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99
제프 린지 지음, 고유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허 왜 훔치냐고? 그거야 내 맘이지. 아니 내가 갖고 싶어서 훔치고 싶어서 훔치는데 어쩌라고? 나보고 희대의 '탈취자'라고 하는데 뭐 맞는 말이지. 난 말이야 인생의 낙이 무언가를 빼앗는 거야.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아무거나가 아니라 어떤 이들이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는 보물을 훔쳐. 그런데 그런 보물은 꼭 나쁜 놈들이 갖고 있더라고. 부도덕한 상류층의 나쁜 놈들이 갖고 있는 것은 그 또한 나쁘게 얻은 것일테니 내가 좀 실례한다고 해서 뭐가 나쁘냐 이거야. 그러니 날 너무 욕하진 말라구.


아 내 소개도 안하고 떠들었네. 내 이름은 라일리 울프. 본명이냐고? 걍 본명이라고 여겨. 울프가 나고 내가 울프니까. 음 뭐 단순 소개로 도둑이야. 남의 것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훔치'니까 도둑이지. 그런데 단순한 좀도둑이 아냐. 난 좀 비싸고 화려하고 값 나가는 물건만 훔쳐. 그냥 지나가다가 슬쩍 할 수 있는 것은 내 취미가 아님. 뒤가 구린 부잣집 금고 속의 숨겨진 보물 뭐 그런 것 정도를 훔쳐야 진정한 실력자겠지. 이때까지 내가 얻고자 했던 것을 얻지 못한 적은 없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내 습득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어떻게 '습득'하는지는 뭐 자세히 말하긴 곤란하지만 기본적으로 난 철저히 준비를 해. 얼마나 보안이 되어있는지 또 그 보안을 어떻게 뚫을 수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 아주 치밀하게 조사를 하지. 그래서 완전히 준비 작업을 끝내고서 실행에 옮겨. 그 와중에 난 여러 사람으로 변장도 하는데 그때문에 내 모습을 온전히 아는 사람은 없어. 모두가 날 몰라야 안전하니까. 그리고 난 파쿠르의 실력자야. 파쿠르가 먼지 알지? 건물과 건물 사이 그냥 붕붕 날아다니는거야. 빌딩 정도는 그냥 조용히 오를 수도 있어. 그 정도는 해야 '대도'라는 소리를 듣지 않겠어?


그리고 습득 작업 도중에 필요하다면 살인도 해. 물론 착한 사람은 헤치지 않아. 죽어 마땅한 놈들만 죽이지. 그런 놈들은 세상에서 없어져야 하기 때문에 죽이는데 크게 걸리진 않아. 아 그렇다고 그런 놈들 다 죽이지도 않지. 다 죽이면 내 위치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할 때 죽어도 싼 놈들만 처리한다는 점 명심하라고.


그래서 세상에서는 나보고 신출귀몰하다고 뭐 뤼팽 같다고도 하더라. 아 그 전설적인 대도 아르센 뤼팽. 뤼팽도 나처럼 변장을 잘 하고 말빨이 세고 능력자지. 나처럼 필요한 순간 나쁜놈을 살인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사람이고 난 어둠속에서 도둑질을 하는 은둔자야. 이 세상의 훔치기 어려운 보물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삶의 목표인 사내. 이때까지는 그 목표가 무난했지.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랄만한 보물이 있어. 바로 이란의 '다리야에누르'. 이란 황실의 보물인데 세계 최대의 핑크 다이아몬드야. 실물을 봤어? 난 봤지. 우연히 사진을 봤는데 그 활홀감이란...내가 실물을 보기 위해서 이란에 직접 날아갔지 뭐냐. 아 그 보석을 봤을때 난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너무나 화려하고 아름답고...무엇보다 갖고 싶었지. 하지만 이란 한복판에 수 많은 군인이 중무장하면서 지키고 있는데 내 아무리 세계 최고의 도둑이라지만 엄두를 낼 수 없었지. 아니 훔쳤다고 해도 어떻게 달아날껀데?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하지만 역시 하늘은 나한테 기회를 주더라. 미국과 이란이 서로 친선을 위해서 각 나라의 보물을 상호 전시하기로 했는데 이 다이아몬드가 미국에 온다는거야! 미국은 내 백그라운드지. 어떤 곳이던 내가 못 갈 곳은 없어. 아 내 인생은 다리야에누르를 얻기 위해서 살아있었나 했을 정도야. 이 보석을 훔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이제 내 인생 최대의 작전이 시작될꺼야.


