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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폰네소스 전쟁사 ㅣ 현대지성 클래식 72
투퀴디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던 냉전 시대에는 진짜로 전쟁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조바심 내면서 살던 시절이 소련이 무너지면서 드디어 평화가 오나 싶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 위협이 감소했을 뿐, 여러 나라들 사이의 전쟁은 계속 되었다. 각종 전쟁과 테러로 인해 수 백만의 사람들이 죽고 다쳤는데 인간들 사이의 평화란 참 쉽지 않겠구나 했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나라 간의 확정된 국경은 지켜지는 것이 굳어졌으나 최근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등으로 지구촌에는 다시 전쟁의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다.
사실 인간은 그 욕심과 망각 때문에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도 또 똑 같은 행동을 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그것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일들은 과거에도 수 없이 봐 왔는데 오늘날 강대국 간의 전쟁이나 대립은 이미 천 년 도 더 전에 비슷하게 일어났으니 그 한 예가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다.
이 전쟁은 간단하게 말해서 기존의 강대국이었던 스파르타에 신흥 강대국이었던 아테네가 대립하면서 일어난 전쟁이다. 이런 형식은 역사상에서 그동안 수 없이 봐 왔다. 나누고 절제하는 나라가 없고 모든 것을 독식하다가 힘을 기른 다른 나라에 또 모든 것을 독식하고. 그렇게 계속 새로운 세력과 다툼을 하는 것이 역사상의 반복된 일이었다. 과거를 통해서 교훈을 얻자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테네는 잠재력이 있는 국가였다. 그것이 언제 어떻게 발현 될지 관건이었는데 역량을 드러낼 기회가 왔다. 바로 페르시아의 침공이었다. 이 전쟁에서 그리스 국가들은 단결해서 페르시아를 물리쳤는데 그 선두가 스파르타와 아테네였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 아테네가 제국의 위상을 갖게 되자 스파르타가 불만을 갖게 된다. 아테네가 그리스 전역에 자신의 민주정을 확산 시키자 과두정이었던 스파르타에게는 위기가 되는 것이다.
결국 기존 강대국이었던 스파르타에 신흥 국가인 아테네가 도전하는 모양이 되면서 나중에 전쟁이 터지게 되는데 이것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이 책은 그 전쟁을 기록한 역사책이다. 전쟁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전개가 된다. 때로는 스파르타가 이기고 때로는 아테네가 이겼다. 그들을 지지하는 각각의 동맹 국가들도 힘겨운 싸움을 이겨갔다. 전쟁만 한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평화도 이어졌다. 그러나 전쟁은 끝을 보자는 분위기였고 결국 페르시아의 지원을 받은 스파르타가 승리하게 된다.
사실 단순하게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이겼다고 말하는 것이지만 당대 많은 나라들이 상관이 있는 전쟁이어서 국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리스 동맹군과의 싸움에서 진 페르시아가 뒤에서 스파르타를 지원한 것은 잘 모른다. 페르시아의 입장에서는 비록 한 번 졌지만 국력이 완전 소진된 것은 아니었다. 이제 전면전을 하기 보다는 적들 내에서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었기에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을 잘 이용했다. 강한 군대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인구나 경제 면에서 약점이 있는 스파르타는 페르시아의 지원 덕으로 결국 승리를 한다. 하지만 전후 페르시아와 싸우게 되고 페르시아는 아테네를 비롯한 반스파르타 동맹을 맺어서 스파르타를 굴복 시킨다.
이 전쟁의 최후 승자는 누구일까. 단순하게 스파르타가 이겼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이 약해지면서 스파르타는 계속 쇠락하고 아테네도 국력이 약해졌다. 그 난리 속에서 조용히 힘을 키운 나라가 바로 마케도니아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그 나라. 힘을 키운 마케도니아가 필리포스2세 때 그리스 전역을 손에 넣었고 그 뒤를 이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대제국을 건설하게 되는 것이다. 전쟁의 여파는 그리스 전체 도시 국가들 뿐만 아니라 외곽에 있던 페르시아나 마케도니아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의 오래된 전쟁이라서 잘 모를 수도 있는데 '투키디데스' 에 의해 쓰여진 이 전쟁사 덕분에 당대의 일을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 고향이 아테네라서 아테네 편향으로 쓴 책이 아닐까 하지만 당대의 일을 비교적 중립적으로 객관적인 사관을 가지고 썼기에 오늘날까지 고전으로 대접 받고 있다.
사실 이 전쟁은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것이 아니라 30년에 걸쳐서 전쟁과 휴전을 반복했고 각기 맺은 동맹도 많고 계기를 바꾸게 되는 전투도 많아서 사실 좀 복잡하다. 기본의 스파르타에게 아테네가 도전한 형식이 되었지만 그 상황을 외교적으로 잘 풀지 않고 전쟁을 택한 것은 결국 더 많은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다. 승자는 스파르타였지만 그 자신이 제국을 운영할 능력이 안 되어서 스파르타 제국이 오래 가지 못했던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리스 역사에서 유명한 고전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어서 그런지 국내에 출간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관한 책이 별로 없다. 그 와중에 이번에 새롭게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 책은 그래서 귀한 책이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수 백개의 각주와 해설을 통해 내용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하고 명화, 지도, 연표, 연설 등의 자료가 풍부해서 책을 더 가치 있게 한다. 내용이 방대해서 쉽게 읽기는 어렵지만 차근차근 읽어 내려간다면 이 전쟁의 깊은 속살까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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