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왕관 - 유럽 왕실을 뒤흔든 병의 연대기
여지현 지음 / 히스토리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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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 인물이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지에 대한 논쟁이 있긴 하지만 민주화된 현대보다 왕의 권력이 컸었던 과거에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절대자의 능력을 통제 했던 것은 바로 질병이다. 생명체는 어떤 존재이던지 병에 걸리게 되지만 한 나라를 경영하는 왕이 건강하고 안 하고는 역사가 달라진다. 좀 더 건강했다면 좀 더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해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아쉬운 순간들이 몇 있는데 그 중에서 세종 대왕과 정조 대왕을 들고 싶다. 

조선 초 문물이 흥 했던 것은 세종 문종 치세로 끝이었고 세조 시대 이후로 그만큼 발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던 세종이 좀 더 건강했거나 더 살아서 좀 더 튼튼한 왕권을 물려줬다면 더 많은 제도가 발달하지 않았을까. 정조가 자신의 아들이 청년이 될 때까지라도 살아서 역시 제대로 된 왕권을 물려줬다면  그 뒤의 세도 정치가 오지 않고 결국 망국으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이렇게 한 인물이 당대를 바꿀 수 있는 시대에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유럽의 여러 왕들의 예를 들면서 그들이 걸린 병으로 인해 결국 나라와 유럽의 역사를 바꾸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선 처음에 1차 십자군 운동으로 세워진 예루살렘 최후의 보루라고 할 '보두엥 4세'의 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는 이슬람 세력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던 왕국을 제대로 방어해 낸 왕이었다. 그런 그가 걸린 병은 한센병. 이른바 나병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현대에 와서 치료법도 생기고 더 이상 큰 병이 아니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에게 저주 받은 병이자 불치병이었다. 보두엥 4세는 그런 병이 있었지만 뛰어난 능력으로 왕국을 보존하면서 이슬람 세력을 견제했다. 그가 23살의 짧은 나이로 죽지 않았다면 왕국은 더 존속했을 것이다.


루이 14세는 흥미로운 왕이다. 프랑스의 국력을 크게 키운, 태양왕 이라고 불렸던 이 왕은 그야말로 질병 종합 세트라고 할 정도로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각종 병에 시달렸다. 보통 이런 경우 일찍 죽기 마련인데 의외로 76세까지 오래 살았다. 천연두, 홍역, 성병, 열병, 청력 상실, 항문 누공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병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프랑스의 정치적 위상을 높인 것을 보면 대단한 능력자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이렇게 병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의학과 관련 산업이 발달했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무료 치료를 확산 시켰다. 


영국의 최전성기를 만든 빅토리아 여왕은 혈우병의 인자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여왕이 그 병으로 고생 했다기 보다는 그 유전 인자를 전 유럽으로 퍼트린 장본인이다. 유럽은 왕실 간의 복잡한 혼인 관계가 있었는데 이 혈우병 인자가 그렇게 퍼진 것이다. 제일 유명한 것은 제정 러시아 최후의 황제인 니콜라이 2세의 아들이다. 혈우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라스푸틴'의 말에 현혹되어 국정을 소홀히 한 결과 혁명이 일어나서 제국이 무너지게 되었다. 아들이 혈우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유럽의 역사가 달라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책은 이렇게 여러 왕들의 질병을 통해 역사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책에 나온 인물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해도 역사의 흐름을 바꾸지 않았을 수도 있고 좋은 방향이 아니라 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다.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긴 하지만 왕의 역할이 컸던 당시의 시대상으로 볼 때 왕의 질병이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왕의 질병에 대해서 잘 몰랐던 사실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운 주제였고 기대했던 책이었지만 읽기가 쉽지 않다. 비문이 많고 길게 쓴 문장도 많은 등 내용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글쓰기에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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