양밍샨 국가공원 등 타이베이 주위의 좋은 곳도 잘 설명하고 있어서 타이베이와 근교를 일정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남부의 까오숑은 전에 비해서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데 여러 항공사의 항공 노선이 있어서 한결 가기 편하다. 물론 타이베이에서 출발하는 방법도 있는데 고속열차, 일반열차 모두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까오숑은 항구도시라서 내륙도시와 또 다른 매력을 주고 있어서 최근에 많은 관광객이 가는 곳이다. 역시 책에서 여러 명소를 잘 설명하고 있다. 타이베이는 지리상 북쪽에 있는데 다른 큰 도시들은 다 남쪽에 있다. 중간쯤의 타이중, 아래쪽의 타이난, 까오슝, 타이동 정도만 다녀도 대만의 멋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다.

대만의 면적은 남한의 3분의 1이라고 한다. 느긋하게 구경하려면 한 달 살기 정도는 해야 할듯. 시간이 많지 않다면 타이베이와 그 근처 구경만 하는 것이 시간 절약이 된다. 한번에 다 볼려고 하지 말고 도시 단위로 여행 한다고 하면 대만의 색다른 모습을 즐길 수 있겠다. 책에서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에 천천히 정독하면서 계획을 짜면 후회 없는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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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끝나는 곳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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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이 책 단독으로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독특하다고 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소설을 실제로 쓴 것이다. 작가의 '둔색환시행' 이라는 책에서 저주 받은 책으로 소개하는 바로 그 문제의 책이다. 작가는 일부분의 책 내용과 제목만 언급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실제로 그 책을 따로 펴냈는데 바로 이 책이다.


둔색환시행과 짝으로 읽으면 좋긴 하지만 이 책은 그 자체로 완결된 느낌이라서 꼭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냥 독립된 다른 책으로 읽어도 된다. 특정 책에 언급된 책을 독립적으로 펴내는 형식이 참 독특한 것인데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완성도는 높고 온다 리쿠라는 작가 특유의 몽환적이면서 특이한 상황의 이야기가 잘 펼쳐진다.


책의 열 두 살 아이인 '비짱' 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름에서 보듯 딱 정해진 이름이 없다. 비짱은 일종의 별명같은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불분명하다. 비짱이 사는 곳은 외딴 곳에 있는 '추월장' 이라는 곳이다. 유곽이라고 하는데 사실 아이 입장에선 이 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책은 시종일관 아이에 대해서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 아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주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아이에게는 세 명의 엄마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를 낳은 엄마 가즈에. 그리고 일상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키워주는 선생님이자 엄마인 사야코. 또 추월장의 카운터를 보는 표면상의 엄마 후미코. 친엄마는 가즈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적인 엄마의 역할은 사야코라고 하겠다. 후미코는 그냥 서류상의 엄마이고. 세 명의 엄마가 있지만 한 명의 엄마만 있는 것과 같은 상황.


'사야코' 엄마는 비짱에게 창문 너머 어느 어두운 곳을 '밤이 끝나는 곳' 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곳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비짱과 엄마나 만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만날 수만 있다면.


