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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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캐드펠은 겉으로 보기에 수도원의 평범한 수사다. 허브밭에서 각종 식물을 기르며 여러 약제를 만드는 그는 사실은 젊을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아 왔다. 십자군 전쟁에 참여해서 많은 죽음도 봐 왔고 이제 나이 들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수도원에서 신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은 그런 경험을 통해 이루어졌기에 그의 지난 삶이 헛된 것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성과의 사람도 물론 있었고 결혼까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는 혈기 왕성한 나이였고 전쟁에 참여하느라 어떤 약속도 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헤어지고 죽을 때까지 못 볼 줄 알았었는데 인생이란 것은 꼭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만나게 하는 것 같다.


지난 책에서 내전의 상황이었던 당시 슈르즈베리는 스티븐 왕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평화를 되찾는 듯 했다. 그런데 중립을 지켰던 헤리버트 수도원장에 대해서 스티븐 왕이 괘씸하게 여겼는지 런던에서 종교 회의에 참석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수도원장으로써의 직무가 정지된다. 나중에 다시 복귀할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부수도원장인 로버트가 수도원의 임시 책임자가 된다.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권위주의적인 인물로 1권에서 성녀의 유물을 갖고 오려는 것에도 가장 중심되는 주장을 한 사람이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계율을 중시하고 자신의 위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차기 수도원장에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제 수도원은 부수도원장의 책임하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한 수도원을 찾아온 한 영주가 있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적절한 의식주를 제공 받는 대신에 전 재산을 기탁하고 노후를 보내겠다고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독살을 당한 채 발견된다. 그것도 부수도원장이 보낸 음식을 먹고서. 게다가 범행에 쓰인 독은 캐드펠 수사가 만든 맹독성 약물이었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수도사의 두건' 이라는 이름의 독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망인이 캐드펠도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오래 전에 미래를 약속한 여성. 그러다가 전쟁을 나간 캐드펠 때문에 서로 이어지진 못한 사이. 이제 캐드펠은 자신의 약물을 이용해 사람을 죽인 범인을 찾아야 함과 동시에 과거의 연인을 마주치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그리고 그 사실이 밝혀지면서 캐드펠의 행동 반경에 제약이 가해진다. 범인이 피해자의 의붓 아들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서 진범을 찾아야 하는 캐드펠의 고군분투가 눈에 띄는 이야기였다.


중세 시대 수도원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법률적인 이야기가 살인 사건과 함께 흥미로왔고 마지막에서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입이 딱 벌어지게 하는 장면이 있는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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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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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한 수도원의 위대한 탐정인 캐드펠. 그는 젊을 때의 수 많은 경험을 뒤로 하고 이제는 허브차를 키우면서 신에게 봉사하는 평범하면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의 능력을 안타까워한 신의 배려인지 주위에 일이 끊이지 않는다. 


당시의 배경을 알아야 책을 좀 더 읽기 편하다. 당시 잉글랜드는 내전 상태였다. 헨리1세가 왕위계승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이 사망한 후 그의 딸인 모드 왕후가 사촌인 스티븐 왕과 왕위를 둘러싼 내전이 일어났다. 혈육상 모드 왕후가 헨리 1세의 직계였지만 여자라는 불리함이 있었고 그 틈을 타서 스티븐이 영국 왕을 선포하고 나선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위 영주 제후들은 각기 편을 갈라서 싸우고 있었는데 어느 한 진영이 압도적으로 누르지 못한 대치 정국이 이어지고 있었다.


평화롭던 수도원도 그 여파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이 내전이 가까운 슈르즈베리까지 몰려왔고 결국 성은 스티븐왕에게 함락 당하고 만다. 모드 왕후측이 패배한 것이다. 왕은 자신의 위엄을 드높이기 위해서 성 수비병 전원을 처형하기로 한다. 무려 아흔 세명. 이윽고 처형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수도원 수사들이 동원되고 당연하게도 캐드펠이 앞장서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수를 헤아려도 시신은 모두 아흔 네구다. 분명 아흔 세명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누가 살인을 하고 슬쩍 시신 속에 유기한 것이었다.


