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정으로 1 스토리콜렉터 10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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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타우누스 시리즈가 나왔다. 그런데 시리즈가 새로 나온 것도 반갑지만 작가 이름이 더 반갑다. '넬레 노이하우스'.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간된 시리즈인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이후로 독일 장르 문학의 선두주자로 이름을 떨쳤지만 이제는 그냥 작가 이름 자체로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스릴러 작가와 차별 되는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독일 작가라는 것 이전에 그냥 이름만 봐도 눈길이 가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나온 책은 출판계와 관련된 내용이다. 출판사, 편집자, 에이전시, 아트디렉터, 영업자 등 출판쪽 일들이 잘 나와서 이 책을 펴낸 출판사도 흥미롭게 여기지 않았을까. 독일과 우리나라는 출판계가 다르긴 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할테니까 말이다. 이야기 소재나 배경이 출판사와 출판쪽 관계자가 나와서 신선하면서 흥미로왔다.


이야기는 빈터샤이트 출판사에서 30여년 일하다가 해고된 한 편집자가 연락을 받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강력반 피아 형사가 이 편집자의 집을 찾아가는데 집안에는 편집자의 아버지만 있을 뿐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연이어 발견되는 핏자국과 의심스런 정황들. 결국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니라 살인 사건으로 밝혀지고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망자는 '하이케 베르시'. 빈터샤이트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일한 편집자인데 알고 보니 걍 폭군이었다. 능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자신이 마음에 안 들면 독설은 기본적이고 갖은 욕과 조롱, 무시가 일상인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에 대해서 원한을 가진 사람은 엄청 많을 듯. 모욕을 당해서 그를 살해하고 싶을 만큼 화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닌 것이다.


“(…) 하이케 베르시는 방송마다 살인 동기를 ‘대량으로’ 만들어냅니다.” 그가 메모를 보며 말을 이었다. “말하는 데 주저함이라고는 전혀 없고, 무자비할 만큼 인신공격적입니다. 예를 들어 범죄소설 작가 스벤 클리체크를 ‘멍청’하고 ‘재능이 없다’라고 표현했고, 다른 책들을 ‘이루 말할 수 없이 유치한 쓰레기’라거나 ‘미련한’, ‘불쌍한’ 또는 ‘구역질 나는’, ‘고문’, ‘독자 모욕’이라고 했습니다. 호세 쿠에뇨의 신작을 읽는 것과 생선 식중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썩은 생선을 먹겠다고 한 적도 있어요.” (126쪽)


사실 사회에서 인성은 개차반인데 실력이 있다고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베르시 같은 사람도 그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능력은 확실히 있었으니까. 게다가 발행인은 사업적 재능이 없어서 베르시에게 전권을 쥐어준 결과 그렇게 오랫동안 독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발행인이 바뀌고 새로 바뀐 발행인은 출판사의 방향을 바꾸려고 했다. 거기에 베르시가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반응을 했고 바로 해고를 당했다. 그 이후에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베르시가 회사를 나가면서 여러 피해를 입혔지만 가장 큰 것은 자신이 관리하는 작가의 치부를 드러 낸 것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개입한 일을 작가 자신이 저지른 일로 왜곡하면서. 당연히 작가는 분노할 수 밖에 없었고 베르시를 만난 것까지 확인이 되었다. 어찌 보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수사 결과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사건이 미궁에 빠질려는 찰라 베르시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거기에 베르시와 친한 사이였던 출판사 직원 '알렉산더 로트'도 자전거 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점점 사건이 확대되고 복잡해지면서 흥미롭게 전개가 된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강력 11반 형사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하나씩 하나씩 실마리를 찾아가면서 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접근해 간다.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간단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 뭔가 숨겨진 것이 있고 그것이 수 십 년 전의 일과 연결이 되고 또 은폐, 조작이 되면서 현재에 툭 튀어 나온 모양새가 된다. 책 후반부에 과거의 일과 연관이 되는 소재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아마 2부에서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할 듯 싶다.


책은 참 재미있다. 읽다 보면 은근 전개도 빠르고 흥미롭게 흘러가는데 사실 내용적으로 시간이 휙휙 지나가는게 아니다. 소제목이 9월 6일 목요일, 9월 7일 금요일 이렇게 흘러간다. 아니 그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하루밖에 안됐어? 라고 생각이 드는게 당연하다. 이야기가 재미있다 보니 몇날 며칠이 흐른 것 같아 보이는데 고작 하루다. 사실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는 시간이 막 지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작중 시간은 느리다. 하루의 시간이지만 세밀하면서 정밀하게 그리고 있지만 느리지는 않다. 하루의 일이지만 속도감 있고 재미있게 전개를 시켜서 그리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시리즈는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가 정도만 알면 시리즈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다. 큰 틀에서 형사 두 명이 범인을 잡는 것이니까. 그러나 시리즈 첫번째부터 읽으면 확실히 각 캐릭터들의 서사가 조금씩 쌓여서 나중에는 큰 캐릭터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책 내용 중 각 등장 인물들이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전의 작품에서 있었던 일들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리즈를 연결하고 있다.


주인공 형사인 '올리버 존 보텐슈타인' 과 '피아 산더' 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능력있는 콤비가 그렇듯이 서로를 신뢰하면서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한다. 아마 일적으로는 부부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다. 이들이 합이 척척 맞아가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합리적으로 잘 그려지고 있어서 책이 재미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위 인물들도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성장하는 강력 11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해서 좋다. 시리즈 열번째 작품이고 책이 나온지 10여년이 되었으니 그만큼 이야기 속의 인물들도 작가도 성큼 성장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 후반에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영원한 우정으로' 라는 원고가 등장한다. 아직 출판되지 않은 원고 상태의 내용물인데 이것이 하나의 큰 실마리로 작용 할 듯 싶다. 과거의 인물들에게서 현재로 이어지는 얽히고 섥히는 이야기가 2부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듯 해서 기대가 된다.

역시라는 생각과 작가의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책이었다.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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