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 스토리콜렉터 38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스파이하면 007 제임스본드가 생각난다. 뭐 007이 아니라고 해도 많은 스파이들이 어찌보면 전형적인 모습들이다. 남자는 훤칠한 키에 멋지고 스마트한 느낌이고 여자는 이쁘고 관능미가 있으면서 유혹적인...사실 스파이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 안되기에 그냥 평범한게 좋다. 영화 본시리즈에서 첩보원으로 나온 멧 데이먼 같은 사람. 속에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모습이 첩보원으로는 적격인것이다. 어쨌든 숱하게 많은 스파이 첩보원은 날렵한 젊은이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멋진 남자도, 평범한 남자도 아니고 그냥 젊은 여자도 아닌 할머니가 등장한다. 60대 중반의 그야말로 호호할머니. 몇명의 손자 손녀들의 재롱이나 들으면서 동네 할머니들이랑 수다나 떨면서 근처 텃밭이나 일구는 바로 그 할머니!! 첩보요원의 기술은 하나도 할줄 모르고 사람은 커녕 개미 한마리 죽일 힘도 없어보이는 할머니! 이 책은 그 할머니가 스파이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책을 읽기전에는 할머니가 무슨 스파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상식적으로 할수있는게 없을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걸, 이 할머니 능숙한 스파이 같은데? 이런 스파이라면 충분히 전략적으로 길러도(?)될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1편에서 우여곡절끝에 스파이 모험을 했던 폴리팩스 부인은 일상 생활로 돌아와서 다시 보통 할머니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냥 한번의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싶었던 그 일이었는데 이번에 또 다시 스파이 제의가 온다. 이번엔 터키의 이스탐불로 들어가는것이었다. 거기 가서 어떤 여인에게 간단한 물건을 건네주기만 하면 되는 지극히 간단한 미션이었다. 은근히 흥분을 하는 우리의 폴리팩스 할머니. 간단한 일이긴 해도 비밀을 요하는 일이라서 긴장도 하지만 별탈없으리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스탐불로 잠입한다.

 

그런데 그 어떤 여인이 보통 여인이 아니었다. 그 여인은 중요한 이중스파이로 소련에서 도망쳐서 미국으로 망명할려고 하는데 그녀를 잡기 위해서 이스탐불에 그야말로 전세계 첩보원들이 총집결해있는 상태였떤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힘없고 요령없는 할머니가 접선할려한다니! 일이 안 일어날래야 안 일어날수가 없는 상황아니겠는가. 역시 예상대로 여러가지 일이 꼬이고 많은 사람들이 폴리팩스 부인과 그 여인을 쫓기 시작한다. 폴리팩스 부인이 어떤 활약으로 그 상황을 돌파할수있을까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다. 그냥 글이 술술 잘 넘어갔다. 아주 복잡한 내용도 아니고 반전은 충분히 예상할수 있으며 액션의 강도도 그리 강한거 같지 않다.

하지만 캐릭터의 힘을 충분히 느낄수 있는 내용이었다. 우리의 주인공인 폴리팩스 부인은 비록 할머니이긴 하나 살아온 삶에서 축적된 지혜가 대단한 사람이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실의에 빠지지 않고 긍정적으로 혜쳐나가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스파이가 갖고 있는 기술도 가지지 않고 힘없는 노인이지만 그 불굴의 정신력으로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면서 극을 이끌어가는것이 내용에 잘 드러난다. 그야말로 할머니의 힘이다.

 

시대적인 배경이 70년대 냉전의 시절이라서 미소가 대립하던, 공산당이라면 치를 떨던 그 시절이다. 그래서 책 내용중 그것과 관련된 것이 나오면 요즘 기준에서 본다면 뭔가 어색하고 이해가 잘 가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오히려 그것이 더 특색있게 느껴졌다. 내용중에 악당들에게 쫓기면서 터키의 여러 지방으로 가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중간 중간 터키의 풍습이나 역사적인 모습을 알수있어서 이채로왔다. 결국 고생끝에 악당을 물리치고 임무를 완수하게 되는데 할머니의 신나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서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아주 정교하고 날카롭고 무거운 분위기의 정통 첩보물이라기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느낌으로 기분좋게 유쾌하게 읽을수있는 액션활극모험 첩보물이라고 할만하다. 그래서 조금은 개연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을 금방 믿는다거나 중요한 순간에 우연이 겹친다거나 하는것은 사실 좀 아쉬운면이다. 하지만 이 책이 시리즈라니 뒤에 나오는 작품에선 그런면에서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지은이인 도로시 길먼은 이 작품을 그 자신이 할머니가 되어서 세상을 뜰때까지 35년동안 열네편의 시리즈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럼 이제 12편이 남은 셈이다. 벌써 폴리펙스 할머니가 그리워진다. 오지랖넓지만 푸근한 그 할머니가. 할무이~ 어서 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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