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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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인이나 상품권 관련해서 사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런 사건들은 쉽게 많은 이익을 보게 한다는 걸로 사람들을 유혹해서 투자를 하게 하지만 결국 망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이익을 보장한다고 하는데 쉽게 돈을 벌려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걸려든다. 물론 이익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 그러나 수익보다 지출이 많으면 결국 망하게 마련. 일종의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인데 폭탄이 터지기 전에 발을 뺀 사람은 이익을 보겠지만 그 수는 미미하고 많은 사람들이 폭탄이 터질 때 같이 망하게 된다.


이 책은 세계 최대의 폰지 사기 사건을 배경으로 큰 비극 앞에서 일어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날줄과 씨줄로 세밀하게 그리고 있는 서사시다. 폰지 사기 사건은 1970년대부터 30년 동안 새로운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사기극인데 우리 나라 돈으로 72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피해액이 발생했다. 이 사기극은 쉽게 말해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신규 투자가 일정 금액 이상 들어오지 않으면 기존 투자금도 날라가게 되는데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 사기가 무려 30년 동안 이어졌다는 것도 신기하다. 금융 관계법이나 소비자 보호가 엄격한 미국에서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 하고 있었을까. 2008년도의 금융 위기로 인해 이것이 들통이 났지 만일 그때 금융 위기가 없었다면 아직까지도 운영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책은 이 대사기극의 실제 주인공을 모델로 삼아서 조너선 알카이티스 라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조너선의 폰지 사기를 바탕으로 빈센트와 폴이라는 남매의 삶의 괴적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빈센트와 폴은 이복 남매다. 가까운 듯 가깝지 않은 사이인데 폴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폴은 대학교에서 재무를 전공하고 있었지만 음악을 좋아해서 작곡을 전공하고자 했지만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친다. 사실 폴은 약물 중독자다. 그래서 재활원에서 치료도 받고 했지만 유혹에 굴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사교 능력도 별로 없고 기숙사에서 혼자 외톨이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그가 용기를 내서 재즈 클럽에 갔는데 나중에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도망을 치고 만다. 거기는 폴의 여동생인 빈센트가 있는 곳. 빈센트는 어떤 호텔의 바텐더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소개로 이 호텔에서 청소 관리인으로 살면서 음악에 대한 끈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러다가 이 호텔의 소유주인 조너선이 빈센트와 만나게 되고 빈센트는 지긋지긋한 가난의 삶에서 해방하고자 조너선의 여인이 된다. 조너선과 함께 사는 대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카드를 갖고풍족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사기의 끝이 다가오고 그들에게는 파멸의 끝에 서게 된다.


폰지 사기라는 소재를 갖고 왔지만 그 사기극과 관련한 스릴러물은 아니다. 이런 큰 사건으로 인해서 비극에 이르게 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특징적인 것은 등장 인물들 중 애정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초반에 등장하는 폴은 마약 중독자로써 슬쩍 짜증나는 인생을 살고 있었고 빈센트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재벌의 연인이 되는 손쉬운 길을 택한다. 조너선은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지만 모래성 같은 삶에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등장 인물들에서 느끼는 것은 삶에 대한 '불안감' 이다. 쉽지 않은 삶에 대한 불안, 자신의 위치에서 추락하는 불안, 더 노력해도 얻을 것이 없는 불안 등 각 인물들의 굴곡된 삶에 대한 의지와 욕망등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도 위안이 된다면 다들 침몰하는 와중에 폴은 어느 정도 자신의 길을 찾았다는 것.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하게 되는데 끝까지 갈 수 있을진 모르겠다.


지은이인 에밀리 세인트존 멘델은 전작인 '스테이션 일레븐'에서 세상의 종말을 특유의 몽환적이면서 깊이 있는 모습으로 잘 전개시켰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위태로운 삶을 정밀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책 내용이 직관적으로 팍 다가오는 편은 아니라서 영상으로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스테이션 일레븐'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중이라고 한다. 이번 작품도 드라마로 보면 더 선명하게 주제 의식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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