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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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인간과의 관계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네요. 이언 매큐언이란 작가특유의 흡입력있고 호소력짙은 내용을 기대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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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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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기원전 8세기 작은 무리의 사람들에서 시작해서 제국을 거쳐서 그 최후의 제국이 멸망하는 1453년까지 2천년의 역사를 가진 국가다. 이런 장구한 세월을 거친 역사이니만큼 그 영향력도 엄청나다고 할수 있는것이 현재 유럽의 문화가 이 로마의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도 할수가 있는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리스 로마 문화가 현재 유럽의 밑바탕이 된다고 볼수가 있는데 로마는 그 역사도 깊어서 이야기꺼리도 많아서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과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로마의 역사와 관련된 역사소설도 엄청나게 많이 있다.

 

로마의 역사을 알기 위해서는 여러 역사서를 보면 되지만 사실 방대한 사실을 알아가기에는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면에서 역사를 소설화한 역사소설로 접근한다면 더 쉽게 다가갈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로마를 그린 역사소설은 수없이 많은데 그중에서는 역사를 마음대로 재단해서 해석하는 책들도 있어서 정통 로마 역사소설을 찾지가 쉽지가 않다.

 

오래전에 나온 한 소설은 아마츄어급의 내용에다가 역사를 왜곡해서 해석했는데다가 최근에는 지은이의 사상이 제국주의적인면이 있는걸로 밝혀져서 읽을만한 가치가 없다. 그랬는데도 광고의 효과인지 많이 팔렸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국내에 로마사를 충실히 반영한 진짜 로마 소설이 그동안 없었다고도 볼수가 있을것이다.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부분 부분적으로 묘사한 책은 있지만 전체 역사 즉 통사를 반영한 소설은 없었기에 그런 책도 인기가 있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로마의 일인자' 시리즈는 '진짜 로마 이야기'이다. 이제야말로 객관적이면서도 재미있고 로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킬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우선 지은이가 눈에 익는다. '콜린 매컬로'. 그 유명한 가시나무새의 원작자이다. 가시나무새는 소설보다는 드라마로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그 내용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었는데 바로 그 작가가 쓴 책이란다. 그런 작가가 수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함께 이 시리즈를 무려 20여년에 걸쳐 써냈다고 하니 그 정성에 감탄할 따름이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함께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그야말로 진짜 로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시리즈의 전체 배경은 기원전 110년에서 기원전 27년 사이이다. 이때는 발전을 거듭해온 로마가 갈림길에섰던 시절이다. 바로 원로원을 중심으로 한 공화정이 유지될것이냐 아니면 강력한 권력을 가진 황제가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정이 될것이냐의 선택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은 역시 카이사르, 시저였다.

이 책은 그 시저가 최고권력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역사 소설이다.

 

책은 시저의 할아버지때부터 시작된다. 시저의 할아버지? 

시저를 그린 많은 소설이 있지만 시저의 할아버지부터 시작하는 소설이 있었던가? 아마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점을 기점으로 자세한 전개를 하는 작품은 잘 없을것인데 이 책이 거기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이 카이사르가 필연적으로 등장할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이야기하기 위함일것이다. 덕분에 좀더 카이사르가 현실감있게 느껴졌고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것이 아닌 차근차근 준비된 인물임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결국에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일수밖에 없음이 책을 통해서 드러난다.

 

시저의 할아버지가 어찌보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셈인데 그와 함께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술라가 등장한다. 그들은 시저의 할아버지 즉, 율리우스가의 첫째와 둘째 사위가 되는데 그들은 장차 로마의 주요한 권력가가 되고 더 높은곳에 이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책에서는 이들의 암투가 진짜 그 당시를 보고 쓴것처럼 세밀하면서도 치밀하게 전개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그 시저가 활약을 할려면 좀더 있어야 하지만 그 윗시대를 배경으로 한 1권만 읽어도 충분히 로마시대를 만끽할수가 있다. 진짜 로마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뭉쳐서 깊은 내용으로 우러냈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작은 소품, 작은 배경, 작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큐멘터리같은 사실성과 현실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마 책의 한 페이지에는 수십권의 자료집이 녹아들어있는게 아닐까.

 

사실 로마사에 관한것은 특히 시저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서 소개가 되었기에 새삼스러울꺼도 없고 새롭게 줄거리를 소개할꺼도 없다. 어찌보면 신선함이 떨어진다고 볼수있는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처음 보는 배경의 소설을 읽는듯 새로운 감각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뻔히 안다고 여겼는데 이런 배경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말이다. 로마의 전반에 걸쳐서 처음부터 설명한게 아니기에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로마 공화적이나 정치에 관해서 더욱더 관심이 생기는것을 보면 책의 긍정적인 면이 아닐까도 싶다.

