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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 나와 나 사이에 숨겨진 열두 가지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외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최근 일본작가들의 작품들이 우리 독서시장에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동명 소설로 영화화까지 해서 일본 소설을 읽는게 익숙해지기 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히 한국에서의 '일류열풍' 이라고도 할수있는데 왜 갑자기 그런 인기를 얻고 있을까?
일단은 일본문학의 저력이라고도 볼수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문학도 서비스업종라는 의미에서,
달라진 독자의 기호를 잘 파악한 일본 작가들의 노력때문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시류에 영합한다느니 대중적인 인기만 쫓는다더니 문학적인 깊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올수도 있지만 어차피 대중과 유리된 작품은 박물관에서나 있을 박제된 골동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소설의 인기는 국내 작가들의 서비스정신의 부족함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도 볼수가 있겠다.
최근의 인기 일본소설의 특징으로 한다면 이미지가 세련되고 도시적이며 독자의 감수성을 잘 헤아
려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면이 있다.
가벼운듯 하면서도 어느정도 깊이가 있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 의미를 가질수 있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들도 국내에서 제법 흥행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일본의 여러 작가들의 면면을 한번에 맛볼수있는 단편소설모음집이 바로 이 책이다.
일본에서 여러 문학상을 탄 12명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들인데 호흡이 긴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로서 다양한 맛을 음미할수 있다.
뷔페긴 한데 본격적인 음식들에 앞서서 맛보는 에피타이저들의 모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 짧은 내용에도 작가들 특유의 스타일을 느끼는것은 어렵지 않다.
요시다 슈이치나 아베 가즈시게, 유이카와 게이 같은 나름대로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작가들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스타일을 짐작 할수 있는 이야기구조이다.
어찌보면 약간 짧다고 느낄수 있을것이다. 보통의 단편보다는 사실 좀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난 이 소설 모음집을 엽편소설집이라고 하고 싶다.
그리 활성화된 장르는 아니지만 단편중에서도 좀 짧은 단편을 엽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책이
그런 소설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소개된 작가들이 쓴 장편 소설을 읽기가 부담스러운데 그 작가들의 글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는 안성맞춤인 책같다.
내용은 제목인 '비밀'이라는 주제에 맞춘 글들을 모았다.
특이하게도 하나의 사건에서 엇갈리는 두 사람의 상반된 생각들을 대비해서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그중에서도 첫번째 이야기인 '진도 4의 비밀'이란 이야기가 머리에 남는다.
결혼을 앞두고 각자 옛연인을 정리하기 위해 길을 떠난 두 사람이 어설픈 거짓말을 주고받으
면서 과거의 비밀을 덮으려는 모습은 어찌보면 현재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라는 점에서 현실감이 있었고 허둥대며 거짓말을 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기
도 했다.
엽편소설인 만큼 천천히 몰입하는 스타일의 독서경향을 가진 사람은 이 책이 좀 황당할수도
있겠다.
이제 좀 잼있을라고 하는 순간에 급격히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읽는 소설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바로 읽어 내려가야 글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수 있을 것이다.
짧게 읽고 난뒤 오랫동안 여운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을 생각해보라는 의도로 쓴 글들일수도
있다. 어떨땐 긴말이 필요 없을때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여러 일본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는 가운데 나온 이 책은 기획면에서 독특하다고 하겠다.
단편중에서도 엽편에 가까운 소설들을 모았고 비슷한 주제와 양식의 소설들이라서 시간적 여유
가 없는 사람들에게 최신 일본 작가들의 맛을 보여줄수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볼수 있다.
다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호불호가 있을수 있겠고 엽편이라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
게는 그다지 인상깊지 않을수도 있을꺼 같다.
그리고 책 장정이나 번역은 깔끔하지만 분량에 비해서 약간 비싼 느낌이다.
다소 사소한 일상의 일들을 내용으로 한 소설이니 편하게 부담없이 읽어보면서 스쳐 지나갔던
일들을 생각해 보는것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