그 누가 시신의 숫자를 세밀하게 세었을까. 또 숫자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여겼을까. 그저 적의 시신이 한 구 더 늘었다고 여겼을 것인데. 이런 사소하고 작은 차이를 그냥 넘기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의 주인공 캐드펠 수사다. 그는 시신의 숫자에 의문을 품고 상태를 확인한 결과 살해되어서 다른 시신들 곁에 놔둔 것임을 알아낸다. 누가 살인을 하였는가. 자신의 위엄에 도전한다고 여긴 스티븐 왕의 지시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는 캐드펠. 우선은 이 사람이 누군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저런 상황을 통해 시신의 주인공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그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한편 캐드펠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모드 왕후 측 지지자의 딸인 고디스를 무사히 탈출시키는 일이었다. 성이 생각보다 빨리 함락이 되고 그녀의 신변을 우려하여 수도원에서 숨어지내게 했지만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캐드펠은 자신에게 피난온 이 가여운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캐드펠의 수사가 전개되면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 고디스 아버지의 향사도 관련되면서 구해야할 사람도 늘어난다. 그리고 역시나 이어지는 반전의 내용. 캐드펠은 살인 사건의 범인도 잡고 명예도 지키고 고디스를 비롯한 모드 왕후 측 사람도 구해야할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이 된다.


이번 책에서는 눈여겨 볼 인물이 등장한다. '휴 베링어'. 젊고 야심있으며 영리한 이 인물은 처음에 캐드펠 수사의 적으로 여겨진다. 모드 왕후의 편에서 스티븐 왕의 편으로 돌아서서 뭔가 공을 세우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이 아닌가 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의리도 있고 상황 판단도 잘 할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악인이 아니었다. 앞으로 캐드펠의 좋은 조력자로써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다.


전편에 비해서 이번에는 주인공의 미션이 좀 더 복잡해지고 위험했는데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일을 슬기롭게 잘 해결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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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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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스릴러 추리 소설이 있지만 '명작'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 책은 많지 않다. 작품 자체의 수준 차이도 있겠지만 사람들 취향이 있어서 공통된 기준을 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사람들 사이의 인정을 받는 작품들이 있기 마련인데 보통 고전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셜록 홈즈 시리즈 같은 작품이다. 그런데 책이 출간된 지 세월이 좀 흘렀고 문학적인 성과도 있는 작품 중에 잘 알려지지 않는 책이 바로 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다.


책이 완간된지 30년이나 흘렀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문학성이나 내용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그전에 출간이 되었지만 그때도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 완간 30주년 기념으로 새롭게 번역도 하고 장정도 입혀서 나왔으니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사실 요즘 나오는 추리 스릴러에 비해서는 내용 전개가 느리다.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으로 인해 통신 전달이 빠른 요즘은 이야기 자체가 속도가 빠르다. 게다가 좀 더 복잡하고 잔인한 부분도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은 영국의 중세 시대가 배경이다. 시리즈 첫 작품의 시작 연대가 1137년 12세기 전반기다. 당시 우리는 고려 시대로 묘청의 난이 일어났던 시기와 비슷하다. 중세를 배경으로 하기에 전개가 좀 느리긴 하지만 '추리' 소설의 진면목을 즐기기엔 충분한 내용이다.


시리즈의 첫 장을 여는 이 책은 영국의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평화롭게 허브를 키우며 신을 모시고 있는 수사 캐드펠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캐드펠은 젊을 때 십자군 전쟁에도 참여하고 오랫동안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사람을 더 속 깊게 바라보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수사이고 수도원에서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어떤 사안이던 날카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졌다.


