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첩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사건이거나 반전이 신묘한 스릴러물이 있다. 그런 내용은 그 나름의 흥미와 재미가 있지만 그 화려함이 끝나면 쉬이 잊혀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리 독특한 사건도 아니고 반전이나 깜짝놀랄 내용도 별로 없지만 끝나고나서 오랫동안 잔상에 남는 책들도 있다. 어느쪽이 더 낫다 안 낫다 할수는 없지만 후자인 책은 읽을때 재미는 덜 해도 뭔가 애정이 더 생기는 경우가 많다. 좀더 현실적이고 가까이 있는 일인것처럼 느껴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동의안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시리즈야말로 덜 자극적이면서 현실적이고 그래서 내 이웃에서 일어나는 일같이 가까이 느껴지는 책이 아닌가싶다. 이 책은 분명 장소가 영국이다. 그것도 수도인 런던이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다. 뭐 거기나 거기나. 근데 좀 덜 도시스러운 이곳에서 일어나는일들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것은 그만큼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서 그런것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일이 일어나는 장소나 거리를 실제로 존재하는 곳에서 전개시키고 있고 등장인물도 우리가 흔히 볼수있는 인물들로 캐릭터를 잘 구축해서 좀더 내용을 편안하게 읽게 만드는거 같다.

 

주인공인 존 리버스는 때론 시니컬하기도 하고 나름의 반골기질도 있지만 마냥 상관에게 대들기만 하는것도 아니고 적당히 꽁무니를 빼기도 하고 사람들을 대할때도 무심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다.그러면서도 주어진 사건에는 철두철미하게 악착같이 달려드는 모습도 보이는데 이런 것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인물에 빠져들게 하는거 같다.

 

이미 몇편의 이야기에서 여러가지 사적인 일들이 많았던 리버스는 이번 작에서는 연인과 타투고 나서 같이 살던 곳에서 쫓겨난다. 그런데 그가 원래 살던 곳은 이미 세를 놓고 있었다! 낙동강 오리알이 된 리버스에게 연락이 끊겼던 동생이 오게되는데 얼마간 신세를 지자고 한다. 초장부터 난감한 상황에 놓인 리버스. 그런 그에게 더 큰일이 생겼으니 그와는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짝인 홈스가 괴한에게 머리를 맞아서 의식불명인 상태로 발견된다.

 

가까운 사람이 당했으니 그가 얼마나 화가 났을까. 범인을 추격하던 그에게 홈스의 검은수첩이 눈에 띄인다. 거기에는 홈스가 여러 사건과 관련된 여러 메모가 있는데 그중에서 몇줄의 짧은 메모가 그의 시선을 끈다.

메모를 근거로 사건을 추적해가면서 몇겹으로 은폐되어 온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단순한 폭행사건에서 복잡한 내력을 가진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진짜 범인을 잡기 위한 리버스의 집요한 추격이 이어지고 사건의 진실에 가까와지게 된다.

 

사실 이책에서 주인공이 쫓고있는 사건은 아주 복잡하고 괴이한 사건이 아니다.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단지 단서가 부족한 그런 사건. 그래서 오랫동안 묻힌 사건인데 이 시리즈의 묘미는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리버스와 그 주변인물이 생생하게 나타내는 모습들이다. 일단 리버스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적인 능력을 보여주는데 그 외 인물들도 흥미롭다.

 

각 시리즈마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인물들이 있는데 작가는 매 작품마다 인상적인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일종의 부주인공이라고나 할까. 이번에는 그의 단짝인 홈스가 병원에 입원해있는동안 새롭게 그를 도울 파트너로 쇼반 클락이 등장한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특히나 기억력이 좋은 클락. 이 매력적인 여경이 리버스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미 홈스라는 좋은 파트너가 있었는데 다음번에는 어떻게 관계정리가 될지 궁금해진다.

 

별로 특이한 사건이 나오지도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것도 없지만 뭔가 은근히 끌리게 하는게 이 시리즈의 장점이다. 그래서 슬쩍 발을 담그면 절대 못빠져나오게 한다. 그리고 각 시리즈는 독립된 이야기지만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서 처음부터 읽다보면 어느새 훌쩍 시간이 지났음을 느낄수 있다. 이 인물들이 다음에는 어떤 관계로 발전하게 될지 기다려지는 몇안되는 매력적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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