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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ㅣ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평점 :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선진적인 문명을 구축했던 것은 동양이었지만 르네상스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서양의 우위가 확고해졌다. 그러나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 발달한다고 해서 세계를 선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와 함께 문화도 발달했기에 오늘날까지 서양의 우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서양 문명의 가장 중심 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바로 서양의 문화의 길잡이는 무엇이고 서양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다. 처음 생각하는 것은 종교다. 크리스트교가 로마에 의해 공인된 이후로 한때는 전 유럽을 석권하기도 했던 것이 기독교다. 이 기독교의 성전인 '성경' 이 정신적으로 철학적으로 서양 문명을 지탱했다. 그리고 또 다른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어떻게 보면 '옛날이야기'인 셈인데 이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옛 이야기가 지금의 서양인들의 정신에 계속해서 흐르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서양 문화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러 작가에 의해서 책으로 나왔는데 그중에서 '이디스 해밀턴' 의 책이 가장 유명하다. 많은 신화 관련된 책들의 원전이라고 할만큼 출간 이후에 독보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 입문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도 그런 것이 수 많은 고대 원전을 연구해서 그 중 최고의 작품을 엄선해서 그야말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6부 21장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이다. 우선 1부에서 신들과 영웅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많이 들었던 그리스 신들이 나온다. 제우스를 필두로 그의 아내 해라 아프로디테, 포세이돈, 아테나, 아폴론 등등...현대에 들어와서도 여러 곳에서 이름 붙여지는 그 익숙한 이름들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2부에서 사랑과 모험 이야기를 하면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3부와 4부는 우리가 익히 아는 트로이 전쟁에 대해서 나온다. 트로이 전쟁 이전의 유명했던 영웅들 이를테면 헤라클레스와 페르세우스의 이야기가 몰입감 있게 진행된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되는 트로이 전쟁...사실 전에는 트로이 전쟁이 신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인 줄 알았다.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다. 요즘에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두 나라 사이에 충돌은 있었다고 인정한다고 한다. 트로이 전쟁은 너무 잘 알려져서 나처럼 신화인지 모르는 사람도 제법 있다. 그만큼 이야기가 세밀하면서 흥미롭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5부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러 가문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여러 인물들을 체계적을 알 수 있었고 따로 생각했던 인물들이 가문으로써 이리 저리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아는 이름과 아는 이야기가 나올 때는 쉽게 잘 넘어갔지만 모르는 내용일 때는 조금 더디게 넘어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름과 지명이 헷갈려서 조금 힘든 점이 있긴 하다.사실 이름 자체가 길고 등장 인물이 많아서 그 이름이 그 이름 같고 그 지역이 그 지역 같은 것이 많아서 자꾸 앞 부분을 다시 보면서 찾아봐야 했다.
하지만 그런 헷갈림을 잘 참고 끝까지 읽는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현대의 문학을 느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풍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작품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의 틀에서 행해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여기에서 나오는 여러 이름들이 실생활의 작명에 많이 쓰인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간 중간에 그림이나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서 잠깐의 지루함을 덜어주었고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책이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새롭게 개정판이 나왔는데 그전보다 더 많은 그림이 나와서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여기 수록된 그림들은 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을 그린 것인데 하나 하나가 다 명화다. 그림 감상만 해도 가치가 있다.
책의 내용은 방대하다. 500쪽이 넘는데다가 글씨가 작아서 실제 양은 더 많다. 그래서 한번 읽고는 기억에 많이 남지 않을 듯 하다. 트로이 전쟁 같은 아주 알려진 내용이 아니라면 두 번 이상 읽으면 잘 기억하면서 이해도 더 잘 될 것 같다. 특히 책 처음의 서론을 읽어야 이해가 더 쉬워 진다.
해밀턴의 이 책도 유명하지만 다른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도 있다. 어느 것이 더 좋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이 나온 이래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은 그만큼 완성도 있게 만들어졌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고 다른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다면 더욱더 풍부하게 이 서양 '옛날이야기' 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