 

대중적인 재미를 보장한 소설을 써 본 작가의 이력답게 참 재미나게 잘 쓰여진 책이다. 딱딱한 역사를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물 흘러가듯이 술술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서 허구도 섞여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로마사를 절묘하게 잘 녹여낸 수작이라고 하겠다. 한번 책을 잡으면 손에 놓기 어려울만큼 대단한 흡입력이 있는 책이다. 이번에 시리즈가 3편까지 나왔으니 한번에 읽는게 정신에 좋을듯하다. 다음편이 궁금해서 못견딜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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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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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셜록 홈즈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본 사람이 있을것이다. 탐정의 대명사로서 고전 추리 소설의 최고봉이라고 할 셜록홈즈 말이다.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로도 각색이 되어 나와서 더욱더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 이 셜록 홈즈 시리즈는 나온지 한참 된 소설이란게 문제다. 나온지 거의 100년이 지났고 물론 지은이인 아서 코난 도일은 세상을 떠난지가 오래됐다. 그래서 이 시리즈가 더 진행이 안된다는게 팬들의 아쉬움이다. 그 아쉬움을 반영해서 홈즈를 모티브로 한 많은 작품들이 나왔다. 패러디도 있고 오마쥬도 있고 여러 작품들이 나왔다. 그중에는 제법 코난 도일의 작풍에 근접하는 수준도 있었지만 영 아닌 작품도 많았다.

 

그런 아쉬움을 덜어주기 위함이었을까 코난 도일 재단에서 정식으로 인정한 작가가 셜록 홈즈의 후속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첫번째 작품이 '셜록 홈즈 실크 하우스의 비밀'이었다.

전작에서 셜록 홈즈 매니아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가가 이번에 새로 펴낸 책이 바로 이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이다. 셜록 홈즈와 모리어티의 대결은 이미 원작자가 다루었는데 새롭게 팔 내용이 있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펼치니 색다른 관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셜록 홈즈가 바로 나오는게 아니라, 셜록 홈즈가 모티어리와의 대결 후 3년간 숨어지내는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하지만 형식은 비슷하게 잡았다. 우리의 셜록 홈즈 대신에 런던 경시청 경감 애설리 존스가 나오고 사건을 기록하고 남기는 왓슨 대신에 미국 탐정이라는 프레데릭 체이스가 나온다.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대신해서 나오는건 아니지만 셜록 홈즈 원작과 견주어본다면 두 사람의 역할이 그렇게 나온다는 것이다. 내용 전개도 왓슨이 말했듯이 체이스의 시점에서 보여진다.

 

존스 경감은 경찰이지만 다른 경찰과는 다르게 좀더 유능한 경찰로 나온달까. 그는 이미 원작 시리즈에서 무능한 경찰중에 한명으로 나왔지만 이번 책에서는 홈즈의 영향을 받아서 홈즈식의 추리와 수사를 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리고 체이스는 미국에서 건너온 탐정인데 존스를 도와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인물로 나온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존스는 홈즈보다는 한참 아래 수준이었고( 물론 다른 경찰들 보다는 유능했지만)

체이스는 왓슨 보다는 좀더 나은 정도? 역시 셜록 홈즈의 능력은 아무나 흉내 낼수는 없는거 같다.

하지만 두 사람의 화학적인 결합은 깐깐한 홈즈와 왓슨보다는 좀더 부드럽고 보기 좋아 보였다 새로운 콤비의 탄생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이야기는 두 사람이 셜록과 모리어티의 최후의 결전 장소에서 만나는걸로 시작된다. 셜록의 시신은 찾을수가 없고 모리어티는 그 시신으로 추정되는 것만 발견되었을 뿐이다. 비록 셜록은 실종되었지만 악당이 죽었는데 뭐가 문제가 있을까. 여기에서 하나의 모티브가 생기는것이다. 바로 새로운 악당의 출현.

체이스가 영국에 온 이유는 그 악당을 쫓아서였다. 바로 '클래런스 데버루'. 그는 미국의 모리어티급 악당 인데 그가 모리어티와 손을 잡기 위해서 접촉했던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그를 쫓아서 영국에 왔는데 모리어티는 홈즈와의 대결에서 죽었고 이제 남은건 데버루인데 그가 영국에서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기전에 얼른 잡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존스와 체이스가 협력하면서 뒤를 쫓는다는게 대략적인 이야기다.