책은 나인 '비짱'의 시점에서 모호하면서 애매한 분위기의 그 상황을 잘 묘사하면서 전개가 된다. 처음에 모든 것이 비밀에 쌓여 있는 듯한 내용이 시간이 지나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밝혀진다. 성별도 정체도 끝에 가서는 알려지는데 일본 근대사의 어떤 특정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 그것에 따르면 비짱은 그냥 '아무나'가 아니라 '존귀한 신분' 이었다. 하지만 사건이 실패하면서 비짱의 존재도 잊혀진다. 비짱은 평범하게 자라지만 과연 그 때 그 일이 진짜로 일어났는지 진짜 내 자신이 그런 신분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둔색환시행'의 액자 소설인 이 책은 작가 특유의 글쓰기가 잘 느껴지는 책이다. 온다 리쿠 작가는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인 내용의 소설도 잘 쓰는데 거기에 잘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책 전개가 좀 불친절한 면이 있긴 하지만 독특한 설정과 전개가 쉽게 잘 읽힌다. 이 책과 짝인 소설 '둔색환시행'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소설은 영화보다는 연극이 낫겠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거기에 공감이 간다. 연극화하기에 딱 좋은 전개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영상화가 안되게 이런 저런 일이 일어났나? 읽는 순서는 상관없지만 둔색환시행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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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색환시행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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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는 '히가시노 게이고' 와 함께 여러 장르의 책들을 그야말로 공장 처럼 많이 펴내는 대표적인 장르 전문 작가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이 많긴 하지만 SF나 공포 문학의 책들도 종종 쓰는데 전체적으로 작품의 질이 균일한 편이다. 그래서 책이 나오면 그 이름값 만으로도 읽고 싶어지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작가의 필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 내용인데 무려 15년 만에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실제 있었던 어떤 일을 실마리 삼아 오랫동안 내용을 숙성 시켜 서 쓴 글인데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서 분량이 길다. 내용도 특이하다기 보다는 있을 법한 내용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새삼 작가의 글쓰기 능력을 다시 보게 할 정도로 밀도 있게 쓴 책이었다.


책의 주된 소재는 소설 '밤이 끝나는 곳' 이다. 이 소설은 영상화를 시도했는데 세 번이나 중단되었다고 한다. 모두 의심스러운 사고가 일어나서 계속 이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화를 찍다가 죽은 사람도 있고 보니 계속해서 영상화를 시도할 엄두가 안 났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저주 받았다고 느껴져서 더 이상의 진척이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의 내용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 것인가. 주인공인 소설가 '후키야 고즈에' 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하는데 마침 이 상황의 관계자가 모두 모이는 크루즈 여행에 함께 갈 기회가 생긴다. 


크루즈 선상에는 이 소설의 첫 번째 감독이었던 쓰노가에와 프로듀서 신도, 편집자 시마자키 그리고 만화가 콤비인 마나베 자매가 타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소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또 소설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의뭉스러운 것은 고즈에의 남편인 마사하루다. 사실 이 두 사람은 각기 결혼을 하고 이번에 재혼을 한 사이인데 마사하루의 전처가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던 '사사쿠라 이즈미' 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이즈미는 시나리오를 쓰고 자살을 했기에 나중에 고즈에와 결혼하게 된 것이다. 왜 남편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뭔가 다른 내막이 있는 것인가. 고즈에는 묘한 느낌을 가지면서 크루즈 배를 타게 된다. 


책은 크루즈 여행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다는 점에서 '밀실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지만 아주 긴장감 높은 상태는 아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 저주 받은 소설에 관한 여러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사건의 진실을 맞춰 갈려고 한다. 작품과 관련해서 새로운 해석도 해 보고 각 인물들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살펴 보면서 작가의 실체에 접근하려고 한다. '밤이 끝나는 곳' 을 쓴 작가 '메시아이 아즈사'는 이 작품을 끝으로 사라졌기에 더 의아한 상태다. 


원작자는 사라져서 생사를 알 수가 없고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자살했고 영화를 찍는 도중에 배우나 스태프가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니까 영상화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와중에 세 번이나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이쯤 되면 대체 이 소설이 무엇이길래 또 작가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질 법도 하다. 책은 그런 수수께끼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서 그 속의 숨은 의미를 찾는 과정을 가진다.


책 분량이 좀 많긴 하지만 아주 복잡한 내용은 아니기에 술술 잘 읽힌다. 등장 인물의 처음에는 좀 헷갈리지만 이들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어서 나중에는 잘 구분이 된다. 책의 제목에 '둔색' 이라는 단어는 검은 바다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모호함'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책 내용 역시 애매하고 모호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다. 영상화 제작이 세 번이나 중단된 것 자체가 뭔가가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책은 미스터리의 형실을 취하지만 뭔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도 있고 판타지적인 면도 있다. 이 모든 장르에서 실력 발휘하는 작가가 자연스럽게 내용 속에 잘 녹여낸 것 같다.


