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쉽게 읽히는 책이 있다. 그 분량이 많던 적던 술술 잘 넘어가는. 이 책, 그렇게 쪽수가 많지는 않다. 그런데 잘 읽힌다. 잘 읽히는 이유는 그만큼 쉬운 언어로 공감이 가게 썼기 때문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인생이야기를 어디에서도 마주칠수 있는 그런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서 그런거 같다.

 

지은이인 오기와라 히로시는 다재다능한 재주꾼이다. 한 장르가 아니라 여러장르의 글을 잘 쓰는데 SF나 미스터리물도 괜찮고 평범한 소재의 이야기도 고급스럽게 잘 쓰는 작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인생의 그늘진 때를 담담한 어조로 그려낸 작품을 펴냈다. 6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인데 하나같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수 있는 일들에서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여러가지 느낌들을 잘 들려주는 책이다.

 

첫번째 작품인 '성인식'은 사랑하는 딸을 잃은 어느 부부의 이야기다. 마침 이 책을 읽으면서 세월호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와 겹쳐졌다. 그 무엇과 바꿀수 없는 아이...삶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그들에게 살아갈 힘도 없을 그때 그들은 생각치도 않은 일을 벌인다. 바로 딸대신에 성인식에 가는 것이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의 절절한 심정이 이 작품을 통해서 드러나는것은 아닐까싶다. 그리고 그 행위를 통해서 그늘에서 벗어날지도 모르겠고.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이야기다.

 

두번째 '언젠가 왔던 길'도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볼수 있는 이야기다. 과도한 기대로 헝클어진 엄마와 나의 사이...하지만 내가 엄마의 나이가 되었을때 어렸을때는 몰랐던 다른 감정이 이해되고 또 한편으론 용서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 모녀에게도 터널의 끝이 보이는듯하다.

 

표제작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한편의 드라마다. 이발소 주인이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파란만장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일생이었다. 인생에는 굴곡이 있다는데 이 주인의 일생이 그랬다. 작은것에서 시작해서 정상까지 갔지만 결국 그 자신의 잘못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고 이제 모든것을 정리하고 바닷가 한적한곳에 이발소를 차렸다고 한다. 사실 외부의 요인이 아니라 그 자신의 잘못으로 인생이 그렇게 된 터라 누구를 탓할수도 없다. 그저 담담히 인생을 관조하는 것일것이다. 그래도 인생의 후반부는 괜찮게 마무리하는거 같았다. 그를 찾으러 온 소중한 인연이 있었으니까.

 

'멀리서 온 편지'는 약간은 Sf적인면도 있는 이야기였다. 일에 바빠서 집에는 소홀한 남편에 뿔난 주인공이 아이를 데리고 친정집에 간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결혼전과는 달리 결혼하고 나서는 일때문에 좀처럼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남편에게 화난 상태다. 그래서 시어머니가 어디 놀러간 사이 자신도 친정에 와 버렸는데 남편은 여전히 일때문에 바빠서 달랠 생각도 못한다. 그래도 연애할땐 편지라도 자주 썼었는데. 그러던중 갑자기 메일이 온다. 그런데 말투가 이상하다. 장난인가. 장난으로 여겼지만 계속되는 메일은 내용이 심상치 않다. 머지않아 메일의 정체를 알게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중에서는 좀더 밝고 긍정적인 내용이어서 미소를 띄며 읽을수 있었다.

 

'때가 없는 시계'는 아버지 유품으로 받은 고장난 시게를 앞에 둔 장년의 아들 이야기이다. 그 시계는 이미 고장나서 움직이지 않지만 제법 비싼 시계라는 이유로 고치기로 하는데 시계수리점의 기술자가 아버지랑 비슷한 나이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각각의 시간이 뜻하는 여러 의미들. 아들은 그 시계를 보면서 아버지의 무엇을 추억하게 될까.

 

6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것은 가족이다.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가족간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추억의 이야기를 편안한 말투로 잔잔히 이야기하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덕분에 내 가족과의 옛일도 같이 생각해보게 했던 책이었다. 그늘이 있으면 빛이 있게 마련. 굴곡이 결국은 좋은 쪽으로 이어질꺼란 희망을 가져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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