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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사자 1 ㅣ 블랙 로맨스 클럽
송주희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아마 글자라는 수단이 발명된 이래로 수없이 이야기되고 노래된 주제다. 어찌보면 진부하지만 그래도 늘 새롭고 늘 신선하고
늘 호기심이 가는것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늘 겪는 이야기라서 그런게 아닐까. 사랑하고 이별한 다음 또 다른 사랑을 해도 늘 다른 느낌이 들듯이
말이다.
웹소설로 나름의 인기를 끌었던 송주희작가가 이번에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펴냈는데 배경이 좀 독특하다. 바로 신들이 나오는 신들이
사랑이야기다. 수메르 신화와 북유럽 신화를 결합해서 좀 더 현실적인 배경으로 재창조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내용이 진전되는거 보니 그리스
신화랑도 좀 연결되는거 같고...아무튼 하늘이 주된 장소인 특이한 배경의 로맨스 소설인데 등장 인물들이 인간과 다름없이 사랑도 느끼고 질투도
하고 싸움도 하는 그런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다.
책표지에 나와있는데로 주인공은 남자 하나 여자 하나다. 신중에서도 왕인 오빠 카옐, 그리고 그런 오빠의 비호아래 키메라들의 나라를 통치하는
그림자왕국의 여왕 헬. 이 둘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카엘은 헬이 너무 너무 너무 사랑스럽고 그녀가 어떤일을 해도 다 용서가 된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안달인 상황. 뭔가 정상적인 오빠 동생 사이라고 하기엔 좀 이상하게 느껴질만한 사이. 그런 카엘에게 헬은 정답게 굴기는 커녕 미워하고
미워하고 또 미워한다. 댜체 이 둘의 관계는 무엇이지? 의문을 생기게 한 채 내용은 전개가 되고 이 둘의 전선은 팽팽한 긴장감을 돌게
한다.
그러던 중 이들의 아버지이며 이 세상의 창조자인 아누는 자신과 꼭 닮은 '아담'이라는 인간을 창조하고 '에덴'이라는 땅을 준다. 그 소문이
천상계에 퍼지고 호기심어린 신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여기에 헬이 빠질수는 없을터. 아담이 대체 어떤 존재인데 그리 난리일까하면서 보러 갔다가
그냥 빠지고 만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도 관심이 갔지만 그녀에게 그 누구보다 따뜻하게 친절하게 대했기에 그리 빠진것이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아담을 자신의 나라인 세올로 데려오게 되고 그것으로 이 세계에 큰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책의 배경이 되는 천상계는 신화를 적절히 잘 차용한거 같다. 여기에 신들과 반목하는 거인족도 등장하고 그밖에 난장이족 그리고 헬이 다스리는
키메라들도 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신화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그것이 잘 뭉뚱그려져서 주인공들이 좀더 신비로우면서도 특색있는 캐릭터로 잘
그려진거 같다.
배경이야 어떻든 이 책은 기본적으로 로맨스라고 했다. 그런데 이 로맨스가 뭔가 처연하기도 하고 절실하기도 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그것이 잘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헬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카엘은 그야말로 헬에게 문전박대를 당하다못해 저주어린 시선을 받는다. 평범한 안부의 대화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뭐가 좋다고 늘 미소를 잃지않고 화내지도 않으면서 끊임없이 헬의 주위를 맴돈다. 그저 바라만 볼수만 있어도 좋다는듯이.
헬 역시 크게 다를바없다. 본디 아버지 아누에 의해서 만들어졌으나 축복받은 존재가 아니라서 흉측한 몰골로 태어났다. 그래서 누구도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고 그 아버지또한 외면했다. 그의 오빠 카옐을 빼놓고. 그 뒤로 뼈를 깎는 고통속에서 자신을 가꾸어서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얼굴로
재탄생했으나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이미 그 옛날 갖은 고통속에서 마음을 닫아서 그랬으리라. 그런데 카옐은 걸린다. 무척이나
미워하지만 그 반대로 그가 없으면 뭔가 안되는거 같다. 이건 또 뭔 마음일까.
책은 정말 처절하다는 느낌이 올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다. 떨어지라고 난리를 쳐도 절대 떨어지지않는 카엘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그런 그를
죽어라고 내치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그를 향한 마음이 있는듯한 헬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아 정말 처절하구나 그정도로 사랑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재미난 이야기였다. 신화속 이야기를 배경으로 해서 좀더 신비롭고 특이한 느낌을 들게 했고 중간 중간 나오는 신화적인 이야기들이
글의 특색을 더 한거 같다. 각 케릭터들의 성격이나 행동이 잘 구축이 되어 있어서 글을 읽는데도 뭔가 그림이 연상이 되는듯이 생생한 감을
주었다. 그중에서 역시 헬의 모습이 제일 사랑스러웠다. 사랑과 정을 갈구하는 그녀에게 진정한 마음을 주는 사람들에게 그녀가 대하는 행동은
순수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마음을 닫고 있었기에 표현 하는 방법이 서툴렀는데 그 서툰 마음의 표현이 오히려 순진하고 이쁘게
보였던 것이다. 이 책은 헬의 그 사랑스러움이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을 유지한 힘이 아닌가 싶다.
신화를 배경으로 했지만 복잡하게 설정한것은 아니라서 크게 문제될것은 없었으나 도입부에 좀더 세계관이나 배경 묘사를 충실히했으면 좋았을꺼란
생각이 든다. 뭔가 이야기가 이어지는게 어색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헬과 카옐은 캐릭터가 좋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좀 약하게 구축이
된거 같았다. 용두사미비슷한 느낌이랄까. 특히 아담의 경우 헬에게 카옐 다음으로 중요한 남자였는데 퇴장이 밋밋하게 된거 같아서 아쉽다. 아담의
그 부드러움을 좋아한 독자들은 좀더 좋게 끝났음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만하다.
제일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은 자신을 가르키는 단어로 '저'라는 단어를 썼는데 왜 생뚱맞게 그런 단어를 썼는지 모르겠다. '내가, 나한테'
이런식의 인칭을 쓰면 될텐데 '저가' 이런식으로 표현해서 상당히 거슬렸다. 작가 특유의 문체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독성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방식이어서 왜 그리 표기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아쉬운점이 있긴 했어도 재미나게 읽을수 있었던 로맨스 이야기였다. 평범하지 않은, 슬픈듯 처절한 사랑이야기가 가을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