책은 복잡하지 않고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꽤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이다. 6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어느 한 부분이 처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전개가 되고 있고 어렵지 않게 쓰여 져서 읽기가 좋다. 작가의 다른 작품 보다 쉽게 잘 읽힌다. 결말은 책 제목이 내포한 것처럼 약간 애매하면서 열린 결말같은 느낌도 나는데 대체 책 속 원작이 뭐였길래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가는 소설 속 저주 받은 소설도 따로 독립해서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밤이 끝나는 곳'과 함께 세트로 읽으면 더 좋다. 두 작품 모두 작가 스타일을 확실히 느끼게 한 책이었다. 흔한데 흔하지 않은 묘한 느낌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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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손금풀이 레슨 - 어떤 「선(線)」이라도 이 1권으로 전부 알 수 있다!
에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청홍(지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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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더불어 살다가 문명을 이루고 살게 되면서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이것은 모두 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나라의 일들을 보지 않고 개인의 일들을 봐도 더 나은 삶을 살려는 욕망이 있다. 그런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겠는가. 과거도 알고 싶지만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 여러가지 점성술로 나타났는데 그중에서 가장 손쉽게 볼 수 있고 나름 그럴싸하게 느껴지는 것은 수상, 바로 손금이다.


사실 손금이 왜 그렇게 생기고 사람마다 다 각기 다르게 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삶의 모습이 쌓이고 쌓여서 그렇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손금을 보는 것은 지금 나를 경계하자는 뜻이다. 어떤 나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좋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면 되는 것이고 좋은 것이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그것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노력을 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결국 내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조심하고 노력하라는 의미에서 손금을 보면 좋을 것 같다.


책은 우선 첫째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손금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다. 우리 손을 보면 두 손의 손금이 다 다른데 그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기에 두 쪽을 다 봐야 한다. 왼손은 그 사람의 과거나 타고난 성격이 나타나고 오른손은 현재나 미래 지금까지 배운 것이나 경험 그리고 생각이나 전망등을 나타내기에 전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두 손을 다 봐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4가지 기본선을 강조한다. 감정선과 운명선 생명선 두뇌선이다. 사실 이 4가지 기본선이 손금의 핵심이다. 이들 선만 잘 해석할 수 있어도 자신의 삶을 점검할 수가 있다. 생명선은 말 그대로 생명력을 나타내는 선이고 끊어지기 않고 굵직하며 또렷할수록 활력이 있다.

운명선은 인생을 개척하는 방법이나 노력 그리고 의지 등을 이야기하는데 짚은 손이 곧게 뻗어 있는 것이 좋다. 선이 연한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과 협조하면 운기가 올라간다.


감정선은 사물을 보고 느끼는 정도를 이야기하는데 성격이나 열정의 정도 그리고 감정 표현 방법등이 드러나는 선이다. 커브가 클수록 감정이 요동치기 쉽고 직선에 가까울수록 차분하다. 두뇌선은 일종의 직업선으로 길수록 깊이 생각하는 타입이고 남을 신경 쓰지 않는 편이고 짧을 경우에는 직감에 의존하고 행동력이 있는 스타일이라서 관련한 직업을 가지면 좋다. 


이밖에 9가지 언덕을 통해 좀 더 자세하게 자신에게 형성된 운을 해석할 수 있는데 후반부터는 각 기본선에 대해서 여러가지 예시를 들면서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 선들을 보면서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기에 더 좋다. 자신의 손금을 보고 또 주위 친구들의 손금을 보면서 얼마나 일치하는 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3장은 부자가 되는 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금전운을 나타내는 태양선과 재운선을 통해 자신의 부를 가늠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금전운을 가지게 되는지도 알려주고 있어서 가장 주의깊게 읽었던 부분이다.


이제 마지막장에서는 그동안 배운 손금 내용을 총정리하는 겸 다른 사람을 봐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실제 응용편에서 복잡한 손금을 제시하고 해석하게 하는데 앞의 내용을 잘 숙지한다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평소 손금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서 관심이 있었는데 실제 내 손을 가지고 해석해보니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앞으로 더 발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물론 그만큼 노력해야겠지만. 그림을 적절하게 잘 섞어서 이해하기가 좋고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아서 그만큼 익히기에 좋다. 손금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의문점들을 해소 시켜 줄수 있는 실전 손금법으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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