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증명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동안 이른바 순수문학만 중시하고 장르문학을 가볍게 여긴 탓에 우리나라 장르문학은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저 몇몇의 선구자가 있었을뿐 국내 장르 문학은 외국 작가들이 점령한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독자들의 요구도 있고 시대적인 분위기가 한국형 장르물을 선호하기 시작해서 요즘에는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 기억할만한 작가가 있는데 바로 이 책의 지은이인 도진기다. 이 작가는 이력이 참 독특한데 현직판사로써 책을 쓴다는 점이다. 이 책을 쓸 시점에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암튼 격무에 시달린다는 판사직을 하면서 주말에만 글을 썼는데 그 밀도가 외국작가 저리가라할 정도로 괜찮은 작품이 많았었다. 그가 처음부터 전업작가를 했더라면 더 많은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

 

그런 그가 이번에 새롭게 단편집을 펴냈다. 단편집을 위해서 책을 쓴것은 아니고 여러 매체에 쓴것을 새롭게 모은 책인데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았던 사람에게 진가를 느끼게 해줄수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싶다.

 

처음으로 나오는 '악마의 증명'은 간단한듯하면서도 치밀한 계산을 한 범인과 그를 잡기 위한 검사의 머리싸움이 볼만하다. 어쩌면 실제 판사를 하면서 봤던 많은 사건들중에서 모티브를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정글의 꿈'은 뭔가 환상적이면서도 오싹함을 주는 내용이었는데 글이 의외로 정교하고 세밀한거 같았다.

 

세번째 작인 '선택'은 작가의 상상력의 탁월함을 알수있게 하는 작품이었다. 교통사고의 진실을 알려주는 내용인데 설득력있었다. 악마의 증명에서 검사로 나온 연정이 변호사로 활약하는데 이 캐릭터 은근 매력적이다. 다른 작품에도 자주 나오면 좋겠다.

 

'구석의 노인'도 아마 실제 일어났던 사건에서 이야기를 발전시킨건 아닌가싶은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다는것이 그만큼 어렵다는것과 사람 마음속은 참 알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었다. 흥미롭게 잘 읽혔던 작품.

 

'죽음이 갈라 놓을 때'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추리라기 보다는 공포물이라고 할수있는데 상황 상황이 은근하게 깨름직하고 뭔가 서늘한 느낌을 주는 내용이었다. 나쁜놈은 나쁜짓을 한 댓가를 치룬다는 나름의 권선징악적인 면도 있는 내용인데 가만 생각하면 오싹한 면도 있었다. 텔레비젼 단막 드라마로 각색하면 꽤 재미있을꺼 같다.

 

전체적으로 추리만 쓴것이 아니라 추리, 스릴러, 공포, 판타지 등 장르문학의 여러 부분을 다 맛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그만큼 작가의 능력이 괜찮다는것이 아니겠는가. 지금은 주로 추리쪽에 강점이 있는 작가로 알려져있지만 공포와 판타지 분야에서도 좋은 작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책이었는데 장르소설의 입문자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만한 책이었고 도진기 작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다른 장편 소설을 읽고 싶어하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