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야기를 읽는 밤 - ‘빵과 서커스’의 시대에서 ‘빵과 잠’의 시대를 넘어, 파란만장한 서양의 일상 연대기
정기문 지음 / 북피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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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역사는 복잡한 인과 관계와 함께 여러 인물과 여러 사건이 뒤엉키다 보니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역사는 그 자체가 '이야기 덩어리'다. 우리가 재미있게 듣는 옛날 이야기가 따지고 보면 역사다. 역사의 양이 워낙 방대해서 제일 중요한 정치사를 주로 말하다 보니 재미가 없는 것이지 실제로는 재미있는 부분이 참 많다. 이 책의 지은이는 그런 면에서 역사의 이면에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엮어내서 '이것도 역사다'라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옛 선조가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도 하나의 역사인 것이다. 


사실 딱 정해진 정치사를 제외한 여러 역사의 이야기들은 잘못 알려진 것도 많고 짧게 왜곡되어 전해진 것도 많다. 그런 면에서 진실을 알려주는 이 책의 이야기는 귀하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여러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에 맞는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도 있지만 편견을 가지고 잘 못 알려진 사실들도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첫 장에서 지은이는 '크산티페' 를 나름 변명한다. 크산티페는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부인으로 악처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런데 크산티페가 진정 악처인가? 어쩌면 평범한 사람인데 아주 유명한 남편으로 인해 억울한 소문이 돈 것이 아닐까. 책에서는 소크라테스에 대해 보통 알려진 사실을 깨준다. 악법도 법이라면서 독배를 마시고 죽은 소크라테스가 사실은 얼마든지 도망갈 수 있었고 약한 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일을 키운 정황이 있다.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인 소크라테스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고 부인이 생계를 책임졌으니 좋게 보일 리가 없다. 나중에 소크라테스가 죽자 진정으로 슬퍼했다는 사실을 보면 이제 악처라고 부르면 안되겠다.


악한 황제의 대명사라고 할 수도 있는 '네로' 황제는 수 많은 사람을 죽이고 악행을 저지르는 그야말로 인간 말종이다. 그런데 사실 그가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다. 원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작은 것을 부풀리고 왜곡하고 조작하는 것이 많긴 한데 네로가 알고 봤더니 로마 대화재때 이재민을 위해 헌신했고 재산도 아끼지 않았으며 나름 현명한 통치자의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네로에 대해서는 안 좋은 기록이 더 많아서 그렇긴 한데 그를 보면서 역사란 것이늘 진실이지는 않기에 항상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기독교에 대한 글들은 종교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 인류를 위해 십자가형을 당한 예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인간들. 예수처럼 관리의 핍박을 받아서 죽으면 천당 간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자신을 죽여 달라고 했던 자발적인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보면 그들이 진정으로 믿었던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한편 기독교 세계의 최고 지도자인 교황은 공공연하게 자식을 두었고 누구나 다 알지만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교황이 그러니 밑으로 교계 인물들도 부패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나중에 종교 혁명이 일어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책은 재미있다. 작가가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능력을 가져서 역사적 사실들을 편하게 받아 들일 수 있다. 이들이 작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도 결국 역사적으로 큰 일들에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기에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나 하나 쌓여서 결국 역사를 바꾸게 되는 것이다. 이 작은 역사들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지금은 몰라도 결국 과거가 현재를 바꾸게 될 것이다. 부담없이 그냥 이야기책 보듯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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