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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기가 막히다라는 말, 꼭 부정적으로만 쓰이는 말은 아니다. 정말 멋지다라는 뜻으로 쓰일수도 있는 말인데 이 책, 그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소설이다.
550여쪽에 이르는 긴 분량의 책이지만 정말 속도감있게 빨리빨리 잘 읽힌다. 물론 기본적으로 읽는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해도 다른 책들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읽을수 있는것이다. 그만큼 재미있기도 하고 몰입감이 좋다는 말일것이다.
이야기는 그냥 우연히, 말 그대로 '우연한' 사건에 의해서 시작된다.
어느 마을을 지나치고 있던 주인공 잭 리처는 세탁소에서 한 여성의 세탁물을 들어주는 호의를 베푼다. 그런데 그 호의가 시발점이었다. 그 여성을 노린 악당들에 의해서 같이 납치당하게 된다. 얼떨결에 따라잡힌 잭.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탈출을 노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 여성의 존재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걸 알게된다. 잭과 여성을 구하기 위한 미연방수사국의 구조작전도 활발히 진행된다. 하지만 납치집단은 여러가지 수를 다 계산하고 이들을 압박하게되는데 과연 그들은 무사히 탈출하게 될것인가.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한 줄거리다.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추리소설은 아닌 대신에 빠르고 명쾌한 전개와 강력한 액션, 짜릿한 스릴러로 시선을 잡는 책이라고 할수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잭 리처가 전국을 방랑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모티브로 한 책인데 시리즈물이다. 그런만큼 주인공인 잭의 존재가 이 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그런점에서 지은이는 잭 리처라는 캐릭터를 참으로 매력적으로 잘 그려냈다
당당하면서도 침착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하며 냉정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
게다가 덩치도 크면서 날렵하고 두뇌회전도 빠르며 체력도 무척이나 강하다. 하지만 나름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는 고독한 남자.
어떻게보면 인간같지 않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사람같아서 실존하는게 의심스럽긴 하지만 어쨌던 아주 멋지고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고 그런 인물이 성공적으로 잘 그려졌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수 있을것이다.
물론, 인물면에서만 좋게 본다고 해서 좋은 책이라고 할수는 없을터.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이고 크게 반전이라고 할꺼도 없고 아주 극렬한 사건도 없는 어찌보면 평범한 사건임에도 잘 읽히는 것은 그 단숨함을 극대화시켜서 촘촘하고 짜임새있게 구성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작은것이라도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미국 문학의 저력이라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너무 복잡하면 전체적으로 완성도 있게 만들기도 힘들고 읽는 독자가 따라가기가 힘들수도 있다. 오히려 이렇게 단순하지만 강력한 짜임새로 몰입을 하게 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데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능력일것이다.
그런면에서 지은이인 리 차일드, 참 이쁘게 보인다 글 잘 써서.
이 시리즈의 첫번째작은 1인칭이었는데 이번엔 3인칭으로 좀더 객관화되면서 시선이 넓어진거 같다. 시리즈가 벌써 13부작까지 나왔다는데 매 작품마다 이렇게 재미나고 완성도 있게 내용이 이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괜찮다. 비슷한 내용과 형식이 이어진다면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는게 스릴러 액션물인데 나머지 소설들은 그 한계를 어떻게 벗어날지 궁금해진다.
책은 잘 만들어졌다. 번역도 크게 이상한 부분은 없고 오탈자도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제본이나 책 상태도 괜찮고 책 겉표지의 문구처럼 아주 스타일리리쉬하게 잘 나온거 같다.
되는것도 없고 안 되는것도 없는 이 답답한 시절, 화끈하면서도 시원하고 기분을 마구 마구 상승시키는 이 기막힌 소설, 어서 책을 들으시라. 통쾌함,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