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위의 개척자, 황금 천막의 제국 - 세계를 뒤흔든 호르드의 역사
마리 파브로 지음, 김석환 옮김 / 까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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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황제나 제왕이 많지만 그 중 으뜸이라고 할 사람은 칭기스 칸이 아닐까 싶다.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지배했던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다. 물론 칭기스 칸이 살아 있을 때 최대 판도를 이룩한 것은 아니다. 그의 후계자들이 지속적인 정복 사업을 벌인 결과다.하지만 그 모든 것의 밑바탕은 칭기스 칸의 말발굽 아래에서 일어났기에 우리는 몽골 제국 하면 칭기스 칸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실 인구도 얼마 안되는 몽골이 아무리 뛰어난 전사와 전법, 무기들을 갖고 있다고 해도 중국을 포함한 동서양에 걸친 대제국을 만들었다는 것은 다시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실제로 몽골 이전과 이후로 그만한 나라를 건설한 사람이 없었다. 다른 나라를 침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 배 더 많은 인구와 국력이 필요한데 각 지역마다 터전을 잡은 나라들의 세력이 만만치 않아서 점령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 말은 점령을 한다고 해도 수성하기가 어렵다는 말과도 통한다. 몽골 제국도 마찬가지로 유라시아에 걸친 나라를 만들었지만 어떻게 유지를 했을까가 궁금해진다. 


몽골이라는 이름 아래 복속한 국가는 수도 없다. 그들이 쉽게 몽골의 통치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한 사람이 드넓은 제국을 다 다스리기 보다는 나누게 되는데 훗날 대원 제국이 되는 황제 직할지 외에도 킵차크 칸국, 일 칸국, 오고타이 칸국, 차가타이 칸국 이렇게 크게 다섯 개의 나라로 이루어진다. 각기 독립된 제국으로 기능을 했다고 해도 이들은 기본적으로 대몽골에 속해있고 대몽골의 관습과 의식에 참여함으로써 결속과 협력을 다지게 되었다.


이 중 킵차크 칸국은 몽골에서 가장 서쪽으로 떨어진 지역이다. 본래 칭기스 칸의 맏아들인 주치가 원정을 떠났던 지역인데 몽골의 관습으로는 장자는 가장 멀리 있는 땅을 분봉 받는다고 한다. 이 지역을 지배하던 사람들이 킵차크인들이라서 킵차크 칸국이라고 불렀고 황금 천막의 제국이라는 뜻인 금장 칸국이라고도 불렀다. 몽골인들은 주치가 받은 땅에서 세운 나라라고 해서 주치 울루스 라고 불렀다. 여기서 주치 울루스는 주치 씨족의 영지라는 뜻이다.


주치 울루스를 세운 것은 주치지만 실질적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한 것은 주치의 아들인 바투다. 그의 형인 오르다를 대신해서 러시아등 서방 원정을 떠났고 그 결과 막대한 땅을 정복하게 되었다. 그래서 주치 울루스는 바투가 이어받게 되고 바투는 서부의 백장 칸국, 오르다는 동부의 청장 칸국으로 나누어서 통치를 한다. 두 칸국은 서로 협력하면서 주치 울루스의 더 큰 이익을 도모하게 된다.


책은 이렇게 킵차크 칸국이라고 불렸던 주치 울루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몽골 제국이라고 하면 보통 칭기스 칸이나 그를 이은 대원제국에 대한 책들이 많고 각 칸국에 대해서 다룬 책은 적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주치 울루스에 대한 책은 잘 없었는데 이 책은 주치가 땅을 받고 하나의 독립된 나라로 존속하다가 쇠락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몇 십년을 갔던 다른 정복자들에 비해서 주치 울루스는 비교적 오래 존속했는데 사실 권력 지배층인 몽골인이나 튀르크인들은 피지배층에 비해서 그 수가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효율적으로 통치를 했다. 이것은 유목 민족 특유의 유연성 있는 정책 때문이다. 이들은 점령한 땅을 절멸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그대로 살면서 세금을 몽골에 내는 형식이었다. 대신 통일된 도로를 통해서 문물 교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무역을 통한 부도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칭기스 칸이 시행했던 여러 관용적인 정책들도 계승을 했는데 종교의 자유가 그 하나의 예이다.


책은 호르드가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역경을 견뎌냈는지 잘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이슬람을 국교로 받아들인 부분은 호르드가 오래갈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튀르크인들이 이슬람화 되었다고 해서 몽골인까지 될 필요는 없었겠지만 정책의 확실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결단을 내려야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타 종교를 박해하지 않고 관대하게 대했다. 역사를 보면 다른 종교를 억압하면 국력이 약해지고 존중하면 국력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호르드는 종교적 교조주의에 빠지지 않아서 큰 갈등이 일어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았고 몽골 제국을 좀 더 폭넓게 알아가게 되는 내용이었다. 다만 내용 자체가 많은 사실들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칭기스 칸과 몽골에 대해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좀 더 읽기 편할 것 같다.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몽골 용어와 이름들이 나오기 때문에 초반에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초반부를 잘 넘기면 그나마 잘 읽힌다.


파괴와 약탈이라는 부정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었던 몽골 제국, 그 중에서도 호르드 제국이 어떠한 정책을 썼는지 그런 정책으로 유럽과 아시아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알게 되는 책이라서 몽골과 유라시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19138)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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