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하는 인류 - 인구의 대이동과 그들이 써내려간 역동의 세계사
샘 밀러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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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산율의 하락으로 인구 감소가 우려되자 외국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자는 주장이 나온다. 아예 이민과 관련된 관청까지 설립하자고 하는데 그 주장의 실현 여부와 관련 없이 우리 나라도 원주민이 아닌 외국인의 대량 이주가 현실화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출산율의 하락은 우리 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우리가 특히 심해서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오라고 하면 오는가?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아예 다른 나라로의 이주라는 것이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몇 개의 현실적인 문제를 제거한다면 이주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원래 인류가 '이주 의지'가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주라는 행동이 낯선 것이 아니라 지난 역사 속에서 늘 이주라는 것이 있었고 우리 모두는 이주민의 후예라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인류 역사의 많은 시간 동안 이주라는 것은 흔했고 정착하는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런 인류의 특성을 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겠다. 지은이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이주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 네안데르탈인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이 선사시대 인류의 사촌은 어느 순간 멸종을 했다. 다른 인류 사촌들과의 경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인류의 DNA를 분석해보면 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 있다. 이것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다른 인류 사촌들도 마찬가지로 조금의 유전 형질을 우리가 갖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서로 다른 영역에 살았던 종족들이 이주를 통한 접촉과 결합으로 유전자가 혼합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인류의 초기 때부터 참 많이도 돌아다닌 결과다. 


그들이 돌아다닌 영역은 상상을 초월한다. 원래의 땅인 아프리카를 벗어나 오늘날의 유럽은 물론이고 더 멀리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진출했다. 지금도 그렇게 가라고 하면 어려운데 식량이나 교통 수단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던 그 당시의 선사 인류가 어떻게 그 먼 곳까지 갔을까는 상상이 안 간다. 그만큼 이주 의지가 강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떠돌아 다녔는지 정확한 이유는 없다. 아마 대체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 끊임 없이 이동을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또 더 따뜻한 지역을 찾아서 움직인 것이다. 지은이는 이것에 더해서 강력한 이주 본능을 이야기 한다. 


초기 인류만 돌아다닌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수 많은 이주의 역사가 있다. 이 이주를 통해서 크게 바뀐 역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대제국을 무너뜨린 사실이 있다. 바로 서로마 제국의 멸망. 훈족이 아시아에서 밀고 들어오자 거기에 게르만족이 쫓겨 간 곳이 로마 영역이었고 게르만족이었던 고트족이 다시 남하를 하기 시작하고 반란을 일으키고 서로마를 잠식해 가면서 결국 멸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주에 이주가 더해지고 그것이 연쇄작용으로 큰 혼란을 야기한 것이었다.


성경의 내용을 보면 이주의 역사가 많이 나온다. 강제였던 스스로의 뜻이었던 자신의 삶을 터전을 떠난 것은 이주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이주다. 이주라는 것 자체에 어느 정도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현대 미국을 어떤가. 미국을 이민자의 나라라고 하는데 수 많은 유럽 사람들이 이주해서 개척한 나라다. 거기에 노예제를 위해서 수 많은 아프리카인들을 강제로 끌고 온 역사도 있다. 인종의 용광로라고 하는데 그 만큼 많은 이민과 이주를 통해서 하나의 나라를 만든 정체성을 가진 나라다. 이 나라가 그런 이주의 역사가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 최강의 위상을 가진 나라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책은 정주의 역사를 가진 인류가 어느새 이주의 역사를 잊고 있던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이주민의 후예라는 것을 사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오랫 동안 한 곳에서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 왔기에 다시 이주의 역사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세상은 첨단 기술로 더 가까와지고 있고 그만큼 이주가 더 쉬워 지고 있다. 게다가 어느 한쪽에서는 이주민이 필요하고 어느 한쪽에서는 이주해야할 사람들이 많아지는 상황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이 복잡해진 세상에서 이주의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책은 인류의 역사가 이주라는 형태를 통해 발전해왔음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전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어서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로 많은 이민을 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주라는 것이 큰 틀에서 지금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과거 역사에서도 대량의 이주민 유입은 큰 사회적 문제를 불러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경 통과가 비교적 쉽고 이동이 자유로운 유럽과 인근 지역에 비해서 독립된 나라로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외부로부터의 유입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우리 나라와는 상황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특히 문화적으로 충돌이 일어날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이민 정책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이주라는 개념으로 인류를 바라보게 해서 역사를 보는 눈을 넓히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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