그런 캐드펠에게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사실 수도원에서 성녀의 유골을 탐할 일이 아니었으나 수도원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정치적인 계산으로일어난 듯 하다. 상대적으로 성녀의 유골은 그리 알려지지 않고 현지에서도 크게 기리지 않은 상태여서 수도원에서 유골을 가져오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실무적인 일을 하기 위해 캐드펠이 동행하기로 했다.


아무리 성녀의 유골을 성대하게 기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귀더린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성물이자 성스런 공간이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그 유골을 갖고 가겠다고? 당연하게 반대할 것이다. 주민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친 수도원 일행은 일단 협의를 해 보려고 한다. 주민 대표인 리샤트르와 수도원 대표인 부수도원장 로버트와의 만남을 예약한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에 리샤트르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윽고 시신으로 발견이 된다. 가장 강력한 반대자의 죽음. 여기에서 이득 보는 자는 누구인 것인가.


이제 주인공인 캐드펠의 활약이 시작된다. 사안을 치밀하면서도 세밀하게 하나 하나 따져가면서 용의자를 추리고 진실에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 책은 주인공의 사건 추리를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밝혀지는 사건. 역시 작은 반전을 일으키면서 모든 것이 명백해진다.


사실 사건 자체는 큰 것이 아니다. 단순 살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여러가지 상황을 정교하게 짜고 그것을 푸는 것도 세밀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중세의 시대라고 해도 요즘 세상 못지 않게 추리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캐드펠 수사의 처음 등장으로 손색 없는 내용이었다. 얼른 다음 책을 펼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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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의 시간 - mRNA로 세상을 바꾼 커털린 커리코의 삶과 과학
커털린 커리코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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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코로나 사태는 일찍이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전세계적인 재난이었다. 부분적인 지역에서 감염병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전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최초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세계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많은 교류가 있기에 일어난 일이다. 이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바로 진단과 백신이었다. 코로나가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진단하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 일찍 진단 키트를 만들어서 대처했는데 병을 예방할 백신은 언제 만들어질지 알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과학자의 오래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한 개발이 이루어져서 결국 코로나 백신을 만들게 되었고 수 억 명의 인류를 구하게 되었다. 이때 우리는 어떤 백신이 아프거나 후유증이 있거나 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mRNA 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백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백신은 단 시일에 그렇게 만들 수가 없다. 이번에는 수 많은 자원이 총집결을 했기도 하지만 백신 만드는 원리인 mRNA 에 관한 연구가 선행되어 있었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그 연구가 미진했다면 아무리 돈과 자원이 많아도 결코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를 구한 백신 개발의 공로자 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이 주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커털린 커리코' 였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mRNA를 연구 한 결과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사실 이때 이 수상자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관련 연구자들 말고는 다들 처음 들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대부분 어떤 연구실에서 연구를 했던 그냥 평범하지만 꾸준했던 학자가 아니었을까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커털린 커리코는 그냥 연구만 했던 평범한 학자가 아니었다. 좌절과 위기 속에서 끝까지 신념을 버리지 않고 전진해온 용맹한 사람이었다. 이 책은 그런 그가 삶을 되돌아본 회고록이다. 커리코는 1955년에 헝가리에서 출생했다. 1955 헝가리라는 시대적 배경을 보면 뭔가 삶이 태어날 때부터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때의 헝가리는 2차 세계 대전 후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해 있을 때였다. 그러나 공산주의에 대한 헝가리인들의 저항 의식이 싹트면서 56년도에 결국 의거가 일어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직된 사회 분위기. 이런 분위기에서 훗날의 커리코 같은 학자가 나올 수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 조국을 떠나 미국에서 연구를 지속했고 미국에서도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독일까지 갔다가 결국 결실을 맺게 된다.


