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조국
로버트 해리스 지음, 김홍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안타까운 역사를 보면 그때 저렇게 했으면 좋았을껄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랬다면 지금은 더 좋게 변했으리라는 아쉬움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어쩔수없지만 아쉬움이 남는 그런 마음이 투영되어서 나온게 대체역사물이다. 실제로 일어난 역사의 틀을 그대로 갖고 오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게 새로 역사를 만드는것. 일어날수 없는 일이기에 가상역사나 다름없다. 그런데 늘 좋은쪽으로만 가상역사를 쓴다면 재미가 없다. 반대로 나쁜쪽으로 역사가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은 세계 2차 대전이 연합군의 승리가 아닌 독일의 승리로 끝났다는 끔찍한 결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뭐 히틀러가 조금만 더 똑똑하고 지혜로왔다면 그렇게 되지 말란법도 없었을것이다. 이미 역사적으로 히틀러의 삽질이 어마어마했는데 몇가지 굵직한 실수만 안했다면 세상은 또 달라졌으리라는 이야기들이 많다. 이 책은 그런 여러가지 가능성있는 이론들에서 히틀러 제국의 승리를 가져와서 이야기의 틀을 만는게 아닌가 싶다. 완전 뜬금없는건 아니란 것.

 

책은 독일의 어느 호숫가에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독일 사법경찰인 마르크는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닌 어떤 거대한 것이 뒤에 도사리고 있다는것을 알게된다. 사건이 예기치 않게 흘러가고 또다른 살인 사건까지 일어나고 그의 수사를 방해하는 세력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가 된다. 그리고 하나씩 맞춰가는 퍼즐들...결국 마주하게 되는 엄청난 사실 앞에서 마르크는 독일 경찰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써 그다운 행동을 하게 된다.

 

사실 가상 역사의 배경이라고 해도 그 역사적인 이야기가 주된 것은 아닌 책이다. 그런 배경하에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쫓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일종의 추리소설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대체 역사 소설이라고 할수밖에 없는건 그 살인사건의 이면에 역사가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이 승리했다는것만 나오지 어떻게 전쟁이 전개되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안 나오지만 실제 역사에서 크나큰 대학살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시기가 바뀌어서 세계 대전 승리 이후에 실행되는걸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기에 이런 거대한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 책이 단순 추리 소설이 아닌 것이다.

 

주인공 마르크와 몇몇 인물을 제외하고 히틀러를 비롯한 중요직에 있던 실제의 사람들이 그대로 나오고 역사적인 사실들을 조금씩 비틀어서 반영해서 독일이 세계 대전에 승리했다는 대전제만 빼면 실제 역사적인 이야기를 하고있는것처럼 아주 세밀하고 치밀하게 배경을 잘 배치했다. 그런 배경하에 벌이는 살인사건의 추적. 뭐 이 부분만 보면 현대 수사물에 버금가는 형사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하나씩 벗겨지는 사실들을 통해서 역사와 미스터리가 아주 교묘하게 잘 결합된 소설이란 느낌을 갖게 했다.

 

독일 승전후의 세상을 그렸는데 그 분위기가 아주 좋은건 아니다. 우리가 보아왔던 그 전체주의 국가주의 적인 모습이 승전했다고 바뀐건 아닌 모양이다. 어쩌면 더 강화되었을수도 있을터. 히틀러의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비밀경찰과 더 많은 감시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여러가지 이유로 국민을 억압하고 있는 지금의 세태에도 들어맞는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겉보기에 민주적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개인을 압박할수있는게 요즘 세상아닌가. 독일이 승리했다는 가상 역사라곤 하지만 그 이름이 히틀러 정부가 아닐 뿐 지금 시점에서도 일어날수있는 일을 반영한 실제 배경의 역사라고 해도 큰 무리가 가지 않지 싶다. 자유가 억압된 세상에서는 어떤일이 벌어지는가를 이야기해준다고도 볼수 있는 책이었다.

 

작가인 로버트 해리스는 역사 소설을 잘 쓰는 작가다. 그런데 뭐 역사 소설만 잘 쓰는게 아니라 그냥 글을 잘 쓰는 작가같다. 분명 가볍고 유쾌한 그런쪽의 글을 쓰는건 아니지만, 뭔가 묵직하면서도 진중하지만 뒤의 이야기를 빨리 보고싶어하게 할 만큼 몰입감을 주는 글을 쓰는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작가의 이름만 듣고도 우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다. 이 책은 출간된지 벌써 오래되었지만 올해의 책같은 걸 뽑는다면 충분히 후보에 들어갈만한 괜찮은 책이다.

진득하게 논스톱으로 읽어내려가면 책 덮고 나서 짙은 여운이 남을만한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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