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닥터 비투스 1
볼프 세르노 지음, 강혜경 옮김 / 갑인공방(갑인미디어)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이책을 역사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모험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존의 소설과는 다른 느낌의 좀 독특한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우리가 원래 갖고있던 관념과는 좀더 다르게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딱딱한 역사적인
사실들을 이야기속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어느새 그 당시의 사실들을 쉽게 기억하게
한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는 모험소설이라고 할수있다.
주인공인 의사 비투스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떠나는 과정속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모험담들이 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비투스가 실존인물은 아니지만 그 배경이나 여러가지 일들이 역사적인 것을
바탕으로 깔고있어서 당대의 사실들이 나오기때문에 역사소설이라고도 할수가 있는것이다.
때는 16세기 유럽의 중세시대.
절대적인 교황의 시대가 서서히 지나가면서 그 권위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갖가지 추한
행동을 일삼던 교회가 뒷배경이 된다.
주인공 비투스는 간난아기때 수도원에 버려져 수도원에서 계속 살아온 예비수도사.
그러나 그에게는 신에 대한 열망보다는 바깥세상과 사물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이 더 강한
상태였다.
그러한 가운데 그를 아버지처럼 보살펴주었던 수도원 원장이 죽으면서 그의 인생도 달라지게
된다.
원장은 그가 수도원에 오게 된 사연을 말해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보라고 한다.
그래서 새장속에 갖힌 새처럼 수도원에서만 살아온 비투스는 생전 처음으로 혼자서 먼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난쟁이 톰의 흉계에 빠져서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체로 감옥에 갖히게 된다.
죄목은 '이단죄'.
무너져가던 교회의 권위를 마녀사냥이라는 수단으로 유지하면서 공포스럽게 획일적인 믿음을
강요하던 어두운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이단죄라는것은 빠져나오기 힘든 무시무시한 죄목이었던 것이다.
수도원에서만 살아왔던 그로서는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에 대한 분을 삭히지 못했던 비투스는 그러나 그 감옥에서 그 자신의 일생일대의 모험을
함께 나눌 좋은 친구인 마기스터를 만나게 된다.
종교재판관의 억지에 의해 큰 고난을 겪으려는 찰라 마기스터와 함께 감옥을 탈출하게 되고
우여곡절끝에 유랑서커스단에 합류해서 여러가지 모험을 겪게 된다.
그리고 결국 가고자했던 영국에 도착해서 그의 출생의 비밀의 단서를 찾게되는데..
주인공인 비투스는 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고의였던 자의였던간에 버려진 고아로서 수도원에서 자랐고 정식 의학 공부를 배운건 아니지만
수도원의 한 신부님에 의해 의학을 배우고 여러가지 약에 대한 지식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를테면 오늘날의 약사와 의사의 직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지식들이 그가 고난에 처했을때 헤쳐나갈수있는 유용한 무기가 되었고 그의 일생을
지배하는 직업이 되어 버렸다.
아직 젊은 약관의 나이지만 풍부한 의학,약학적 지식과 함께 선량하고 모험심 가득한 그의
성격은 책을 읽으면서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느껴졌다.
주인공의 직업이 의사로 나오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아서 그 자체로 독특한데 이 책에서는
그 직업에 걸맞게 여러가지 외과적인 수술이나 약초들, 병에 대한 치료법등이 자세하게 나온다.
소설 초입부에 개의 고름을 제거하는 작은 수술을 했던 비투스는 자기를 도와주었던 사람의
아들이 언청이 인것을 알고 그것을 바로잡는 수술을 하기도한다.
그 외에도 감옥의 간수였던 누누의 다리를 낫게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약초들을
비롯하여 많은 의학적인 지식들이 상세하게 전개된다.
물론 그 지식들은 당대에 실재했던 것들이고 그것들 중 일부는 현대 의학에서도 충분히
통할수 있는 지식들이란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지은이는 책의 첫째장에서 의학적 지식의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따라하지말라는
익살을 부려서 웃음짓게도 했다.
16세기의 약초에 대한 지식과 의료술이 이 책을 실제적으로 느끼게 하는 내적인 요소라면
중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역사적인 사실들은 외적인 요소라고 할수있겠다.
기본적으로 그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을 주로 그릴려고 한것이 아니라 모험의 배경을 설명하는
차원에서 그렸다고는 해도 당시의 교회의 타락상이나 항해술, 해적선등은 실증적이고 상세
하게 그려져서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알수있게 한다.
어차피 그 시대와 무관하게 삶을 살수는 없다는 의미에서 그런 시대적인 상황이 비투스의
모험심의 배경이 되었다고도 할수가 있겠다.
특히 그당시에 행해졌다는 백내장 수슬의 장면이나 종교재판에서 행해진 몇단계의 무자비한
고문 방법등은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비투스의 모험심과 더불어 이런 장면들이 이 책을 더욱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
이책은 전2권으로 나왔지만 전체는 3부작이라고 한다.
2부인 "캄포디오스에서 온 의사", 3부인 "닥터 비투스의 모험"이 뒷이야기인데 1부인 이 책
만 봐도 벌써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어쩌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처럼 계속해서 모험담이 이어지는 연속소설이 될지도 모르
겠다.
1부에서 모험을 시작하는 시기가 불과 20살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각권이 400쪽이 넘는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어렵지 않은 이야기 구조와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
이나 의학적인 지식들을 적절하게 잘 배합해서 쉽고 재미있게 잘 읽을수 있게 잘 지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옮긴이도 지적했듯이 감옥에서의 일상이 너무 길었고 그의 모험의
주된 이유였던 출생의 비밀을 푸는 과정이 우연에 의한것이라던가 하는것으로 좀 소홀히 다루어
진게 아닌가 하는것이다.
출생의 비밀을 푸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다면 수긍할수있겠으나 그것이 비투스가 모험을
떠나게 된 첫번째 이유였기에 좀더 세밀하게 그렸어야 했다.
그런 때문에 2부로 넘어가기전 끝장면이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는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에도 비투스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의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와 여러가지 흥미
진진한 모험들이 오랫만에 보는 재미난 모험소설이었다.
벌써부터 그의 신대륙에서의 새로운 모험이 펼쳐지는 2부가 기다려진다.
번역도 깔끔하고 책의 장정도 좋다. 분량에 비해서 가격도 비교적 싼거 같고 가벼운 재질로 인쇄한 덕분에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책이 무겁지 않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으로 나오는 비투스와 그의 친구인 마기스터의 인물 묘사는 정말 잘된거같아서
뽈때기라도 땡겨주고싶을정도로 귀엽게 잘 그려졌다.
모험 소설이라고 해서 여성 독자분들이 외면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