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전쟁 - 호메로스의 서사시 그 이면의 역사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최파일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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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년전에 '트로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인데 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이었던 '브래드 피트' 의 색다른 면을 발견할수도 있었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오랫동안 트로이 전쟁에 관해서 별 신경을 안 썼던거 같다.  

트로이 전쟁이라...기억을 더듬어보면 '트로이 목마'가 생각난다. 아마 누구나 그럴것이다. 그리스와 트로이가 전쟁을 했는데 트로이가 거의 이긴 경기에서 그리스가 트로이 목마를 이용해서 전세를 역전시킨다는 것. 이 인상적인 내용이 트로이 전쟁의 기억에서 대부분을 차지한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같은데서도 거대한 트로이 목마가 가장 중요한 장치로 나타난다. 딱 이야기 꾸미기 좋은 소재가 아닌가.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대체로 트로이 목마의 존재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본다. 즉 실제하지 않았다는것이다. 그러면 트로이 목마가 주는 뜻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기만'이다. 사실 트로이 목마 자체가 속이는것 아니겠는가. 바로 그런 기만전술을 그리스가 쓴 것일것이다. 그것이 트로이 목마라는 암호명이던 어떤 은유적인 표현이던간에. 그리고 그런 기만술은 그 이후에 여러 전쟁에서 나타 났다. 한니발의 작전에서나 고대 로마시대의 전투에서도 나타났었다. 멀리 서양을 예로 들지 않아도 우리 이순신 장군도 왜군과의 전투에서 거짓으로 패한척 달아나다가 숨어있던 아군과 협동해서 적을 섬멸하지 않았는가. 

이 책은 이렇게 기존에 알려진 신화로서의 트로이 전쟁을 좀더 사실적인 내용으로 역사적인 의미에서의 트로이 전쟁을 밝혀준다. 처음에 책을 읽어내려갈때 트로이 전쟁에 대해서 그 시대에 대해서 참 무지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게 이 전쟁이 일어난 시기가 '청동기 시대'란다. 청동기라..청동기라..금방 개념이 잡히진 않는다. 지금부터 수십년 전에 일도 가늠이 잘 안되는데 청동기 시대라고? 역사상 청동기 시대라면 기원전 3000년전후가 된다. 바로 우리의 고조선이 건국한 시기 비슷한 시대인것이다. 그때, 그리스에서 나라의 운명을 건 전쟁이 벌어졌다는것이다. 

이 청동기 시대라는게 중요한 포인트다. 대량 전쟁이 가능해진것은 현대에 이르러서고 수백년전에도 전쟁이란것이 요즘의 관점에서는 그리 큰 규모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으로부터 수천년전의 전쟁이란건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이야기책에서 들었던 10년 전쟁이란것이 이 당시에는 불가능했다는 말이다. 그때의 경제규모나 생산력에서 그렇게 오랜 기간 전쟁을 수행하기에는 어려웠을것이다. 어떻게보면 국지적인 전투가 간간히 벌어진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고고학적인 성과에 의해서 트로이 전쟁의 실체는 대체로 인정되고 있지만 여러 이야기에서 보이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트로이 전쟁이 유명해진것은 그리스 시인 호로메스의 '일리아스' 와 '오딧세이아'덕분이다. 이 책에서 트로이 전쟁에 관한 여러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이 책들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했다. 이미 그 당대에 그리스 국민들이 즐겨 암송할 시가 되었고 그 뒤 그리스 문화의 정수가 됨은 물론이고 유럽의 문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어떻게 보면 이 시인의 그 멋진 시를 읽고 트로이 전쟁에 관한 꿈을 꾼 사람이 한두사람이 아니다. 고고학자가 된 사람들 중에서도 어렸을때 이 시를 읽고 신화를 현실의 꿈으로 꾼 사람이 있으니까. 

이 책의 부제인 '호로메스의 서사시 그 이면의 역사'에서 보듯이 지은이는 호로메스 시의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 대체로 호의적인듯하다. 시 내용의 사실성에 대해서 부연설명한다고 할까. 비록 호로메스가 서사시를 쓴것이 수백년이 흐른 뒤이지만 그 서사시 자체가 마냥 머리에서 창작된것이 아닌 당대의 기록을 토대로 쓰여진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것이다. 사실 시라는 형식 자체가 어느정도 비유와 과장 은유 기법이 있기에 역사적 사실을 시로 표현한것은 그냥 기록물과는 다르긴 할것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수천년 뒤의 현대인이 수백년뒤의 그리스 시인보다는 트로이 전쟁에 대해서 아는것이 많진 않을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그래서 일리아스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이 마치 진짜 존재했던 사람들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일리아스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은 실체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트로이 전쟁 자체를 부정하는 역사학자도 있는 판국에 이름쯤이야. 그러나 지은이는 이름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 이름의 인물이 행한 행동을 본다.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이 아마멤돈이 아닐수 있지만 어쨌던 그리스군 총사령관은 있었단 그런거 말이다.

책은 참 여러모로 읽기가 좋다. 글 자체가 역사적인 사실을 이야기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잘 쓰여진거 같아서 트로이 목마만 들어본 사람들에게도 크게 어렵진 않다. 고대사에 대해서 낯선 사람들 위해서 고대사와 고고학에 관해서 짧지만 이해 깊은 글도 앞부분에 있어서 책을 읽어내려가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는 배경 즉 그리스와 트로이의 시대적인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다. 그러면서 천천히 전쟁이 일어나는 과정을 마치 소설 보듯이 이야기 하고 있는데 트로이 전쟁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흥미있는 책일꺼같다. 

물론 이 지은이가 이야기 하는 것들이 다 사실은 아닐것이다. 트로이 전쟁에 관해서는 이설이 많으니까 어떤것이 딱 맞은 사실이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수천년전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읽어보기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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