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류진운 지음, 김태성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공급이 수요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라서 늘어나는건 당연한 이치지만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기도 하는것도 경제의 한 원리다. 그전에는 없던 어떤것이 공급되면 그것을 얻기 위해 수요가 생긴다는 뜻일것이다.

그런 경제원칙을 적용해본다면 말이란것도 마찬가지일꺼 같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지금처럼 수다스러웠을까? 아니면 조용했을까? 아마도 더 조용하고 말수도 적었을것이다. 현대로 오면서 사람들의 접촉과 이동이 자유롭게 됨에 따라 더 많이 말이 많아진것이 사실이다.

그것을 더욱더 키운것은 바로 손안의 전화기인 '휴대폰'의 등장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도 편하게 이야기할수 있고 그때그때 빨리 연락할수있으니 더욱더 말이 늘어날수밖에 없을것이다. 휴대폰이 없다면 불안해진다는 사람들도 제법 있을 정도로 이미 일상에 깊숙한 영향을 끼치는 기기이다.

이 책은 그런 휴대폰으로 인해 말을 하게 되고 그 말때문에 인생이 달라지게 되는 것을 위트있게 그려낸 책이다.
무대는 중국. 주인공인 옌셔우이는 TV프로그램 '진실을 말한다'의 인기사회자로 이른바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말과 유머감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람인데 말로 먹고 사는 그도 결국 말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바로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들키게 되는것이 핸드폰때문인것이다. 핸드폰으로 편하게 거짓말을 했지만 그는 핸드폰의 친절함을 간과했던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처럼 위치추적기능이라도 있었다면 더 빨리 들켰을지도 모를일이다.

옌셔우이는 거짓말이 들킬까봐 전전긍긍하지만 핸드폰을 포기하지는 못한다.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고 그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없앨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처음 궁지에 몰렸을때 그만뒀어야 했다. 욕심이 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내와 이혼하고도 정신 못차리고 또다른 연인에게 거짓말이 들킬까봐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던 그도 결국 핸드폰을 던져버리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옌셔우이의 거짓말의 원인은 바람을 피는것 때문이었다. 어떻게보면 나쁜 사람인데 그것이 밝혀지는것을 모면하고자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장면을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그때문에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지만 내 생각엔 좀더 고생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의 행동때문에 여러사람이 마음 고생했기 때문이다.

현대 중국 소설가의 책은 그리 잘 읽지 못했는데 요즘 중국에서 주목받는 작가답게 재미있는 책이었다. 휴대폰을 매개로 사람이 하는 '말'을 다루었는데 전체적으로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내용이었고 속도감있게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배경이 공산당 치하의 중국이지만 별로 이질감없이 잘 읽을수 있었다. 끝까지 글의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작가의 역량이라고 할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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