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애덤 호크실드 지음, 이순호 옮김 / 갈라파고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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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 거릴 사람이 제법 있다. 말 그대로 스페인에서 일어난 국내의 전쟁 즉 내전인데 국제전도 아니고 그런게 있었나 할수도 있다. 어찌보면 잊혀졌다기 보다는 묻혀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왜냐하면 이 전쟁후에 전대미문의 세계전쟁인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스페인 내전을 그냥 한 나라 내부의 전쟁이라고 별거 아닌것처럼 넘어갈수가 없는것이 그 당시 전쟁을 했던 두 세력의 배후에는 많은 나라들이 지원하고 있었고 이 내전이 2차 세계 대전의 전초전격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반란을 일으킨 프랑코의 국가주의파에 대항하는 스페인 정부 즉 공화파를 지원하기 위해서 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의용군으로 참전했다는 사실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특이하고도 또 중요성을 갖고 있는 스페인 내전과 관련한 국내의 책은 그리 많지가 않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할만한 앤터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이 나와있어서 이 전쟁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이 앤터니 비버의 저작에 비견될만한, 더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는 책이 바로 이 ' 스페인 내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이다.

이 책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스페인 내전을 샅샅이 이야기하는 앤터니 비버의 책과는 달리 당시 스페인 내전의 일대기를 내전에 참여한 미국 의용군의 시각에서 살핀 책이다. 실제로 전투를 치루고 멀리 스페인으로 날아간 사람들의 시선에서 내전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그럼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 정부를 구하기 위해서 달려갔는가. 당시 스페인 정부는 이른바 좌파정부였다. 1936년의 총선거에서 그들이 승리하고 정부를 구성하였는데 비교적 세계적인 지식인과 진보주의적인 색깔을 가진 정부였다. 이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정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 스페인에는 부유층과 카톨릭세력 그리고 군부가 이들의 반대편에 있었고 물밑에서 치열하게 대치하다가 결국 프랑코로 대표되는 국가주의자들의 반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프랑코는 히틀러나 무솔리니같은 파시스트였는데 그가 합법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이다.

 

당시에는 공산주의 사상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소련을 이상향으로 하고 평범한 진보지식인들은 이 좌파사상에 호의적이었던것이다. 그런 정부가 위기에 처하자 많은 지식인들이 스페인을 위해서 달려갔던것이다. 그중에서 미국에서 많은 지식인들이 자원해서 스페인으로 갔는데 이른바 국제여단을 결성해서 의용군으로 참여했다. 이들중에서는 그 유명한 헤밍웨이나 조지 오웰등 유명한 지식인들이 많았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아무리 그래도 남의 나라 전쟁에 내 목숨을 바치러 간다고하는가 하겠지만 당시에는 국가를 떠나서 같은 이념과 신념을 공유한다는 그런 동지애적인 면이 컸다고 할수 있다. 스페인 정부를 구하는것이 곧 악의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생각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미국인들의 모습이 잊혀지고 있었던것을 촘촘히 살려내고 있다. 당시 스페인 내전이 미국의 지식인들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있었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게 되었는지를 수많은 자료와 인텨뷰등을 통해서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책은 처음에 메리언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찌보면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들이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보고 듣고 했던것들이 그들의 생각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잘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당시는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공황으로 인해서 전세계적으로 그 여파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때였다.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의 그 유명한 뉴딜정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공산주의에 대한 기대도 더 커지고 있었다. 그러는중에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점점 더 노골적인 파시즘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무솔리니도 에티오피아를 침공하면서 유럽을 파시즘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터진 스페인내전은 당시 공산주의에 경도되었던 많은 지식인들로 하여금 '행동'에 나서게 했던 것이다.

 

분열이 되어있긴 했지만 노동자들의 지지를 업고 있었고 또 합법적인 민주정부였던 당시 공화국정부는 3-4만에 달하는 국제여단의 의용군의 참전도 있었고 다른 물적인 지원도 많이 받았기에 분명 반란군에 우위를 접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란군에게는 타고난 군인이었던 프랑코가 있었다.

전술전략에 능했고 무엇보다 권력 의지가 있었던 그는 자신의 세력을 하나로 뭉치는데 성공했고 독일 히틀러와 이탈리아 무솔리니에게 인적,물적인 지원을 받는데 성공해서 열세의 판세를 뒤집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서 공화국정부는 이웃의 영국이나 프랑스의 지원을 받는것에 실패했고 미국도 유럽의 일이라고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남은것은 같은 이념의 국가인 소련. 당시 군사강국이었던 소련의 적절한 지원만 있었다면 그래도 해볼만 했을껀데 소련은 미적거리기만 했고 결국 지원에 나서긴 했지만 제한적인 것에 불과했고 한번 밀리기 시작하자 다시 전세를 역전시키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책에서는 지원을 요청하는 스페인 정부에 방관의 자세를 보이는 미국 정부의 모습이 보인다. 정부를 대신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의용군으로 스페인에 참전하게 되지만 그들과는 반대로 프랑코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바로 미국 석유회사 텍사코의 은밀한 지원말이다. 이들은 전폭적으로 반란군에 석유를 공급한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그들의 석유가 없었다면 결코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한쪽은 몸으로 구하러 가고 한쪽은 막대한 물량으로 지원을 하고. 전쟁이 사람만으로만 할수는 없는법인데 당시 미국의 상황을 보면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것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것이다.

 

스페인 내전은 말만 내전일뿐이지 국제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책을 통해서 잘 알수있다. 특히 이 내전이 끝나고 일어나는 2차 세계 대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독일은 반란군에 많은 지원을 했는데 특히 공군을 지원하면서 미리 전투경험을 쌓는 계기가 되어서 2차 대전의 초기의 그 무시무시한 전투성과의 밑바탕이 되었다. 게다가 스페인이 2차 세계 대전에 직접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독일의 편에서 많은 지원을 했음을 책을 통해 잘 알수있었다. 그리고 일종의 의용군형태로 수만명의 군사도 보냈는데 만일 공화파가 승리했다면 이런 희생은 없었을것이다.

 

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사회정의의 정신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나라의 전쟁에 뛰어든 이런 전쟁은 또 없을것이다. 이들이 흘린 피가 비록 당대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결국 스페인에 민주주의가 다시 돌아오게 만든 저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의용군이었던 국제여단의 각국 부대중 미국 부대였던 에이브러햄 링컨 부대의 시점에서 스페인 내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당시 미국의 분위기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 전후의 그들이 받았던 대우등을 폭넓게 알려주고 있다. 저널리스트가 쓴 저작물답게 방대한 자료들을 압축해서 치밀하고도 세밀하게 당시를 재현하고 있었다. 마치 얼마전의 전쟁이었던것처럼 생생하게 느낄수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전쟁의 역사만 이야기하는것이 아니라 그 속에 있었던 외국 의용군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어서 스페인 내전이라는 이 역사를 좀더 다양한 각도에서 넓게 볼수있게 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전까지는 앤터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만 읽어도 되었다. 이제는 스페인 내전을 알기 위해서는 애덤 호크실드의 이 책도 꼭 읽어야 할 것이다. 스페인 내전의 속살을 더 자세히 느끼게 함과 동시에 좀더 입체적이고 그 전쟁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더 잘 알수있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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