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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과학편 ㅣ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TV 방송 프로그램인데 세계사의 이모저모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어서 종종 보는 방송이다. 그런데 방송 시간의 제약과 여러 사정으로 더 세세하게 내용을 다루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책이다. 그런 점에서 방송 내용을 더 보완하고 더 정제해서 책을 냈으니 바로 책으로 보는 벌거벗은 세계사다. 여러 분야의 책들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과학편 이다. 과학이라고 해서 딱딱한 이론의 내용이 아니라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실은 정확하게 모르는 과학적 사실이나 과학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은 총 10개의 소주제를 선정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우리가 익숙한 인물이 나와서 좀 더 흥미가 가는 점도 있다. 화산과 백두산 괴담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백두산이 활화산이라서 언제라도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그 확률은 떨어지지만 만일 활동을 시작한다면 우리에게는 상상도 못할 재난일 것이다. 책에서는 우선 로마의 폼페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나폴리만 연안에 있던 이 고대 도시는 화려한 문명을 자랑하던 번성하던 곳이었는데 근처 베수비오산이 분화하면서 도시 전체가 화산재로 뒤덮였다. 이때 최소 6400명에서 최대 2만 명에 이르는 시민이 잿더미에 묻혀 죽었다고 한다. 이 흔적이 오랜 시대를 거쳐서 오늘날에 발굴이 되어 그 참혹한 현장을 알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화산이 왜 어떻게 분화하는지 판 구조론을 들어 설명하는데 참 무섭다는 느낌이 든다. 백두산은 과거 분화 때도 동북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는데 도시가 발달한 지금에 폭발한다면 어쩌면 나라가 멸망할 지도 모르겠다.
노벨의 이야기는 대단하다는 느낌과 함께 측은하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노벨은 우리에게 노벨상으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당대 최고의 화약 전문가였다. 바로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자였다. 책에서는 그가 어떤 식으로 다이너마이트를 만들게 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 이 화약은 큰 돌을 깨거나 길을 만들 때 쓰는 등의 산업적인 용도로 만들었지만 어찌 이것을 그런 용도로만 쓰겠는가. 곧 여러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살상 용도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노벨의 별명은 '죽음의 상인' 이었다. 그는 선의로 만든 자신의 화약이 결국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 큰 충격을 받고 고뇌에 빠진다. 결국 유언을 통해 자신의 전 재산을 물리, 화학 등 세상을 위해 연구한 연구자들에게 상을 주라고 한다. 그 유명한 노벨상이다. 노벨상은 최고 권위의 상으로 인류의 삶을 증진 시킨 많은 과학자들에게 지금도 수여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너무나 바빠서 연애 할 시간이 부족했던 노벨에게 찾아온 사랑이 거짓말을 일삼은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이다. 사기꾼 소피 헤스가 좋은 사람이었다면 노벨의 후반기를 더 빛나게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노벨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마리 퀴리 우리에게는 퀴리 박사라고 알려진 이 여성은 참 대단한 인물이다. 남녀 차별이 극심하던 그 시절에 대학까지 갔고 똑똑한 많은 남성들을 제치고 방사선 연구의 1인자가 되었다. 책에서는 마리가 어떻게 자랐고 어떻게 연구를 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퀴리 부인도 대단하지만 그 가문이 더 대단하다. 퀴리는 오늘날에도 깨지지 않는 물리학상, 화학상 두 개의 동시 수상 기록을 갖고 있는데 그의 남편, 첫째 딸과 첫째 사위, 그리고 둘째 사위까지 총 6개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아마 전무후무한 가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의 가문은 이후로도 과학계로 많이 진출해서 여전히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방사선을 발견했지만 방사능의 위험성까지는 몰랐기에 퀴리 부부와 그를 이은 딸까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세상을 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퀴리 부인이 이룩한 업적은 훗날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책은 이밖에 갈릴레이, 에디슨, 다윈, 오펜하이머 등의 인물을 통해서 당대의 현실과 갈등 그리고 나중에 끼친 영향 등을 재미있게 잘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이론이나 과학적 사실 등은 자세히 다루지 않고 그들 일생을 통해서 어떻게 과학이 발달하게 되었나 등의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통해 과학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나중에 더 크게 터지게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과학사를 흥미롭게 다루어서 과학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