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계단 스토리콜렉터 93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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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은이 '딘 쿤츠'는 그 이름만으로 기대가 되는 작가다. 미국에서는 최고의 이야기꾼인 '스티븐 킹' 못지 않은 명성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는 덜 알려진 것 같다. 스티븐 킹의 작품은 영상화가 많이 되었지만 딘 쿤츠는 상대적으로 덜 되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최고의 이야기꾼 중의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작가 이름만 보고도 읽어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제인 호크'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아주 강인하면서도 영리한 FBI 요원 제인 호크의 활약을 그린 작품인데 첫 번째 책도 재미있었지만 갈수록 재미가 더 해지는 시리즈다. 전작에서 제인 호크는 남편의 갑작스런 자살이 뭔가 석연치 않아서 상황을 파헤친다. 그러나 진실은 미궁에 빠지고 오히려 정부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FBI 요원에서 수배자가 된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딸까지 위험에 빠지게 된다. 가까스로 딸의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사건의 진실을 쫓는 제인. 이번 책에서는 나노테크놀로지로 인류의 뇌를 통제하려는 권력 집단, 아르카디언을 맞닥뜨리게 된다. 부패한 검은 세력이 있는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이런 광신도 같은 집단이라니! 게다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제인 호크 그녀 자신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도 당국에 쫓기는 입장에서 어떻게 혼자서 대처할 것인가.


아르카디언은 나노 기술을 이용해서 자신들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음모를 가진 미친 집단이다. 비밀에 쌓인 소수 집단이지만 이미 권력의 상층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은 나노웹 기술을 통해서 사람들을 세뇌,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철저한 계급 사회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어떻게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했는데 핵심은 그들이 가진 사람을 마비시키는 나노 기술에 있다. 그리고 이미 그렇게 노예로 만든 사람들이 160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제인은 그 집단과 함께 그들의 노예들과도 싸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인은 불굴의 의지를 가진 전사다. 그녀에게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딸이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그녀에게 무한의 용기를 가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적들은 모를까. 이미 권력과 정보를 장악한 아르카디언은 그녀의 딸에게도 접근하기 시작한다. 제인에게는 딸이 힘이 원천이자 가장 약한 고리인 것이다. 이야기는 제인의 딸을 추적한 적들과 그들에게서 보호하려는 제인의 조력자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한편 책은 촉망받은 남매 작가 타누자와 산자이의 이야기도 동시에 전개시킨다. 이들을 추적하는 세력은 바로 아르카디언이다. 이 남매를 통제하기 위해서 그들의 뇌를 조절할려고 하는 것이다. 남매가 그런 일을 당하게 되는 이유는 그들의 글이 아르카디언이 만들려고 하는 세상에 큰 방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이들은 과연 아르카디언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이 잘못 이용될 때 세상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에 대한 많은 우려와 경고가 있어왔고 현실화된 부분도 있다. '터미네이터'라는 영화에서 보듯 고도로 발달한 기계가 인간을 말살한다는 설정은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 AI 가 인류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은 맞지만 이 인공지능에 의존하다 보면 결국 인간이 기계에 맞추게 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있는 자들은 인공 지능을 핑계로 더 많은 착취를 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토대로 또 다른 번영을 누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집단을 이 책에서 잘 그리고 있다.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첨단 기술은 현재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사실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는 검은 집단이라는 소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익숙한 것이지만 작가는 개연성 있는 전개와 설득력 있는 줄거리로 크게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역시 이야기의 힘이라고 하겠다. 이번 책에서는 검은 세력의 한 부분만 밝혀진 상태다. 최후의 실체는 다음 책에서 밝혀질려나. 어서 후속작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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