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스릴러 분야에서 제일 많이 등장하는 배경은 아무래도 도시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어서 여러 종류의 범죄가 일어나고 그것이 복잡하게
얽혀서 이야기가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도 탐정도 있고 그냥 경찰일수도 있고 형사일수도 있고 다양하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책은 배경이 독특하다. 바로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한적한 산악지대. 우리로 말하면 국립공원 비슷한 곳이라고나 할까. 대체 이런곳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겠는가 싶었는데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을 특색있게 그려낸 책이다.
주인공은 수렵감시관인 조 피킷이다. 동물사냥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규칙을 잘 지키는가를 감시하는 이른바 수렵경찰쯤 된다. 이들에게는 일정한
규모의 관사가 지급되고 각종 법규를 어긴 사람에게 즉결로 벌금딱지를 발부할수 있는 준사법기관이다. 이런곳에서는 허가된 사냥을 했는지, 금지된
사냥을 했는지 그런것을 감시하는것이 주된 임무인데 현지인들은 대략적으로 법을 준수하겠지만 다른 지역에서 오는 수렵인이나 야영객들이 사고를
일으키는 것이다.
수렵감시관인 조는 어찌보면 좀 답답한 사람이다. 아니 답답한 정도가 아니라 어찌 이런 사람이 수렵감시관이 될까싶을 정도로 약하게 생겼다.
좀 어리버리하기도 하고 고지식하기도 하다. 수렵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완력이 필요할때도 있는데 조는 그런 스타일과는 다르다. 다만 정의감이
남다르고 가족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긴 한데 아무튼 처음에는 좀 답답하게 느껴진게 사실이다.
그러던 조가 어느날 밀렵을 하던 오티라는 주민을 발견한다. 여기서 단호하게 법집행을 하면 될껀데 어버버하다가 그만 총을 빼앗기고 만다.
만일 오티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그는 그냥 죽었을것이다. 하지만 총을 빼앗은 오티도 그런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건 아닐터. 어찌어찌 스티커만
발부한 선에서 상황은 끝나버리고 둘은 서먹한 사이가 되고 만다. 그런일이 있고 난 얼마후 조의 집 뒤뜰에서 누군가가 시체로 발견된다. 그는 바로
오티! 왜 그가 조의 집까지 와서 죽음을 당했을까.
사건이 미궁속으로 빠져들지만 조는 자신의 뜰에서 사람이 죽었다는것에 그것을 해결해야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는지
사건의 해결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조의 딸인 셰리든이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으면서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 그러면서도 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게 되고...
광활한 로키 산맥과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배경인 이 책은 그냥 그 배경을 상상하는것만으로도 시원하면서도 넓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이런곳에서는
별다른 사건도 없을꺼 같지만 생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것이다.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욕심'이란게 있다. 남보다 더 가지고 싶은 그
욕망이 결국 사람을 헤치게 되는데 이 책의 인물들도 그런 욕망에 사로잡혀서 결국 사건을 일으키게 된것이다.
지은이는 이책이 처녀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게 잘 썼다. 심심하다고 여겨졌던 장소에서 아주 복잡한 사건은 아니지만 나름의
스릴감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가 촘촘하게 잘 짜여졌던 책이었다. 도시에서 벌어지는 좀더 추악한 사건들에 비해서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읽는
재미도 좋았고.
이 책을 기점으로 '조 피깃 시리즈'가 열일곱권이나 이어진다고 하니 어서 다음권을 봤으면 좋겠다. 이 산골에 무슨 일이 또 벌어졌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