책은 커털린 커리코가 직접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는데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다. 도축업을 했던 아버지와 약국에서 잡일을 했던 어머니의 삶을 통해 자신의 능력이 부모로부터 이어 받은 것임을 드러낸다. 여러 손재주가 있으면서 강인하고 성실했던 아버지와 나이 들어서도 첨단 기술을 이해할 정도로 영민하면서도 유머 감각이 있었던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어릴 때부터 수학이나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좋은 성과를 내었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지은이가 오늘날의 업적을 거둔 것은 물론 스스로의 노력이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습관과 버릇을 물려받았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지은이도 그것을 알기에 부모님 이야기부터 시작한 것이다.


차근차근 연구자로서 삶을 살아가던 지은이에게 큰 일이 연달아 닥친다. 먼저 아버지의 죽음.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녀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강제로 끊어지게 되었다. 연구비를 지원하던 제약 회사에서 연구를 포기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것도 지은이 인건비만. 그것은 그녀가 하던 연구에 대해 큰 가망이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제 진짜 좌절할 시간이었지만 지은이는 자신의 연구를 하고 싶었고 여러 경로로 알아본 결과 미국에 가기로 했다. 익숙한 조국을 떠나 아는 사람 없는 낯선 미국에 가야 하는 그 마음은 두려움 아니었을까.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를 위해 미국행도 불사했지만 그녀가 하는 연구 자체가 그리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그때는 DNA 연구가 활발했지 RNA는 그다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 자금을 타오는 것도 신통치 않으니 그를 지원하는 기관이나 회사도 줄어들고 심지어 같은 연구자들에게도 무시를 당하게 된다. 몇 번이나 불리한 조건에 쳐했지만 연구를 이어나갔다. 이런 끈질긴 열정으로 독일에 있는 생명 기업인 바이논텍으로 이직하면서 연구에 더 박차를 가한다.


전에 비해 RNA에 대한 가치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연구도 축적되던 그 때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mRAN 가 쓰이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당시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고 수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을 때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mRNA는 속도가 가장 큰 특성이었다. 항원의 유전자 염기서열만 알면 그 항원을 암호화하는 mRNA를 만들고 이를 지질 운반체에 아주 빠른 시간에 넣을 수 있었다.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은이가 수 십 년의 삶을 갈아 넣은 연구가 단초가 된 것이고 결국 이것이 인류를 구했다.


책은 딱딱한 과학책이 아니다. 지은이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 내용이다. 부모님과 형제 등 가족의 이야기와 남편, 자녀의 이야기도 중요한 부분으로 전개가 된다. 그리고 큰 열정적인 연구에도 끊어지는 연구비로 좌절할 순간에도 끝까지 신념을 놓지 않은 모습이 담담하게 서술 되어서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물론 중간 중간에 과학 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쉽게 잘 설명하고 있어서 읽고 넘어가면 될 수준이다. 글이 담백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잘 쓰여져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회고록이다.


지은이가 참 대단하다고 여긴 것이 백신 성공의 주인공으로 여러 언론에 노출이 되고 노벨상까지 타면서 연구 외의 일들이 많이 있어도 최신 논문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지금의 일들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같이 여기는 듯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연구에 대한 신념과 열정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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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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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만들어지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생명체가 탄생하고 또 여러 진화가 있으면서 수 많은 종의 생물이 생겨났지만 결국 이 행성은 '사람'이 지배하게 되었다. 다른 생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능'이 있다는 것이다. 머리를 쓰기 때문에 더 나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의식주에 큰 발전이 있게 되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지능이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종에 비해서 진화가 더 빨리 이루어지는 이유는 '축적과 전승' 때문이다. 뛰어난 기억력에 의해서 많은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퍼지게 되고 이것이 계속 누적되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길잡이가 되면서 결국 많은 지식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인간은 사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는 큰 결함이 있다. 사실 어떤 정의가 성립한 것이 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 많은 실패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서 발전을 이룬 것이지 그냥 뚝딱하고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결함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이룩한 것도 많다. 이 책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연약한 신체를 가진 인간이 완전하지 않은 지능을 가지고 진화를 이루게 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 책에서는 유명인의 결함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들이 그런 위치에 오른 것은 다른 사람에 비해 유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안 하는 결함을 그런 유능한 사람이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 발전의 큰 공헌을 한 직립 보행의 경우에도 두 다리로 걸으면서 여러 가지를 발전하게 했지만 이 자세는 그 자체로 무릎에 큰 부담을 주게 되어 나중에 요통으로 고생할 수도 있고 무릎 자체의 통증으로 힘들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함이 생겨 났는가. 


