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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선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흥미진진하면서도 왠지 찜찝하고 불쾌한 듯한 느낌이 드는 책.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딱 들었던 느낌이다. 책에서 손을 뗄수없게 몰입감을 주면서도 끔찍한 죽음에 이르는 길을 참으로 자세하게도 묘사를 해서 그 부분을 잘 읽어야하나 건너뛰어야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늑대의 제국'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특급 스릴러작가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가 이번엔 악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인간성을 시험하는 스릴러를 들고 왔다. 대학입학시험에 철학적인 논술술시험을 치르는 나라출신이어서 그런지 왠지 철학적인 주제가 가미된 소설을 잘 쓰는 그랑제다. 이번책은 좀더 폭넓게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인간이 가진 악한 본성에 관한 것인데 과연 인간이 악을 가지고 태어나는것인가 아니면 살아가면서 악을 키워가는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다.
르베르디라는 인물이 있다. 무호흡 잠수챔피언으로 유명했던 그가 동남아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잡혀서 살인혐의로 사형에 쳐해질 운명에 직면하게 된다. 모국인 프랑스에서 떠들석한 관심 사항이 되었는데 여기에 묘한 흥미를 가진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3류기자인 마르크다.
그 자신이 과거에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큰 정신적인 고통을 갖고있었던터라 과연 르베르디의 살인의식에는 어떤것이 작용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모든 기자와의 인터뷰에 거부하고 있는 르베르디에게 접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새로운 의욕에 불탄 마르크는 곧 방법을 마련하는데 그것은 '엘리자베트'라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서 르베르디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외부와의 접촉들 차단하던 르베르디가 이윽고 반응을 보이고 이 희대의 살인마와 가공의 여인으로 위장한 파파라치 출신 3류기자간에 팽팽하면서도 긴장된 게임이 시작된다. 르베르디의 지시에 따라서 살인의 현장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마르크. 거기에는 그가 상상도 못할 끔찍하고 잔인한 악의 본성이 있었다.
그곳을 르베르디는 '검은선'이라고 불렀다.
북회귀선과 정도 사이에 또 하나의 선. 시체와 공포가 푯말처럼 이어진 선. 그곳의 실체를 확인한 마르크는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도망을 치지만 르베르디의 망령은 마르크를 옥죄어오는데...
어떻게 보면 그리 독특하지는 않은 소재였다. 하지만 그랑제 특유의 문체는 한번 책을 잡으면 손을 떼지 않게 하는 강렬한 유혹이 있다. 르베르디와 마르크가 벌이는 초조하면서도 은근한 심리게임.
점점 르베르디의 머리속에 가까이 다가가는 마르크를 보면서 같이 떨리고 같이 궁금해했다. 그리고 드디어 드러난 악의 실체에 대해서 마르크못지 않게 무서웠을것이다. 무엇보다 사람을 죽이는 그 방법이 워낙 자세하고 실제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상상조차 하기 끔찍했다. 지은이인 그랑제가 과연 그런 살인 방법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는지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정말 실제로 있는것인지 실험해볼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두권 합해서 800쪽에 가까운 두꺼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게 하지 않고 팽팽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칫 지루해질수 있는 구조를 끝날때까지 흥미진진하고 세련되게 서술하고 있다. 결국 극의 완성도를 잃어버리지 않았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은 또다른 반전과 충격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악을 피하고자 했던것이 결국에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할까나.
이 책은 인간의 악은 과연 어떻게 태어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을 하게 했다. 성선설인지 성악설인지. 이 책에서는 두가지 모두의 경우가 나온다. 이유있는 악과 이유없는 악.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런 마음이 없을까. 누구를 너무나 미워한 나머지 정말 잔인하게 죽이고 싶은 마음이 없을까.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스릴러 형식으로 쓴 이 소설은 참으로 정교하고 깊이 있는 내용이었다.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기전에는 놓을수없으니 꼭 여유있는 시간에 읽기 바란다. 그리고 되도록 낮에 읽어라. 밤에 읽었다가는 악의 끔찍함과 무서움에 몸서리쳐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