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쪽으로
이저벨라 트리 지음, 박우정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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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뜻밖의 효과를 본 부분도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서 몸살을 앓았거나 피폐해졌던 자연이 사람이 없으니까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외국의 어느 하천은 근처에 사람이 없어지니까 자취를 감추었던 물고기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돌아오기도 했다. 사실 우리 나라도 사람이 없을 때 자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휴전선을 보면 알 수가 있다. 휴전선 비무장 지대는 휴전 이후로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의 출입이 없으니까 그야말로 생태 환경의 보고가 되었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자연은 자체 복원 기능이 있는데 그 중요한 요인은 사람이 없어야 하고 가만 놔 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도 일어나는 것이 바로 자연이다. 여기 오랫동안 경작지로 사용 되었던 대농장을 물려 받은 한 영국인 부부가 있다. 이들은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대대로 해왔던 것처럼 대농장이 제대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농장을 개선하고 더 나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큰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좋은 성과는 나오지 않았고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적자가 났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태. 그러던 중 네덜란드의 재야생화 지역을 방문하면서 색다른 모험을 하기로 한다. 바로 이 대농장을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이다. 자연이 스스로의 힘으로 개간된 땅을 복원 시키는 것을 지켜 보기로 결심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전혀 시도되지 않았던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사실 그냥 야생 상태의 땅을 그대로 두고 자연화 하는 것이야 생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미 개간이 다 된 땅을 야생화 시킨다? 쉽게 생각 할 수 없는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돈이 드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 생뚱맞은 실험 아닌 실험은 주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당최 인간을 위해서 개간한 땅을 다시 야생화 시킨다니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만 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새롭게 재야생화된 지역에 수 많은 생물들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시급히 보호해야 할 15종의 동물들을 포함해서 보존 중요성이 있는 60종의 동물이 돌아왔고 수백 종의 나방도 서식한다. 그리고 쇠백로, 알락해오라기, 검은머리흰죽지 등의 동물도 찾아온다. 그 밖에 소나 사슴, 당나귀 등의 개체수도 늘어나면서 전혀 다른 땅이 되었다. 개간으로 죽어있던 동물의 세계가 새롭게 열린 것이다. 물론 그것이 하루 아침에 바뀐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수년 간의 변화 과정을 단계별로 하나 하나 세밀하게 그려낸다. 


쉽지 않는 여정이었을 것이다. 개간된 땅을 다시 야생화 시키는 것은 그냥 둔다고 해서 된다는 보장이 없다. 기본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벌이 꿀을 생산하기 위해서 꽃이 있어야 하듯이 땅이 다시 숨쉬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 줘야 하는데 책에서는 그때 그때 적당한 동물을 풀어주거나 경계 울타리를 쳤다. 이런 것들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다. 땅 주위 주민을 초대하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그러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일종의 공공 프로젝트로 변화시켜 나간다.


책은 재야생화 20여 년의 여정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어떤 동식물이 자연을 다시 되살리게 될 것인지 그 세밀한 과정을 보여주면서 대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인간이 망쳐 놓은 자연은 인간이 가만 있으면 다시 돌아갈 힘이 있는 것이다. 환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재야생화 사업은 분명 의미가 있고 그 결과로 나타난 가치는 엄청나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한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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