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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여인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추리 소설 중에서는 상당히 고급 스런 책이라고 생각된다. 12세기 중세를 배경으로 수도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여러가지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그 과정이 현대 배경의 이야기 못지 않게 짜임새 있고 스릴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느릿한 것 같기도 한데 그 느림 속에서 빠른 느낌을 갖게 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옛날 배경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다른 시리즈와 비교해서 배경이 좀 더 다양해지고 확대된 느낌이다. 기존의 주인공 수도원 근처에서 일어난 것과는 달리 다른 수도원으로 가서 사건을 조사하는 것도 있지만 끝 부분에 민란과 납치 탈출 등 나름의 스팩타클한 모습을 보여서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배경은 여전히 내전이 진행 중인 12세기 초 영국. 한 귀족 남매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행한 수녀가 캐드펠 수사의 수도원에 오다가 사라진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다른 길로 샜는지 알 수가 없다. 시대가 흉흉한 시절이라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 그들은 내전을 벌이고 있는 왕후 측근의 조카들이라서 수색팀이 꾸려지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한편 캐드펠 수사는 강도로 추정되는 무리들에게 폭행 당하고 거의 나체로 길가에 버려져서 사경을 헤메는 한 수사를 치료하기 위해 다른 수도원으로 파견된다. 때는 눈도 많이 내리고 춥기도 엄청 추운 날씨라서 살아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도 여러가지 의술에 지식이 있던 캐드펠에 의해서 목숨은 건지게 된다. 그러나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기억을 잃어버리고 만다.
캐드펠은 이 다친 수사가 귀족 남매와 수녀를 만났기 때문에 이 근처에서 단서를 찾기로 하는데 다행히 남자 아이는 찾지만 곧 이어 충격적인 것을 보고 만다. 바로 얼음 속에 한 여인이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것이다. 그 귀족 여인인가 했는데 결국 수녀로 밝혀 진다. 이제 남매를 찾는 일과 살인자를 찾는 일이 생겼다. 모두 단서가 부족하지만 캐드펠은 하나씩 하나씩 작은 조각들을 이어서 사건의 본질을 찾아나간다.
당시는 내란 상태였기에 왕의 통제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 있었다. 여기에서는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려는 도적떼들이 있었는데 마을을 불사르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는 지경에 이르러서 상당히 흉흉했다. 캐드펠과 함께 지역 장관의 보좌관인 휴 베링거가 이들을 잡기 위해서 동분서주한다. 귀족 남매와 수녀를 헤친 장본인이 바로 이 도적들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야기 후반부로 가면 마을 사람들을 학살한 도적떼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눈에 띄지 않게 활동할 수 있었나를 알 수 있게 하는데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지역을 선점해서 일종의 산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도적들은 남매의 어린 동생을 납치해서 자신들이 우위에 있으려고 한다. 이제 이야기는 특수 부대의 민간인 구출처럼 더 스팩타클한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늘 그렇듯이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데도 몰랐던. 그러나 결국 잡히게 되어 있다. 최고의 명탐정 캐스펠이 있으니 말이다. 책 끝에서는 추리력이 높고 의술에 뛰어나고 과거 전쟁에 참여했던 정도의 정보만 있던 캐스펠의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도 몰랐던 과거의 결과가. 캐스펠은 결국 밝히지 않고 떠나보내지만 나중에 만나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세기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역사와 허구를 적절하게 잘 섞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시리즈인데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시리즈를 좋아하게 된다. 분명 현대물처럼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닌데 읽다 보면 어느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딱 읽기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