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몰락하고 역사는 과거로 회귀한다' 책표지에 씌여있는 무시무시한 경구다.
이무슨 말인가. 이미 세계화는 확고하고 역사는 계속해서 발전하지 과거로 돌아갈수없는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란다. 대체 무엇이?
세계화의 종말. 이제 세계화가 끝난다는말인데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각 나라들이 더 가까와지고 밀접해지면서 시공간을 이어주고 있어서 과거보다 더 세계화가 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것은 겉만 보는거였다. 이미 세계는 세계화라는 도도한 물결을 되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 눈앞에 북한의 위협에 시달리는 우리로서는 그 변화의 낌새를 눈치못챘을수도 있다. 이 책이 눈을 밖으로 돌리게 한다.
최근 세계사에서 쇼킹할만한 일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의 트럼트 대통령 당선이다. 두 사건 모두 실제로 이루어질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래서 그 후폭풍이 보통이 아니다. 지구상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과 과거에 비해서 빛은 바랬지만 그래도 세계정치사에 나름의 강국인 영국의 이 예상치 못한 '일탈'은 세계화가 붕괴되고 있다는 하나의 증표다.
이 두 가지 사건에 밑바닥에 깔린것은 무엇인가. 바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것이다. 그것도 이기적으로. 심한말로 나만 잘살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경제발전이 정체가 되면서 잘산다는 나라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영국은 유럽연합에 속해서 받는거보다 주는게 더 많아서 결국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받는다는 생각으로 EU 탈퇴라는 초강수를 뒀고 수년동안 재정적장에 시달리던 미국은 외국과의 무역으로 내일자리를 잃었다는 중간유권자들의 선택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막말의 트럼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던 것이다.
민주주의가 역사의 최종승자이고 경제적인 번영을 가져온다는것을 보기좋게 무너뜨린것은 중국과 러시아이다. 중국은 지구상에 몇안남은 공산당일당독재국가인데 경제성장으로 인해서 미국을 위협할 지경이고 소련이 무너진 러시아는 푸틴의 독재로 허울뿐인 민주국가가 되었다. 이들 나라가 잘나가는것은 그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를 생기게 하는것이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라는 대이아래 같이 희생하고 뭉쳐서 대응했던것은 결국 그것이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인식때문이었는데 그것이 꼭 그렇지만은 아니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억눌려왔던 각종 사회 경제적인 이익에 대한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게 된것이다.
사실 유럽연합은 그나마 잘된 경우다. 역사적으로 밀접한 일들이 많았고 그전부터 국경이 자유스러웠으며 오래전부터 하나씩 하나씩 통합해온 결과 공동의 이익에 최선의 시스템이라고 여겨지게 된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정도의 연합은 이룩하지 못했고 여러 경제적인 연합이라고 해도 결국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보지 못했던것이다. 그것이 그래도 공동의 번영이라는 대전제하에 억눌려있다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붕괴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것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최근 몇년동안 일어났던 민주주의 혁명은 그 결과를 보면 좋게 시작한것이 좋게 끝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것을 말해준다. 이쪽 지역의 여러나라들에서 민주주의의 열망이 크게 일어났지만 그것이 제대로 정착되지는 못했다. 세계화를 통해서 민주주의가 진작이 되었으면 그 열매를 얻어야하는데 여기는 여전히 안개속인것이다. 이집트, 리비아 등지에서 일어난 민주주의 혁명은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정국이 되버렸고 시리아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으로 더 복잡하게 되버렸다. 그 과정중에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그것은 유럽연합에 큰 부담으로 다가옴으로써 각국의 국수주의 세력이 강해지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것은 세계화와는 전혀 다른 일인것이다.
지은이는 미국,영국,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사정과 함께 유럽 여러나라들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까지 전세계의 상황을 폭넓게 주시하면서 세계화는 더이상 일어나지 않고 결국 종말이 온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꼭 종말이 아니라고 해도 어떤 형식으로든 이 체제가 변화가 온다고 보고 있는것이다. 세계가 세계화라는 단일대오아래 함께 행동하는게 아니라 이제는 각개약진 즉 각기 자신의 이익을 쫓아서 때로는 합치고 때로는 떨어지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었는데 진짜 세계화가 끝난다는것보다는 그만큼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우리는 사실 골치덩어리 북한이 아니라고 해도 역사적으로 우리를 힘들게했던 중국과 일본이 강대국으로 여전히 우리주위에 있고 러시아는 북한문제를 빌미로 슬쩍 한발을 내딛고 있다. 게다가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은 그동안 때때로 통상압력을 가해오긴 했지만 이번에 트럼트의 대통령당선으로 인해서 더 큰 압력에 직면해 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에 편하게 발뻗을 구석이 없는것이다. 지금 당장의 북한의 핵위협으로 인해서 세계화의 변화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자신이 그동안 세계화에 적극 동참했기에 이런 변화의 영향은 곧 받게 될것이다. 지금 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에 대한 눈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적시에 나온 책 같다.
세계화의 종말이라고 했지만 세계화가 종말이 오지 않을꺼라고 주장할 학자도 많을것이다. 그러나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고 그것이 작은 분열이 될지 거대한 붕괴가 될지는 알수가 없다. 변화는 작은것에서 오는것이니 지금 미풍일때 조금씩 대처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게 세상을 보는 눈을 넓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