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박물관 - 모든 시간이 머무는 곳
매기 퍼거슨 엮음, 김한영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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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갈때 그 곳의 멋을 느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지역의 시내버스를 타거나 박물관을 가보라고 하고 싶다. 시내버스는 그 지역의 현재성을 보여준다. 여러곳을 지나가면서 그 시점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그 도시의 느낌을 느끼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박물관. 박물관은 그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볼수 있는곳이다. 전문적인 테마만 전시하는 박물관이던 전체적인 것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던 박물관에 가면 그 지역의 역사와 함께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를 알수있기에 되도록 시간들여서 박물관을 가보는편이다.

 

그런데 박물관이란게 알아보면 알수록 참 다양하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흔히 그 나라의 전 역사를 전시해놓은 대규모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을 생각하겠지만 그런 큰 박물관이 아니라고 해도 소수의 주제로 집중화된 박물관도 참 많다. 우리나라만 해도 자수박물관, 방짜유기박물관, 화석박물관 등등 전문적인 주제를 정한 박물관들이 여기저기 많다. 박물관이 발달한 외국은 더 많지 않을까. 거기에 착안해서 특이한 기획이 나왔는데 바로 이 책이다. 세계의 유명한 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에게 자신이 꼽는 박물관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나온 책이다. 그중에서 독특하면서 의미있는 박물관들을 소개하는 책인데 정말 참 다양하면서도 특색있는 박물관이 많다는걸 새삼 느끼게 된다.

 

지은이들은 누구나 알수있는 큰 박물관이 아닌 나름의 소박하고 작은 박물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단일주제의 작은 박물관도 있지만 나름의 종합박물관이라고 해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호젓한 곳을 소개하고 있어서 천천히 읽어보면 그 박물관의 멋을 대략이라도 느낄수 있을꺼 같다.

 

먼저 뉴욕의 주택 박물관이 나온다. 여러 유명한 작가들이 살았던 집들을 테마로 한거 같은데 주택 박물관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설명이 길지 않고 그 주택과 관련된 인문학적인 설명과 함께 주택의 여러부분을 소개하고 있다.

 

카불의 아프카니스탄 국립 박물관에 대해서는 우선 짠한 느낌과 분노가 일어난다. 아프카니스탄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중요한 중계지역이있던 그 나라에는 참 많은 유물이 있었다. 하지만 나라의 힘이 약해서 수없이 많은 유물이 파괴가 되었는데 최근의 탈레반이 저지른 일은 수세기에 걸쳐 이룩한 인류의 문화유산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렸다.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유물만으로도 그 지역의 찬란했던 문화를 아는데는 손색이 없다.

 

파리의 인형박물관은 인형과 관련된 작은 박물관이지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곳이다. 사실 인형이란게 종류도 많고 생산지도 많아서 모으기가 쉽지 않은데 이 박물관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100년전의 인형들도 전시하고 있는게 특이하다. 지은이는 과거 20년전에 딸과 함께 처음 갔는데 이내 그 박물관의 매력에 흠뻑 빠진듯하다. 여러 역사적인 인형들과 함께 각 가족들의 좋아하는 인형을 소개하면서 박물관을 상상하게 하고 있다.

 

자그레브에 있는 이별 박물관은 참 발상이 독특하다. 말그대로 이별과 관련한 박물관인데 이별에 관해서 뭐 기념할꺼가 있나 하는 생각에서 전환한 곳이다. 박물관을 만든 사람은 처음에 연인이다가 헤어지게 됬는데 서로 주고받은 물건들을 나누다가 그것을 꼭 없앨필요가 있을까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몇 년 동안의 사랑의 증거들을 없애는건 잔인하다고 여기고 이동 전시회를 열었던것이 시초라고 한다. 어쩌면 이 물건들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은 더 사랑하게 하고 헤어진 사람은 좋은 추억속에서 마음속에 간직하라고 만든것이 아닌가 싶다. 전시물의 가치에 대해선 애매하긴 하지만 특이한 발상으로 만든 박물관이라서 인상적이었다.

 

이밖에도 총 24개의 여러 박물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다 같은 규모는 아니고 작은 갤러리 수준의 박물관에서부터 카불 국립박물관처럼 정식 공공박물관도 있고 전문적인 주제를 갖고 있는 박물관도 있다. 각 박물관을 다 소개하진 않고 작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기억속에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곳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담담하게 읽을수 있다.

요컨데 박물관 소개글이라기 보다는 박물관을 소재로 한 기행수필 정도랄까. 각 소개글이 그리 길지 않아서 짧게 짧게 잘 넘어간다.

책을 보고 아 저 박물관 가보고싶다라는 정도의 유혹적인 책은 아니다. 그렇게 할만한 분량도 아니고 그렇게 소개하고 있지도 않다. 다만 다양한 박물관을 통해서 다양한 인생과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느낄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싶다.

책의 박물관이 아니라 내 주위의 작은 박물관이 뭐가 있는지 찾아보게 하는건 가외의 소득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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