 

모리어티는 사실 자세하게 묘사되거나 단독으로 등장한적은 없다. 그냥 홈즈조차 긴장하는 무서운 범죄자로 나올뿐이다. 여기에 새로운 악당이 등장한다니 그 설정부터 흥미를 자아낸다. 이 책에서도 그 데버루의 정체가 완전 나오는게 아니다. 역시 최후의 범죄자는 좀 신비스러워야할까나.

 

책은 1800년대 후반의 영국을 잘 묘사하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지은이가 홈즈의 작풍을 잘 연구했는지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게 이야기를 잘 전개하고 있다. 셜록 홈즈가 나오지도 않는데 말이다.

요즘 같은 빠른 시대에는 어찌보면 좀 느린것같은 전개같아도 이야기를 촘촘하게 잘 꾸며서 나름의 긴박감을 느끼면서 읽었다. 중간 중간 나름 예상치 못한 전개도 있었고 나중에 나오는 반전은 아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전체적으로 홈즈 재단에서 정식으로 인정해서 출간한 작품답게 완성도도 있고 셜록 홈즈와의 연관성도 자연스럽게 잘 연결한 작품같았다. 코난 도일의 원작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셜록 홈즈를 좋아하거나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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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16년이 미래의 16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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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핸드 -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그리고 인류 최후의 날 무기
데이비드 E. 호프먼 지음,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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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군축회담이다 뭐다해서 미국과 소련이 회담을 하고 큰 성과없이 끝나는것을 뉴스로 본적이 있다. 군축회담이라는게 군비를 축소하고 군대와 무기를 줄인다는 이야기였는데 당시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 치열했던터라 괜찮은 결과물이 있을까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2차 세계 대전후 동지였던 미국과 소련이 사상 대결로 치달았던것이 바로 냉전이다. 그런데 서로 대화도 안하고 탱크나 늘리면서 으르렁댔으면 크게 걱정할일도 없었을것이다. 그 자체로 지구가 멸망하지는 않았을테니까. 그러나 미국과 소련은 서로를 멸망하게 하는것도 모자라 인류 전체를 멸망에 이르게 할수도 있는 경쟁을 했으니 바로 핵폭탄경쟁이다.

 

그들은 상대를 그냥 타격만 주는게 아니라 그야말로 초토화시키고자 했던것이다. 그런데 그 경쟁이 도가 지나쳐서 두나라는 물론이고 지구 전체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였으니 그 실체를 알았다면 얼마나 두렵고 공포스러웠을까.

그 당시는 지구가 마치 시한폭탄의 위협속에서 하루하루를 나아가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70년대에 불었던 이른바 데탕트는 큰 성과없이 그냥 미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실질적인 핵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는데 그 순간에도 핵은 늘어나고 있었고 상대를 치명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시스템도 더욱더 정교해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 강경파에 속하는 공화당의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는 소련에 대항하는 미국이 너무나 허약하다고 판단, 이른바 스타워즈 계획을 세우면서 무기 경쟁에 더 한발을 내딛게 된다. 이 시점이 어찌보면 냉전이 최고조로 달했던 시기이기도 하고 지구 최후의 날에 가까와져 갔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책은 그 시점부터 냉전이 끝나고 핵전쟁의 위험성이 적어진 때까지의 그 긴박하고 긴장감있던 시절의 생생한 현장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기자가 쓴 이 책은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때의 역사를 바로 앞에서 보듯 생동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장담컨데 진짜 재미있는 스릴러소설만큼 아니 그보다 더 스릴있고 긴장감 넘치고 마음 두근두근하게 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지은이가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적절하게 속도를 조절하면서 매끄럽게 글을 쓴데다가 우리가 그 시절을 지나왔고 또 북한과 대치해있는 상황이기에 더욱더 몰입하면서 읽을수 있지 않았나싶다.

 

미소의 무기경쟁이 가열된 가장 큰 이유는 상호간의 신뢰부족때문이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연락수단이 많이 발달했던것도 아니고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를 냉대한지가 수십년이 지난 때였다. 상대와 말을 하지 않는것이 당연한 분위기였던것이다. 대화가 부족했지만 서로를 염탐하는일은 극에 달해서 수많은 첩보원들이 서로의 나라를 넘나들었다. 그 결과 두 나라에게 남은것은 서로 상대가 자국을 파괴할것이라는 두려움과 공포였다. 그 결과 상대가 쏘면 나도 쏜다식의 시스템 경쟁이 치열해졌다. 하지만 상대가 만일 핵을 쏜것이 아니라면? 우리 시스템이 오류난것이라면?

