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역사 - 시대를 품고 삶을 읊다
존 캐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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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형식 중에서 시는  비교적 짧은 형식이다. 하지만 그 짧은 글 속에 세상을 다 담고 있다. 우리는 시를 매일 읽지는 않지만 좋은 시를 보면 귀를 귀울인다. 그만큼 시라는 존재는 별 것 아닌것 같아도 우리 곁에 있고 우리는 늘 시를 마음속에 두고 있다.


아마 인류가 사고를 가지게 되고 어떤 행위를 하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의미를 담은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뒤를 이어서 문자라는 형식으로 무언가를 남길 때 시를 남기지 않았을까. 그림과 문자에는 당대 사람들의 삶과 사랑이 담겼고 시는 그것을 표현하는데 알맞은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는 오랜 세월 인간이 스스로를 표현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되었고 오늘날까지 존재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은 무엇일까. 그것은 '길가메시 서사시' 이다. 대략 4000년 전에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지어진 시다. 여기는 세계 4대 문명이라고 할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일어났던 곳인데 문명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정착해 살면서 문자가 생기고 그 문자로 시를 지은 것이다. 이 시는 갈대로 젖은 점토에 쐐기 모양의 홈을 새겨 글을 쓴 설명문자로 쓰여졌는데 점토판에 새겨져 보존되었다. 


이 시는 서사시로써 여신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길가메시'라는 왕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길가메시는 우루크시의 통치자인데 위대한 전사이자 능력자면서 여색을 밝히는 폭군이었는데 엔키두를 만나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이 시는 영생과 윤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훗날의 시들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시의 이야기 자체가 당대 사람들의 삶의 관념을 나타낸 것이다.


고대의 사회는 집단 사회였고 영웅이나 절대자를 그리는 내용의 시가 많았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호로메스, 사포등의 시인이 유명했고 이들은 전쟁과 모험, 사랑을 그렸고 기독교 시대의 막이 오르기 전에 유명한 시인들이 있었다. 베르길리우스는 로마 시대의 인물로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썼다. 호라티우스는 노예의 아들이었지만 '송가'로 이름을 남긴다. 오바디우스는 '변신 이야기'라는 걸작을 남긴다. 이 시인들은 수세기 동안 많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책은 이후 영국과 유럽의 유명 시인들을 소개하면서 근현대의 여러 사조에 대해서도 설명을 한다. 전체적으로 40개의 꼭지를 통해서 시의 흐름을 조망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부분적인 시를 소개하는데 원문을 같이 싣고 있어서 번역한 것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인들의 대표작들을 보니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는데 국내에는 대부분 소개된 것 같다. 시 자체는 잘 읽히는 것도 있고 무슨 말 하는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시도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도 해석하는 것도 다를테니 편하게 읽으면 될 듯 한다.


시의 역사란 것이 책 한 권으로 정리될 수는 없는 방대한 것이기에 이 책으로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시가 어떻게 발생했고 어떤 식으로 흘러왔는지 그 흐름을 알기에는 괜찮은 책이다. 시대별로 중요한 시인과 작품을 소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있어서 전체적인 시의 역사를 짐작하는데 도움을 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제목은 시의 역사라고 하지만 사실은 '서양 시의 역사' 란 것이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미국의 중요한 시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 전세계의 시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서양에서 시에 대한 수요도 많았고 그것을 향유하고 즐기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았기에 이 책의 시를 소개하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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