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정관정요
나채훈 지음 / 행복한시간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왕이나 황제의 묘호중에서 '태종'은 나라를 일으킨 사람 못지 않게 융성하고 강대하게 만든 사람에게 많이 붙는다. 조선의 기틀을 다진 태종 이방원같이 말이다. 중국에도 여러 '태종'이 있지만 아마 가장 유명하고 또 중요한 사람으로 당나라의 '태종'을 꼽는다. 당태종 이세민. 그는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불려진다. 단순히 나라을 튼튼하게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뒷 사람들에게 가장 모범적인 군왕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세민은 수 나라 말기 어지럽던 난세에 아버지 당 고조 이연에게 거병하게 해서 당을 세우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실질적인 건국자인 것이다. 끝내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중국을 통치하게 되는데 거기에서부터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건국한지 얼마 안되는 나라를 수성하는게 쉽지 않은데 그는 문물을 정비하고 법과 제도를 혁신하며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면서 나라의 안팍을 튼튼하게 하는데 큰 힘을 쏟았다.


특히 그는 문무에 걸쳐서 능력있는 인물들을 과감히 발탁했고 그들을 단순히 관리로 등용한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듣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반성했다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황제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신하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기에 훗날 가장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황제로 불리게 되었다.


당 태종의 치세를 흔히 '정관의 치'라고 부르는데 정관은 그 시대의 연호이고 결국 정관시대의 통치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태종과 그를 보좌하던 많은 명신들과의 끊임없는 문답이 있었는데 그중 중요한 것을 모아 놓은 책이 정관정요다. 여기에는 국가 통치와 제왕의 자질들에 대한 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제왕은 어떠한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정관정요를 소설로 읽게 만들었는데 이야기 형식이라서 훨씬 쉽고 재미있게 정관정요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책은 우선 당이 건국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수나라 말기 혼란속에서 이세민의 아버지 이연 일가가 어떻게 군사를 일으켜서 수를 압박하게 하는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당의 건국, 이연에 이어서 황제가 된 태종이 수많은 어려움을 헤치며 나라의 기초를 튼튼히 하면서 내실을 다지게 되는 내용이 재미있게 전개가 된다. 그리고 태종의 뒤를 이은 고종의 치세와 함께 중국 최초의 여황제라고 할 무후의 이야기까지 당 태종 이세민의 치세를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당 태종은 고구려를 침략했다가 패해 돌아간 당 황제로 기억이 된다. 천하를 호령하던 당 태종에게 고구려는 눈엣가시였는데 수 년간의 준비 끝에 침공을 해서 절대 무너지지 않았던 요동성을 함락하면서 기세를 올렸지만 안시성에 가로 막혀서 끝내 철수를 하게 된다. 그래서 별것 아닌 황제가 아닌가 싶지만 그때는 정말 고구려의 방어 능력이 뛰어났던 것이지 당 태종이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고구려 정벌 실패는 그가 실패한 몇 안되는 일 중에 하나다. 사실 고구려 침략은 주위 신하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강행한 것인데 평소 주위 신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던 태종으로써는 자신의 생각대로 했다가 결국 실패한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정관정요 원전을 소설화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당시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이 당 태종을 중심으로 숨가쁘게 돌아간다. 1000여 쪽의 방대한 내용이지만 이야기 읽듯이 읽으니 술술 잘 넘어간다. 당 태종의 치세가 어떠했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등장 인물 해설이 없다는 것이다. 당 태종이 대단한 만큼 주위에 대단한 신하가 많았는데 중요 인물을 소개하는 부록이 있었으면 책 내용을 이해하기도 좋고 더 완성도도 있었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