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과 문명의 경계에서 바라본 세계사
에발트 프리 지음, 소피아 마르티네크 그림, 손희주 옮김 / 동아엠앤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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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은 동양과 서양 모두에서 발달했지만 대중적으로 많은 저술이 이루어진 곳은 상대적으로 서양이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로 서양이 동양을 압도하게 되면서 '인류의 역사'는 서양부터 시작되는 것이 당연한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사실 역사는 지구 곳곳에서 만들어졌고 어느 역사가 우위에 있다고 할수는 없다. 그런데도 세계사라고 하면 서양사 위주로 이야기하다가 뒤에 가서 동양사 조금 넣는 식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노골적인 책은 잘 없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책들이 서양사 위주인 것이 많아서 균형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데 불편함을 준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편향된 것이 아니라 비교적 균형적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하고 서술 자체가 기존의 통사식이 아닌 도시와 관련된 역사를 통해서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책을 펼치면 공간과 시간을 통해서 역사를 보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시간 표기법이 어떻게 통일이 되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역사를 이해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색다르게 기준을 정한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본격적인 역사 이야기는 아프리카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인류 원인은 아프리카에서 출현해서 전 세계로 퍼졌다는 것이 정설이긴한데 이것을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여기에서는 중하게 잘 서술하고 있다. 3장 바빌론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다룬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는 지역의 특성과 함께 여기에 왜 인류가 살게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비옥한 땅이면서 교통하기가 쉽고 또 재해가 있기에 많은 역사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여러 문명과 문화가 발달하고 중첩되고 경쟁했던 것이다. 책은 그런 과정을 쉽고 어렵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은 아직 서양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어서 인도양의 바리가자를 소개한다. 열차 이전의 세계의 주 교통로는 물길이었는데 다양한 물길을 통해서 물건을 싣고 나르면서 교역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책은 서기 1세기 인도양의 교역망을 설명하면서 왜 인도양에서 이른 시기에 거대한 물길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6세기 인도양 지도를 보면 인도양의 물길이 얼마나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확연하게 이해가 된다. 인도양은 인도와 함께 거대한 제국인 중국 사이의 교역로가 되었다. 물론 이 두 나라 사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여러 물건들이 빠짐없이 이 교역로를 통해서 교환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기 2000년의 인더스 문명은 갠지스강을 통해서 펼쳐진다. 인더스강의 하류에 모헨조다로 왕국이 번성했다는 것을 비롯해서 이 지역에 문명이 발달하고 또 멸망한 것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러 왕조들을 통해서 인도의 역사를 알아가게 한다.


인도에 이어서 또 다른 동양의 큰 문명인 중국을 소개한다. 장안은 7-8세기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당시의 왕조 당은 막강 국력을 가졌고 장안의 인구는 1백만이 넘었다. 세계 유일의 도시였다. 이 장안에는 세계에서 모인 각양 각생의 사람들이 살았던 초국제도시였다. 이 도시가 다른 나라 특히 동아시아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책은 7세기 100만 도시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서양사가 전개가 된다. 그 유명한 로마 제국. 책은 서양의 중국이라고 표현하는데 우리에게는 쉬우면서도 신선한 비유법이다. 지중해를 두고 여러 나라가 패권을 겨뤘고 결국 로마가 승리하면서 수백년 제국의 기반을 쌓게 된다. 책은 로마의 시초부터 최전성기, 그리고 비잔티움제국으로 이어지는 로마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로마가 서양의 원류를 이루는 제국이기에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책은 그 뒤로 중앙아시아 유목 민족을 소개하면서 징기스칸을 보여주고 이어서 아메리카 대륙의 모습도 살핀다. 아프리카 왕국과 인도 무굴 제국을 통과하면서 중세와 근세의 역사를 이해하게 하고 있고 베를린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통해서 독일 제국과 사회주의 공화국의 도시 모습을 이야기 한다. 훗카이도를 통해서 일본이 제국으로 나아가면서 그 지역의 지배자가 어떻게 바뀌는가를 알아가는 것도 흥미로왔다. 책은 현대의 도시까지 보여주면서 전체적인 역사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다.


책은 두껍다. 하지만 재미있다. 여러 세계사 책을 봤지만 신선하면서 색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책이라서 좋았다. 책 한권에 인류의 역사를 다 넣은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좀 더 세밀하게 더 많은 나라와 도시를 다루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수십 장의 컬러 도판과 책 곳곳에 적당하게 제시하는 상세한 지도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 어렵지 않고 쉽게 재미있게 쓰여졌기에 역사에 관심 있는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추천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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