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피 에를렌뒤르 형사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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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추리 스릴러 장르에서 북유럽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재미를 주는 작품이 많다. 일단 등장 인물들 이름이 낯설고 내용 중에 나오는 생활 모습 등이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내용 자체도 기존의 익숙한 문법에서 벗어난 것들이 많아서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이번에 나온 책은 이미 오래전에 출간 되었다가 새롭게 나왔는데 원작이 나온 지가 꽤 된다. 20년 전에 나와서 여러 유명한 상을 탄 작품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아이슬란드 작품이다. 아이슬란드는 북유럽 중에서도 최상단 섬나라인데 인구도 적고 면적도 작은 나라라서 이런 나라에서 스릴러 소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 못했는데 이번 책이 그것을 확실히 깨주었다. 좋은 작품은 주변 상황과 관련 없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배경이 아이슬란드인데 나라도 낯설지만 지명은 더 낯설다. 앞 부분에 이름 짓는 법이 나오는데 나름 규칙이 있긴 하지만 우리와 사뭇 다른 작명법이 신기한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런데 내용은 진중하면서 꽉 찬 작품이다.


주인공은 가정적으로는 불행해도 유능한 형사다. 많은 작품에서 나온 흔한 설정이다. 작품이 나온지가 오래되었는데 그 당시로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에를렌두르 형사는 아내와는 이혼했고 딸은 마약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부정당하고 있는 상황. 그래서 몸 컨디션은 그렇게 좋지 않은데 흔하지 않은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70대의 남성 노인인데 근처에 '내가 바로 그다' 라는 쪽지가 있다. 평소 주위와 교류가 별로 없던 인물이어서 단서가 될 만한 것이 많이 없다. 그런 와중에 이 노인이 과거에 성폭행 혐의로 고소된 적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 사건은 부실한 수사로 인해 무혐의로 풀려났고 이것이 이번 사건과 무엇인가 연관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뭔가 커다란 흑막이 도사리고 있는 듯한 느낌.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노인이 과거에 성폭행을 여러 명에게 저지른 것이 밝혀지고 이 피해자들 중에 실마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를렌두르는 집요하면서도 세밀하게 하나하나 파고 들어간다.


이 책은 연쇄살인마가 나오고 피 튀기는 장면이 나오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평범한 사건인데 거기에 얽힌 이야기가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부수적으로 나오는 성폭행이라는 범죄를 주된 요소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요즘에도 많이 보지 못하는 소재다. 이 책이 나왔던 20년 전에는 더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약간 지루한 듯 하면서도 세밀하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기 때문에 책에서 손을 떼기 힘들다.


주인공의 캐릭터는 잘 구축이 되었다. 가정에서 실패하고 사건은 잘 해결하는 형사라는 흔한 설정이지만 그렇게 구식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주인공에게 실제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수사팀으로 나오는 엘린과 올리도 나름의 성격을 잘 묘사하고 있어서 이들의 활약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주인공의 배경 묘사로 그칠 것 같았던 마약 하는 딸은 끝에 가서는 아빠와 화해를 하면서 수사에도 도움이 된다. 어쩌면 이 딸이 다음 작품에서는 나름의 조력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서 나온 사건은 끔찍하다기 보다는 불편하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도 뭔가 거북스럽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현실적이고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여서 깊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한 듯한 사건이지만 켜켜이 쌓인 단절이 많은 복잡한 사건이어서 주인공의 풀어가는 이야기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작가의 다른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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