그전에 소개할 사람이 있어. 난 늘 혼자 일하고 남을 믿지 않아. 그래서 실패를 하지 않지. 그런데 요즘 날 신경쓰게 하는 사람이 있어. 모니크라고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지. 아니 아름다우면서도 영리한 여자. 그녀는 미술품 위조범이야. 정말 똑 같이 그려내. 그 말은 똑 같은 그림에서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안다는 말이지. 아주 섬세하면서도 세밀한 작업을 도와줄 친구야. 음...뭐 사심이 없다는건 아냐. 아름답고 능력있는 여성과 가까이 지내면서 맘에 들지 않을 수가 있을까. 하지만 극도의 인내심으로 그녀에게 빠지지 않고 있다고. 나한텐 그보다 더 큰일이 있으니까. 그 일이 끝나면 좀 친해질 방법을 찾아볼꺼야. 어쨌든 나에게 중요한 파트너면서 나를 존중하는 가까운 사람이니까.


모니크는 내 편이지만 이제 말하려는 놈은 내 적이야. 특수요원 프랭크 델가도. FBI 특수요원인데 이 놈, 범인 잡기 달인이야. 아마 미 전역에서 제일 실적이 좋을껄? 그래서 진작 승진을 해서 책상에서 팬대나 굴려도 되었는데 아직 현장을 뛰고 있어. 생긴 건 평범하고 그리 말수도 많지 않아. 다른 사람과 소통도 잘 되는 것 같지 않고. 그래서 영 인기가 없지만 그래도 범인 잡는 데는 탁월해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가 봐. 그런 능력자가 세 번이나 놓친 사람이 있데. 누구냐고? 알면서. 바로 나 라일리 울프지. 뭐 내가 간단하게 그의 추격을 따돌렸다곤 하진 않겠어. 간발의 차로 벗어난 적도 있어. 실력은 인정하지. 하지만 그래 봐야 나한텐 안되지. 아마 평생 내 뒷꼬리나 쫓아다니다가 인생 끝낼꺼야. 그때는 정이 들지도 모르지. 아무튼 날 성가시게 하는 놈임에는 틀림없어. 


이번에 작업은 사실 쉽지 않더라. 다리야에누르가 전시되는 박물관은 돈이 넘쳐나서 보안에 수억을 썼더라고. 최첨단 보안 시스템은 기본이고 특수부대 출신들 중에서도 정예를 모은 블랙해트 대원들이 박물관을 둘러싸고 있어. 게다가 어이없게도 이란의 혁명수비대 놈들이 자신들의 보물을 지키러 온다나. 아니 지들이 뭔데 미국땅까지 와서 난리야. 진짜 나 때문에 내가 혹시나 니들 보물을 훔칠까봐 두려워서 온거야? 좀 귀찮게 되었지만 뭐 어쩌겠어. 내 실력 발휘하는수밖에.


자 그럼 이제 하나씩 하나씩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서막을 열어볼까? 처음에는 말이야..아 잠깐. 그 과정까지 다 들을려고? 와 참 양심도 없다. 나보다 더 한 날강도네. 어디 한 입에 쉽게 먹을라고. 책을 봐라 책을! 과정이 궁금할까봐 작가 한 명한테 구술시켜놨어. 거 제프 린지라고 꽤 실력있는 작가야. '덱스터'라는 기괴한 캐릭터를 만든 사람인데...내 이야기도 재미있게 쓸 것 같아. 처음에는 덱스터 후속작 써야 한다고 거절하던데 돈 주니까 마지못한 듯 쓰더라. 역시 돈이 최고고 정직해. 모니크도 제프 린지도 큰 돈 앞에선 흐흐...그러니 이 다이아몬드는 내 것이 되어야 해. 작업이 잘되면 내 화려한 활동 내용이 후속으로 출간이 될꺼야. 그러니 열심히 책을 보라구.

세계 최고의 현대판 뤼팽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게 되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