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 호텔
피터 니콜스 지음, 정윤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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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는 가보지 않아도 어떤 관념이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에 싱그러운 바람, 그리고 풍요로운 햇살...무언가 가슴이 뜨거워지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유혹적인 곳이다. 그런 배경의 곳에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 자체가 여유로와지지 않을까. 그 여유로운 마음으로 색다른 사랑을 해볼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지중해의 그 투명하고 색다른 바다를 배경으로 짧지만 깊은 사랑을 했다가 긴 이별의 인연을 갖게 된 연인의 이야기다. 제럴드 러틀리지는 우연히 지중해의 작은 섬 마요르카에 들렀다가 매력적이고 정렬적인 여인 루루 데번포트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번개같이 금방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운명은 이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은듯 오해로 인해 이내 헤어지게 되고 그 뒤 수십년을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던 그들이 어느날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수십년에 걸쳐 쌓여온 오해의 앙금이 그대로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결국 세상을 뜨게 된다. 처음에는 그토록 사랑했던 그들이 왜 그렇게 미워하게 되었을까. 아니 진실로 서로를 미워했을까.

 

책은 그렇게 제럴드와 루루가 다시 만나게 되는걸로 시작하는데 두 주인공이라고 할 두 사람의 만남이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게 되는데 전개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느닷없다랄까. 무슨 전개가 이래하는 찰라 왜 그런가를 곧 알게 되었다. 바로 이 책만의 독특한 전개 방식때문이었다.

보통은 시간순으로 사건이 진행이 되는데 이 책은 역순이다. 책이 시작되는 2005년도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1948년까지의 기간을 대략 10년의 주기를 두고 과거로 돌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들의 나이가 80대였지만 뒤로 갈수록 젊은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는 형식이다. 마치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처럼 갈수록 젋어지는 그런.

이런 형식은 흔하지 않은데 그만큼 탄탄하게 이어가기가 어려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책은 색다른 구조를 취했지만 전체적인 균형과 절제가 돋보이게 잘 써서 처음과 끝이 잘 이어지게 쓴거 같아서 별다른 이상함 없이 자연스럽게 읽을수 있었다.

 

두 연인이 80대가 되어서 다시 만났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만 있는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함께 산 시간보다 헤어져서 산 세월이 더 오래되었기에 각자의 삶이 있었고 이야기는 그 각자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각자 또 다른 인연을 만나서 새로운 삶을 꾸렸고 그 속에서 새로 생긴 가족들의 이야기가 3대에 걸쳐서 펼쳐지고 있는데 가까운 곳에 살았기 때문에 그 자식대에서도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는 등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그들의 만남은 길지 않았지만 끈은 끊어지지 않았고, 자신들이 아니라고 해도 그 다음 대의 아이들을 통해서 씨줄과 날줄로 이어지는 질긴 인연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속에서 짙은 사랑을 느낄수 있었고 그 사랑이 이어지지 않은것이 참 안타까왔다. 그래도 비극으로 끝나지 않은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지중해의 그 싱그러움이 그런 비극은 원치 않았을런지도 모르겠다.

 

3대에 걸쳐 여러 사람들이 나왔는데 모두 나름의 캐릭터가 잘 구축이 되어서 실제 있는 사람을 보는것처럼 생생하게 느낄수 있었던것이 좋았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록스 호텔의 주인인 루루였다. 젊었을때는 그 특유의 싱싱하고 열정적인 아름다운 지중해 여인이 느껴졌고 나이들어서도 관록이 합쳐져서 더 원숙한 모습이 그려졌다. 다만 그것이 너무 지나쳐서 넘어선 안된 선을 넘었기도 했지만.

 

책은 지중해의 작은 섬 마요르카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책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큰 요인은 이 섬에 있었다. 지은이인 피터 니콜스는 가보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해도 마치 지중해를 눈앞에 두고서 책을 읽는듯이 과하지도 못하지도 않게 적절히 이 아름다운 곳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머리속에서 지중해의 그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느낌마저 들게 했을 정도다. 인물들의 삶을 지중해라는 배경이 참 잘 맞춰준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쓴 이 책은 참 품격있는 로맨스 멜로 소설이었다. 단순히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만 있는것이 아니라 3대에 걸친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긴 호흡의 이야기여서 깊이있는 삶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독특한 전개 형식과 그 형식을 뒷받침하는 탄탄하고 잘 짜여진 이야기흐름이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임에도 흡입력있게 잘 읽을수 있었다.

 

처음에는 앞에서부터 읽고 다음번에는 뒤에서부터 읽어가면 더 깊은 맛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특이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여운이 오래가는것은 그만큼 내용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은 책을 덮고 나서 일어났다. 지중해 여행을 검색하기...책을 읽으면 그럴수밖에 없을것이다. 본격 지중해애정소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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