인간이 가진 여러 결함은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타협의 산물이다. 진화 과정에서 서로 상충하는 여러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면 그중 한 기능만 선택해서 최적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중에서 좀 더 중요한 것이 발전하고 다른 것은 결함을 가진 채로 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인간은 우리의 모든 능력과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인 것이다.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로는 약함이 많지만 협력을 통해 함께 살면서 효율성도 높아지고 서로 더 많이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유목의 역사가 결국 정주의 역사로 되면서 발전도 했지만 또 여러가지 문제점도 발생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것을 통해서 인간이 더 발전하고 결국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떻게 표출되는가를 이야기한다. 유전학이나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심리학의 다양한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 있는데 많은 역사상의 예를 통해서 주장을 이해하게 한다.


3장 4장에서 설명하는 감염병과 유행병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은 병을 이겨내려는 투쟁의 역사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런 병들은 큰 사상자를 낳았고 결국 역사를 바꾸게 되었다. 한 예로 스코틀랜드의 식민지 건설 추진을 이야기한다. 지금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스코틀랜드 여론이 만만치 않게 있는데 그 전에는 더욱더 독립 열망이 깊었다. 잉글랜드로부터 독립 의지를 탄압받고 있던 스코틀랜드는 파나마 지협에 식민지를 건설해서 대외 무역을 통해 경제적 예속을 벗어나고자 했다. 이 계획이 성공했다면 오늘날의 영국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말라리아에 의해 결국 이 시도는 실패하고 막대한 재정적 위기에 봉착해서 결국 주권을 포기하고 오늘날의 영국의 한 부분이 되 버렸다. 


그 유명한 흑사병은 14세기 유럽을 황폐화시켰다. 이 병이 전 유럽을 휩쓸어서 엄청난 사망자가 나왔고 인구가 붕괴되었다. 아이러니하게 인구가 줄게 되자 사회에는 이득이 되었다. 일종의 인구 과잉 상태였던 당시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빈곤 상태에 있었는데 흑사병으로 인구가 확 줄자 상대적으로 인구 대비 농산물의 생산이 많아졌고 더 다양해졌으며 결국 식품 가격이 하락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 사회적 이동성 증가가 나타났다. 치명적인 유행병에 인간은 속수무책이었지만 그 광풍이 지나가고 난 뒤에 더 나은 삶의 전개되었던 것이다.


마지막 장의 '인지편향' 편은 인간은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는 다는 명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뭔가 이상하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믿는 것이 결국 맞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간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아는 것이 많지 않고 늘 틀릴 수가 있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 잘 모른다. 책에서는 콜럼버스가 이야기가 나온다. 보통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그가 그런 목적으로 간 것은 아니란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콜럼버스는 대서양의 서쪽으로 건너는 항로를 통해 좀 더 빠르게 인도에 도착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가 도착한 곳은 오늘날의 아메리카 대륙인 카리브해였고 그는 죽을 때까지 거기가 새로운 곳에 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증거를 통해 동아시아와는 다르다는 것이 밝혀져도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었던 것이다. 이른바 '확증 편향' 에 빠진 것인데 오늘날에도 이런 경우가 제법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언젠가는 이루어졌겠지만 이런 결함이 있은 콜럼버스 덕분에 그 시기가 당겨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여러 방향에서 인간의 부족함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결함을 통해서 더 나은 진화를 이룬 것을 나타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승화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에서도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책 내용은 지은이의 주장을 잘 반영하는 역사적인 사실을 흥미롭게 이야기하면서 전체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과학과 역사를 잘 버무린 책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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