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이란 말이 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열을 이용해서 열을 물리친다는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다. 그래서 이 한 더위에
그 뜨거운 삼계탕을 먹는게 아니겠는가. 공포물도 마찬가지다. 뭔가 머리가 곤두서고 몸이 으스스한 느낌을 들게 하는거 자체가 더위를 이기는 한
방편이다. 물론 그런 느낌을 들게 잘 만든 작품이어야 하겠지만.
이제 책을 좀 읽는 사람들은 이른바 '미쓰다 월드'의 주인공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를 알고 있다. 그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공포와 미스터리를
이야기하는 작가. 일본 공포물의 특징답게 눈에 보이는 무서운것보다는 뒤돌아서면 뭔가 섬뜩해지는것을 느끼게 하는 작가다. 그래서 한번 읽고 나서
그 여운이 오래가는 편인데 이번에 나온 집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집이 공포의 근원이 된다! 사실 집이 어떤 공포의 대상이 되는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이 있어왔는데 미쓰다 신조는 이 친근한 집에 깃들여있는 내면의 속에 깊은 구덩이를 장치해놔서 두고 두고 뒤를 으스스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소년 코타로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것으로 시작된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코타로는 할머니와 함께 낯선 고장의 새집으로
이사온다. 그런데 이 집 왠지 전에 와본거 같다. 절대 그럴리는 없는데...아직 어린 코타로는 학교와 집 근처만 와 봤을뿐 그 전에 살던 고장을
벗어나본적도 거의 없는데 어떻게 와 봤단 말인가. 그 이상한 기시감을 뒤로한채 낯선 공간에 들어간 코타로는 곧 더 놀라운 일들을 맞이하게 된다.
이사 첫날 동네의 한 노인에게서 잘 다녀왔냐는 인사를 받게 되는데 마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듯한 인사를 받게 된것이다. 그리고 연속되는
기이한 악몽...결국 이 집이 10년전 일가족 살인 사건이 일어난곳이란걸 알게되는데 문제는 그것이 아직 진행중이란 사실이었다. 과연 코타로는
어떻게 될까. 그집에서 살아나올수 있을까.
집이란 존재는 누구에게나 아득하고 안전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게하는 공간이다. 언제든지 돌아가도 늘 그자리에서 날 받아줄 포근하고 안락한
곳. 그런데 그런 집이 내 목숨을 위협하는 공간이라면? 정말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게다가 그 집을 마음대로 떠날수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주인공인 코타로는 자신을 도울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그 집에 함몰되는게 아니라 집을 이기려고 노력한다. 아직 어린 코타로지만
차근차근 집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있게 잘 전개가 되고 있다. 책의 전반부는 코타로가 이사와서 기이한 일을 겪게 되고 그것의 비밀을
추격하는 전개라서 조금 상세하게 진행되지만 중후반이 되면서 작가 특유의 공포스러움이 점점 더 커지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해서 치닫게 된다. 종반부의
반전은 역시 이 작가가 왜 미쓰다 월드로 불리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미 나온 '흉가'와 함께 집시리즈 3부작이라고 일컬어지는데 시간상으로는 이 책이 먼저 쓰였다고 한다. 어느 편을 봐도 상관은 없는데 뭔가
점점 올라간다는 느낌이 들려면 역시 작가가 쓴 시간적이 순서대로 이 책을 먼저 보고 흉가를 읽는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마지막편이 더 기다려진다.
날씨가 더울수록 사실 책읽기가 어렵다. 왠만큼 재미있는 책이 아니라면 진도 나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 덥다덥다하면서 계속 읽게 되는 책
중의 하나같아서 더운 여름을 호러이야기로 이겨나가기에는 딱 맞는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