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스토펠레스 - 악의 역사 4, 근대세계의 악마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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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어쩌면 인류가 시작되고 끝날때까지 수레바퀴처럼 끊임없이 얽히고 ˜鰕耽?될
두가지 대조되는 개념이다.
동양사상에서는 인간은 날때부터 선하다는 성선설과 날때부터 악하다는 성악설이 있을 정도로
일찍 부터 선과 악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이것을 실제하는,무시무시한 괴물같은 존재로서 개념을 발전시켜온것은 서양이다.
특히 기독교에서의 하나님과 대비되는 존재로 악마는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고대에서 지금까지 악,악마에 대해서 그 의미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석되었는가에 대한
개념서라고 할수 있다.
이른바 '악의 역사' 4부작 시리즈인데 인간이 가진 악의 모습이 옛날부터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 4부작중 마지막권인 이 책은 비교적 근현대사에서 나타난 악의 모습을 그려서 좀더 현실감
있게 읽을수 있다.

기독교가 초기의 박해를 딛고 서양 세계의 절대종교로 자리매김한 중세에서는 악마의 존재는
절대종교를 믿기 위한 하나의 무서운 장치였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바로 악에 떨어진다는 논리로 기독교에 절대복종하게 되는 개념이었던
것이다.
그러던것이 중세 교회의 타락상을 개혁하기 위해 일어난 종교개혁에 이어, 계몽사상, 합리주의
의 등장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고 그 의미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절대 '선'인 하나님이 있는데 왜 악마가 존재해야 하고 왜 사람들이 악행을 저지르냐라는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물음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상에 근거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
다. 거기에 더해 기독교 사상을 전파하는 교회의 타락과 부정은 결국 그 종교의 궁극인 하나님에
대한 부정에 대한 반항으로 악마를 영웅시하기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기독교도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그때 선이라고
생각했던 교회의 행동이 얼마나 악으로 도배되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선의 결과를 위해 악의 수단을 이용했다고나 할까.

어찌보면 중세의 종교개혁이후로 악에 대한 인간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할수도 있다.
그전에 악마의 개념에 대해서 악마앞에서의 인간이란 한없이 나약하고 그 힘에 굴복당할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여겼고 선의 상징이었던 교회에 대해서 절대복종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종교개혁이후로는 여러가지 사상의 등장과도 관계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교회를 '개혁'했다는
의미에서 어쩌면 거대악 이었던 존재와의 싸워서 이겼다고도 볼수 있지 않을까?
이젠 악마의 존재에 대해서 더이상 무서워하고 당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것이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유물론이나 증명되지 않는것은 현상으로 볼수없다는 과학사상들에 이르면
역시 같은 이유로 악의 존재도 부정하게 된다.
그러나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은 어김없이 있는 법. 밖에 존재했던 악마가 이젠 개개인의 마음
속에 들어와 있고 또 그 마음을 통제 할수있으리라고 봤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과거보다 더 많은 악들이 생산되고 악한 행동이 행해지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정녕 인간의 선택이란 말인가에 대한 물음을 지은이는 던지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단순한 개념이었던 악이 시간이 갈수록, 역사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관점과 모습을 갖게 되고
근대이후에는 그 개념이 일부분 모호해지기까지 하고 있는 것은 악을 이용하는 인간의 의지때
문이다.
그 의지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인간의 욕심일것이다.
더 많이 가지고 싶고 더 많이 누리고 싶은 인간의 욕심. 그것이 악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끊임없
는 전쟁을 하고 있는것이다.
합리적이라고 할수있는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도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여전하며 악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더욱더 교묘하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제목은 악의 역사이고 악의 개념의 변천사에 대해 기술한 책이지만 그 속에는 악을 제어하자는
지은이의 속마음이 들어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선과 악, 그 두가지를 선택하는것은 바로 인간의 자유의지일테니깐 말이다.

비록 서양에 한정된 글이긴 하지만 고대로부터 근대, 현재에 이르기까지 악에 대한 개념의 변천
사를 기술한 이책은 굳이 악이라는 의미에서만 보는것이 아니라 서양 지성사를 보는것으로 봐도
좋을만큼 내용이 풍부하다.
악이라는 무거운 단어보다 그냥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좋을것이다.
역사적인 상황에 따라서 악의 어떻게 해석되고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잘 설명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신학,철학,문학과 여러가지 예술속에서의 모습도 추적하고 있어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개념을 쉽게 이끌어 준다.
번역도 매끄러운 편이고 장정도 좋으나 4부 자체의 분량이 만만치 않고 전체 4부작을 다 읽는다면
더 큰 참을성을 요하는 책이다.
시대별로 독립된 것이라서 1,2,3,4부 중 어느것을 먼저 읽어도 읽어내려가기에는 어렵지 않다.
악에 대한 지적인 탐구. 흥미로운 책읽기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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