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일기장 - 백문백답으로 읽는 인간 다산과 천주교에 얽힌 속내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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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정조 대왕과 더불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큰 위인이다. 그의 호인 '다산'은 여러 지역이나 단체에서 쓰일 정도로 정약용이라는 인물은 많이 알려져 있다. 진정한 천재급 위인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서 수준급 이상의 능력을 가졌었다. 저작물도 많은데 '목민심서' 가 대표적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알려진 명저인데 그만큼 속의 내용이 시대를 관통하는 진정한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다산이 태어나서 자랐던 시기가 조선의 국운이 서서히 지고 있었던 때라는 것이다. 조선의 문물이 흥성 했던 세종 때라면 더 큰 활약을 했을 것이나 그가 전성기였던 정조 시기는 흔히 조선의 르네상스라고는 하나 왕조의 모순이 점점 극대화되는 시기였고 영-정조 개인의 능력으로 왕조의 수명을 늘여 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런 시기에는 한번 실수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정조의 신임을 받던 그가 하나의 문제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바로 천주교 문제다.


우리나라의 천주교는 특이하게도 실학자들에 의해 종교가 아니라 학문의 대상으로 연구되면서 도입이 되어 신자가 되는 구조였는데 그것이 주로 남인 학자들에게 일어났다. 다만 천주교는 당시 조선에서 금기시되는 사상이었고 비교적 온건적으로 대했던 정조 시대라고 해도 천주교를 믿는 다는 것 자체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런 천주교를 정약용이 믿었던 것이다. 잘나가던 젊은 신료에게 공개적으로 천주교를 믿는 다는 것은 단순히 벼슬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까지 걸 사안이었다. 


이 책은 천주교를 믿는 문제로 위기에 봉착한 다산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그의 진면목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제목처럼 다산이 쓴 일기에서 속 마음을 낚아 채어 당대의 시대적 상황과 결부시켜 해석을 하고 있는데 상당히 내용이 깊다. 일단 다산이 쓴 일기는 사실을 위주로 적어서 직접적인 감상을 나타내는 부분이 적다. 즉 자신의 속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다산의 일기는 혼자만 보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쓴 것 같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처럼 보이지만 그 행간에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넌지시 알리는 식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글에서 주관적인 내용을 찾아야 하는데 지은이가 그 세밀한 작업을 통해서 다산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다산의 일기 중 '금정일록', '죽란일기', '규영일기', '함주일록' 부분에서 당시 다산의 상황과 시대상을 해석하고 있다. 시대상으로는 정조 후반기 1795년에 해당된다. 이때 천주교 즉 서학을 믿는다는 이유로 금정찰방으로 좌천되면서 쓴 것이 금정일록이다. 사실 아무리 정조라고 해도 나라가 엄금하는 서학을 신봉하는 다산을 두둔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완전히 내치지는 않고 작은 외직에 두면서 공을 세우면 중앙으로 불러들이려고 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금정일록인데 여기 일기에서 단순하게 찰방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사실 찰방은 역참을 관리 감독하는 임무지 누구를 쫓고 하는 관리는 아니다. 그런데 다산은 금정에서 오랫동안 잡히지 않았다는 천주교 지도자 이존창을 검거하고 중간 리더인 김복성까지 검거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다산이 서학을 버리고 정학(성리학) 으로 돌아섰다는 명분을 줄려고 정조가 기획한 것이고 다산은 잘 따랐던 것이다. 책에서는 여러 상황을 통해서 이런 것이 잘 흘러갔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로 무마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다산은 성호 이익이 남긴 저서를 정리하는 강학회를 열기도 했고 퇴계 이황의 편지를 읽고 감상문을 쓴 '도산사숙록' 까지 썼다. 이 모든 것은 다산을 중앙으로 불러들이려는 정조의 배려이기도 했지만 실제 다산의 의지가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다산이 천주교를 믿었지만 배교했다고 하긴 어렵다. 이제 서학을 버리고 정학으로 돌아왔다는 모습을 보이긴 했고 그 뒤로 천주교와 관련된 행동이나 말은 없었다곤 하지만 속까지 믿음을 저버렸진 않았을 것 같다. 다산은 중앙 정치계에서 자신의 포부를 펼치고자 한 야망을 버릴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드러내 놓고 배교자의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다. 그저 겉으로 다시 서학 추종의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관직 생활을 이어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책은 여러 일기를 통해서 당시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고 다산 자신의 마음이 어떠했는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책이나 드라마 등 많은 매체에서 다산을 은근히 다정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서 사실 그의 진면목을 모르고 있었는데 확실한 것은 그가 여러 분야에서 상당히 박식하고 똑똑하고 활동력도 있었지만 성격 자체는 직선적이면서 강팍한 면도 있었고 일기의 내용과 배치를 봤을 때 교활한 면도 있었다는 것이다. 작은 것에 원한을 두고 오랫동안 남을 비판한 것도 있는 것을 보면 대인의 면모가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위대한 정약용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와 똑 같은 면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는 그런 다산의 다양한 모습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능력 있는 신하를 잘 쓰고자 여러모로 안배를 했던 정조와 그런 정조 곁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했던 다산과의 인연은 1800년을 끝으로 끝나고 만다. 1795년 금정찰방으로 내렸다가 금방 조정으로 복귀할 것 같았던 다산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몇 년 후에나 정조의 가까이에 안착하게 되지만 정조의 갑작스런 승하로 끝내 다시 복귀하지 못한다. 정조 승하 몇 년 전 그 중요한 시기에 다산 정약용이라는 출중한 능력의 인물이 잘 쓰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만일 다산이 일찍 중앙으로 복귀했다면 정조 사후 조선이 급격히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책은 참 잘 쓰였다. 정약용 연구의 전문가인 정민 교수가 딱딱하고 객관적인 일기를 여러 기록과 대조하고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비교 분석해서 그때의 모습을 잘 복원하고 있다. 다산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그리고 정조와 그 시대가 어떠했는가를 잘 설명하고 있는 역작이다. 이 책을 통해 다산 정약용의 진면목을 입체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기에 정약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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