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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39가지 길 이야기 ㅣ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이야기
일본박학클럽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2월
평점 :
모든 역사는 '길' 위에서 이루어졌다! 뭔가 그럴싸하지만 사실 집 앞을 나서서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길이니까 모든 역사가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당연한 뜻으로 사용한 것이기보다는 수 많은 길 중에서 그 길을 지나서 일어난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잘 이야기 해주고 있다.
역사적인 일이 일어난 공간이라고 해도 모든 것이 기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구에 3.1만세 운동길이라고 있는데 당시 그 지역에서 일어났던 모든 만세 행렬의 길 중에서 이 길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도심으로 모이기 위해 지났던 길이라서다.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를 안고 몰래 지나갔던 길이 하나의 역사적인 공간이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은 역사적인 일이 일어난 공간 중에서 훗날에도 이름이 남겨질 만한 길의 공간을 설명하고 있다.
크게 고대, 중세, 근세, 근 현대의 시대 구분을 가지고 각 시대의 사실들 중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던 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첫번째로 인류 최초의 위대한 선택의 길인 출아프리카의 길을 소개하고 있다.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고 그 호기심은 인간의 뇌 용량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도구를 만들면서 점점 더 더 나은 삶을 위한 욕망의 결과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게 되었고 그것이 결국 세계사에 등장한 최초의 길이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현대 유럽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그리스도교와 그리스 로마 문화인데 로마의 번영은 길 자체를 만든 것에 있다. 지중해의 패권을 잡고 있던 페니키아의 카르타고와 치열한 전쟁을 통해서 결국 지중해를 장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동까지 대제국을 건설하게 되었는데 그 통치가 공고해진 것은 총 연장 30만킬로미터에 이르는 로마 가도에 있다. 로마와 각 지역을 잇는 거미줄 같은 통로를 만들어서 제국내에서 통행은 물론 상업도 발달하게 되어서 그것이 제국이 탄탄하게 발전하게 되는 길이 되었던 것이다.
로마 제국을 능가하는 국가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그것을 가볍게 뛰어넘은 나라가 나왔다. 바로 몽골 제국이다. 몽골은 인류 최대의 판도를 이룩했고 또 그것이 최후였다. 그 전과 그 이후 몽골에 맞먹는 나라는 없었다. 몽골에 의한 평화를 뜻하는 '팍스 몽골리카'에 의해서 동서 문화가 활발히 교류했고 특히 유라시아의 실크로드는 안정적인 무역로가 되었다. 이 것은 서양에서 동방에 대한 관심을 높이게 했고 훗날 '신항로 개척시대'로 이어지게 된다.
이밖에 서양에 제지법이 전해지는 계기가 된 탈라스 전투, 동아시아 우위 시대를 과시한 중구 명나라 정화의 대항해, 신항로 개척시대의 선구자가 된 포르투갈 등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초기의 분열을 딛고 진정한 합중국의 초석이 된 대륙횡단철도는 그 자체가 역사적이 길이 되었다.
책은 총 동서양의 총 39가지 길을 통해서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역사적 사실들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각 길에 해당하는 지도와 사진, 연표가 적절하게 실려 있어서 본문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세계사는 너무나 방대하고 복잡하다.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어떻게 세계가 형성되었나를 알기 위해서 중요한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은 좋을 것 같은데 거기에 부합하는 책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굵직 굵직한 큰 역사적 사실을 재미있게 잘 소개하는 책이어서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