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정신 착란 스릴러‘

다음 사람을 죽여라
페데리코 아사트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책설명에서 '정신 착란 스릴러'라는 별명을 얻었다는데 딱 맞는 이야기같다. 스릴러가 뭐 거기서 거기라고 하는데 이 책, 내가 정신이 이상한건지 내용이 이상한건지 헷갈리게 하면서 묘한 매력을 주는 책이다.

책은 처음부터 독특하게 시작된다. 주인공인 테드가 스스로 죽으려하는데 막 죽을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문을 막 두드린다. 아마 아직 삶에 미련이 남아있었으려나. 그 무지막지한 소리에 그만 문을 열게 되고 그의 이야기에 놀라게 된다. 방문한 사람은 주인공이 죽으려는것을 알고 있고 그의 이름과 신상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죽기전에 어떤 '제안'을 하는데 그게 또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고. 고민끝에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죽을려고 모든것을 준비해놨는데 그것을 죽어라고 막는 사람이 있다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그 제안이란것도 흥미로왔다. 제안이란 기왕 죽을꺼 나쁜놈 한놈 죽이고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해라는것이다. 자살보다는 살해당하는게 남은 가족에게 더 낫지 않느냐는 그런 논리. 언뜻 들으면 착한일 한번 하고 죽으라 뭐 그런건가. 아니 죽을려는 마당에 착한일 하던 나쁜일 하던 뭔 상관이 있으랴. 아마 주인공은 조금은 살고 싶었는가보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거 보면.

어쨌든 그 제안을 받아들여서 잠시 삶을 연장한 테드는 살인을 실행하는데 알고 봤더니 그게 나쁜놈이 아니고 가족도 있는 멀쩡한 사람이었다. 날 속이다니! 그날 방에 찾아왔던 사람을 찾아나서서 결국 그의 사무실에 가게 되지만 그날의 그 제안자가 아니다. 그땐 젊었었는데 이젠 나이든 사람이다. 어찌된걸까.

그리고 테드는 다시 자살할려는 순간으로 돌아간다. 처음과 똑같이. 그리고 이어지는 누군가의 문두들기는 소리. 이건 뭐 타임슬립이야 뭐야. 뭔가 묘하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테드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서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하게 되고 어느 순간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여러 사실들. 그는 왜 자살할려고 했나.

처음에는 흥미롭긴해도 정상적인(?) 이야기로 전개가 되는데 어느새 읽다보면 뭔가 헷갈리기 시작하고 앞장을 다시 보게 된다. 현실과 환상을 왔다갔다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져서 잠시 한눈 팔면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뒷부분에서 모든 것이 밝혀지게 되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책이 제법 두꺼워서 언제 다 읽지 했는데 아주 빠르게 잘 읽힌다. 사실 복잡한 플롯도 아니고 복잡한 살인이 나오는게 아니라서 낯선 이야기 구조만 잘 따라가면 쉽게 잘 읽힌다. 지은이가 영리하게 이야기 전개를 잘 배치한 스릴러물같았다. 기존의 어찌보면 익숙한 스릴러물들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있는 책이었다. 꼭 치고박고 하지 않아도, 심리를 소재로 한 이런 정신 심리 스릴러도 충분히 스릴감을 잘 느낄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라 할만하다. 지은이가 아르헨티나 작가라는데 앞으로의 작품을 위해 이름을 기억해둘만하다. 페데리코 아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