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과 거북선 논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 민족의식을 탄생시킨 임진왜란 거북선 구조 논쟁의 새로운 가설, 도(櫂) 젓기
김평원 지음 / 책바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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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우리 나라 역사에서 수많은 위인이 있지만 가장 위대한 인물로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든다.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순신 장군은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큰 일을 했다. 모두 오늘날의 우리가 이렇게 생존하게 되는 중요한 일을 한 인물들이다. 이순신 장군 같은 경우는 사실 역사상 수 많은 전쟁 영웅 중의 하나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처럼 맨땅에서 별로 가진 것도 없는 상태에서 당대 최고의 전략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물은 없다. 


사실 고려 시절 중국 요나라나 금나라의 침략 이후로 국가적 차원에서 전면적인 침공을 당한 적은 없었다. 특히 조선은 건국 이래 200년 동안 작은 규모의 여진족이나 왜구의 침략만 있었기에 전체적으로는 평화의 시기였다. 이것이 1592년 20만명에 달하는 전면적인 침략을 받게 된 것이었다. 사실 왜의 침입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기에 어느 정도 대비는 했다. 낮은 벼슬을 하던 이순신 장군을 일약 수군 사령관으로 발탁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그러나 왜군은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상상도 못한 군대가 넘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조선군은 손 한번 못써보고 대패를 했고 당시 임금인 선조는 의주까지 도망가게 되었다. 그야말로 나라가 망할 판이었던 것이다.


왜군은 수군을 통해 남해안을 따라서 동해안으로 북상해서 군량을 보급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것이 이루어졌다면 정말 우리나라 역사는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계획을 박살낸 것이 이순신 장군이다. 남해안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왜의 수군이 부산포에서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틀어쥐었기 때문에 왜군은 보급이 안되어서 결국 우리 조선군이 다시 일어설 시간을 벌게 되었던 것이다.


조선 수군의 승리는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지휘와 함께 왜 수군을 앞서는 전함을 보유했기 때문인데 특히나 거북선의 존재가 컸다. 거북선은 조선 초기부터 기록에 있지만 의미 있는 전투력을 보인 돌격선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순신 장군때였다. 이때 돌격선으로써 큰 전공을 날렸다. 왜군에게는 큰 두려움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이 모함으로 물러나고 원균이 새로운 통제사가 된 이후 칠천량 해전때 크게 졌을 때 바다에 다 가라 앉고 말았다. 전란이 끝나고도 오랫 동안 각 수군 진영에서 최소 1척 이상씩은 보유했었고 19세기말까지 존재했었던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그러나 일제 침략기를 지나고 그 흔적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른다.


위대한 거북선의 실체가 어떠했는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거북선 설계도는 기밀 사항이어서 소중히 다루었을 것인데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실물은 전해지지 않고. 그냥 기록상에 남아있는 흔적으로 그 본 모습을 유추할 뿐이었다. 가장 큰 논쟁은 거북선이 2층인가 3층인가 하는 것이었다. 오랫동안의 논쟁으로 요즘에는 3층으로 굳어져 가는 모양인데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복원하기는 어렵다. 용머리는 어떤 용도였으며 포는 어떻게 장착을 했으며 안에서 어떻게 운용을 했을까 등이 확실하지 않은데 배 안에서 어떻게 노를 젓고 포를 쏘고 했을까 하는 점도 중요 논쟁꺼리다.


책은 기존의 한국식 노젓기에서 도젓기를 주장한다. 노가 아니라 도라는 것이다. 노젓기는 격군들이 배의 가장자리에서 배를 젓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영화나 영상물에서 보는 모습이다. 이들이 열심히 젓고 있으면 병사들이 포를 쏘거나 활을 쏘거나 하면서 공격을 했다는 것인데 이것을 논리적으로 보면 상당히 어지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공간에서 격군 따로, 병사 따로 이렇게 하는 것은 비효율적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격군들이 중간에서 노늘 젓는 이른바 도젓기를 하고 가장자리는 포를 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는가라는 지은이의 주장이 더 타당하게 들렸다. 거북선도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었을 것인데 그런 상황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다. 책에서는 노를 젓는 것과 도를 젓는 것의 모형도를 제시하면서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인가를 이야기 하는데 과연 내가 거북선을 만들었어도 노 보다는 도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오랫동안 거북선 논쟁을 세밀하게 설명하면서 거북선의 실체에 대해서 다가간다. 어차피 거북선의 실물이 없는 이상 이렇게 여러 사람의 생각이 합쳐진다면 더 원형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의 거북선도 처음 만들었을 때와 삼도 수군 통제영이 세워졌을 때, 각 수영의 거북선 등이 조금씩 다르다. 상황에 따라서 더 낫다고 여기는 부분을 고쳐서 각기 다른 거북선을 건조했던 것이다. 물론 전체적인 능력은 비슷했을 것이고 부분 부분적으로 개선한 것인데 우리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거북선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하나의 큰 시사점을 던져주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최근 이순신 장군 관련 영화가 개봉하면서 새삼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가를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거북선이 한 척만 있었으면, 임진왜란때의 거북선이 아니라고 해도 구한말까지 존재했다는 그 거북선만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제 시대가 없었다면 실체는 사라져도 그 안의 승선인원들 즉, 격군이나 장교, 병사들의 이야기만 들었어도 복원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얼마나 드는지. 거북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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