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멸의 열쇠 - 역사에서 지워진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이야기
브라이언 무라레스쿠 지음, 박중서 옮김, 한동일 감수 / 흐름출판 / 2022년 6월
평점 :
흥미롭고 색다른 책이다. 고대에 사용되었던 신비의 명약이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현대에 새롭게 발견이 되었는데 너무나 대단한 효험을 나타내는 약효라서 진짜라면 혁명에 버금간다는 이야기다.
일단 이 책은 주제 자체가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긴 하지만 어려운 부분이 많다. 기본적으로 과학의 영역이면서 종교의 영역이기도 하고 신화도 들어 있는 복합적인 내용이다.
지은이인 브라이언 무라레스쿠는 일단 무척 똑똑한 사람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언어의 천재쯤 되는 사람인데 라틴어,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 등 고대 언어에 정통한 사람인데 실로시빈 실험을 다룬 '신의 알약' 이라는 기사를 보고 흥미를 느끼게 된다. 이 실로시빈은 하나의 성분으로 마법 성분의 활성 성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성분은 일종의 강력한 환각제로 많은 질환에 유효한 치료 효과를 가진다고 한다. 이것을 실험하는 기사를 읽고 지은이는 수년동안 많은 자료를 읽고 비교 분석하고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통칭 마법 버섯이라고 부르는 일련의 버섯들은 환각버섯이나 미치광이버섯 등과 같은 200여종의 버섯인데 그 속에 들어있는 '실로비신'이라는 성분이 뇌에 작용하면 뇌와 관련한 여러 질환에 효과적이고 우울증이나 불안, 강박장애 등에도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성분은 중독 및 오남용이 가능성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마약인 셈이다. 너무나 효과가 좋기 때문에 대중적인 상품화가 안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성분이 최근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미 그리스 시대에 사용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되는 그리스 로마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고대부터 이 성분이 들어간 맥주나 포도주가 전승이 되면서 사회와 종교에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기독교 출발에 이 환각제를 통한 비의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성분의 임상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생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인데 문제는 의학적으로 유효한 효과가 나는 반면에 종교적으로 들어가면 성적인 '환희'와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나님을 느끼는 것과 같은 정도의 느낌을 느낀다고나 할까. 이 성분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기독교 태동기에 이어져서 기독교 발생에 역할을 했지만 이 자체는 오히려 종교를 위협하는 것이다.
교회나 사원, 모스크에서 평생을 보내도 경험하기 힏든 영적인 황홀경을 불과 몇 시간 안에 손쉽게 약물로 느끼게 된다면 종교가 필요 있겠는가. 종교의 의미는 그런 느낌을 얻기 위해서 만이 아니라 더 깊은 의미를 가지지만 분명 이 부분은 종교에 타격을 입힌다. 사람들은 직접적인 신비 경험을 느끼고 싶어하고 인내심이 깊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이 신비한 성분을 중심으로 고대의 전통적 행위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고대에서 어떻게 전승이 되어서 누가 이것을 사용했고 결국 종교적 황홀경이라는 것이 인공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문헌을 통해서 종합적이고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고 주제의 논거도 설득력이 있긴 하지만 이것으로 종교의 무용론을 주장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종교는 영적 체험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많은 가치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비의 성분과 의식 등이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왔고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했다. 신화와 종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종교인이던 비종교인이던 읽어 볼 만 하다. 다만 내용이 쉽지는 않고 번역이 조금 어렵게 된 부분이 있어서 읽기에 시간이 좀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