두 나라는 그런 근원적인 두려움도 있었다. 어찌보면 공멸에 대한 두려움이 폭주하는 기관차의 속도를 늦추게 한것이 아닐까.

 

사실 소련에서는 무시무시한 시스템이 개발, 실전 배치되었다. 그것은 미국이 선제공격을 해서 지도부가 전부 몰살하더라도 자동적으로 보복 하는 시스템이었다. 이책의 제목인 '데드핸드'였는데 실제로 반자동 보복 시스템인 '페리미터'가 만들어졌고 미국은 냉전이 끝날때까지도 그 존재를 몰랐다니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을때 얼마나 서늘했을까.

 

스탈린의 암흑 시대가 끝나고 조금은 유연했던 흐루시초프의 시대도 평화의 진전없이 지나갔던 소련에서 그 뒤의 지도자들이 병약했던것은 훗날을 위한 징검다리였으려나. 그 뒤를 이은 브레즈네프나 안드로포프, 체르넨코가 반동적이긴 했으나 급진적이진 않았기에 위태위태했지만 냉전은 균형을 이을수 있었던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고르바쵸프의 등장.

 

사실 냉전의 해체는 고르바쵸프의 절대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책에서는 고르바초프의 등장부터 그가 어떤 생각으로 소련을 변모시키는가에 관해서 상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피폐하고 힘없는 인민을 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산복합체의 배나 채우고 있던 군비를 억제할 필요가 있었고 군축을 통해서 핵의 공포를 벗어남과 동시에 소련에 자유를 불러일으키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때 고르바초프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나하면 보통 서기장의 연설문이 죽을때까지 팔리지 않는것과는 달리 고르바초프의 연설문집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살 정도였다고 한다.

 

한편 미국의 레이건은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핵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상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랬기에 고르바쵸프의 제안을 마냥 무시하지 않았을것이다.

수십년간 얼어있던 두 나라의 마음이 녹기는 쉽지 않았을것이다.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결국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의 결단으로 인류 멸망의 길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그러나 고르바쵸프가 소련에 불어넣은 자유는 상상치도 못한 결과를 이끌어내게 되었는데 수십년간의 억압으로 인한 체제가 한순간의 개방과 개혁으로 잘 변모할수는 없었다. 결국 쿠데타에 이은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소련이란 나라 자체가 없어져버리고 그 광활했던 소련은 여러개의 국가로 쪼개지는 결과가 되고 만다. 그리고 그 혼란의 와중에서 핵은 그 통제력이 떨어져서 어떤일이 벌어질지가 몰랐었다. 그때 사실 요즘같은 테러집단이 핵을 손에 넣고 세상을 위협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만해도 오싹하다.

 

책에서는 핵무기 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냉전시기 알려진 주된 두려움의 무기는 핵폭탄이었지만 미소 양국이 가진 생화학무기도 엄청났다. 어쩌면 핵무기만큼이나 무서운 존재이건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핵만큼 알려진것이 없다. 어쩌면 더 참혹하고 무서운 무기여서 그런것이 아닐까.

 

냉전이 해체되고 미국이 1강이 되면서 세상은 평화로와질꺼로 믿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국지적인 분쟁은 계속되었고 재래식 무기의 경쟁도 커졌다. 게다가 이데올로기가 아닌 종교의 문제로 테러가 빈발하고 전쟁이 발발했다. 핵무기는 일부가 없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 남아있으면서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소련의 붕괴과정에서 느슨했던 핵에 대한 통제력은 그나마 안정이 되긴 했지만 관련 기술이 어느나라로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일부가 북한으로 들어갔을수도 있는것이다.

한고비 넘기면 또 한고비가 온듯이 영구적인 평화의 길은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비록 지나가버린 역사의 진실을 소개한 책이지만 그 내용상 북한과 대치해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하겠다. 보유유무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핵은 충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그거말고도 재래식무기나 알려지지 않는 화학무기도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는 중대한 요소가 아닐까. 게다가 세습 체제로 정권이 불안하기도 해서 언제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르는 우리의 상황에서 미국과 소련이 인내심을 갖고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이 우리에게 참고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하기 일보직전의 상황에서 역사적인 화해의 길로 들어서기 약 10년간 미국과 소련의 냉전사에 관해서 참 흥미로운 책이었다. 수많은 자료를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당대의 그 긴박했던 분위기를 참으로 쉽고 보기좋게 잘 소개한 좋은 책이었다. 지은이가 이 책으로 논픽션 부분 풀리쳐상을 받았다는데 충분히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번역도 좋았고 책의 완성도가 괜찮은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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