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자기 여행 : 북유럽 편 - 개정증보판 유럽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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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블루'라는 색깔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파란색'이지만 사실 파란색으로 표기하기에는 그 빛의 느낌을 다 담아낼 수 없다. 같은 바다 색깔이라고 해도 동해와 남해 서해의 색깔이 그냥 파랗다고 말하기는 느낌이 다르지 않겠는가. 코발트 블루는 그 낱말에서 느끼듯이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에서 느끼는 색깔이다. 파란색과는 또 다른 푸른색. 우리에게 있는 비취색이 단순 녹색이 아닌것과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용준 작가의 유럽 도자기 여행 북유럽편의 중요한 화두도 '코발트 블루' 다. 우리나라 고려 청자의 그 오묘한 색깔은 우리 도자기만의 독특함을 나타내는 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유럽 도자기의 특성을 나타내는 색은 이 코발트 블루인 것이다. 이 색은 도자기가 나는 지역의 특정 광물과 여러가지 물질을 섞어서 내는 터라 그만큼의 특별한 희소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골동품으로써의 가치가 시대를 초월해서 내려오고 있다.


전작에서 독일 경질자기 마이슨에 대해서 소개를 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 기법이 북유럽으로 흘러들어간 이야기를 한다. 독일의 그 비법을 서유럽보다 북유럽에서 먼저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선두주자가 스웨덴이다. 그리고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러시아 등의 도자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북유럽 도자기의 특성은 거친 자연환경과 관련해서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면이 있다. 오늘날의 관점에선는 미니멀리즘 적인 모습인데 우리로 생각하면 조선의 막사발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단순한 미에서 느끼는 안정감과 소박함이 참 멋있다. 몇 백년 전 서민용으로 만든 도자기가 오늘날에는 멋진 디자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도자기만 만든 것은 아니다. 서민들이 쓰려고 만든 자기는 단순한 무늬를 갖고 있지만 왕실이나 귀족이 쓰기 위해 만든 것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당시에는 도자기 선물이 외교적인 매개체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도자기의 가치는 그만큼 높았다고 한다. 사실 코발트 블루 색깔의 고급 도자기가 나오게 된 것은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던 도자기가 끊기고 그 막대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모방해서 만든것이었다. 중국 도자기가 일본 아리타 도자기로 대체되어서 한때 일본 도자기가 각광을 받았지만 이내 스스로의 힘으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중국의 청화백자의 그 푸른빛을 흉내내기 위해서 청금석을 수입해서 만든 자기가 그 유명한 '델프트 블루 자기'다. 책에서는 다양한 무늬의 블루 자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색상이 아름다우면서도 고급스런 느낌을 주고 있다. 그밖에 오늘날에도 이름을 떨치는 여러 도자기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들의 역사가 곧 북유럽 도자기 역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러시아는 핀란드에 이어서 도자기가 발전하게 되는데 그것에는 당시 러시아 황제의 공이 컸다. 특히 예카테리나 2세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녀는 총명하면서 대담한 기질을 가진 여장부 스타일이었는데 그래서 황제의 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무능하고 아이같은 남편과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내지 못했다. 그 허전하고 쓸쓸한 것을 위로해준 것이 도자기였던 것이다. 이 여제는 궁전안에 도자기방을 만들어서 원없이 감상을 했다. 더불어 그녀의 여름 궁전을 중국에서 수입한 각종 도자기로 장식한 '중국 궁전'으로 만들기도 했다. 책에서는 아름답고 화려한 이 궁전의 모습을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은 내용이 방대하다. 북유럽 각국의 유명 도자기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각 브랜드의 역사와 중요한 특성등을 설명하면서 많은 사진 자료도 수록했기에 책이 두껍다. 그러나 글로 된 설명과 실제 사진을 함께 보면서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수 있다. 그동안 몰랐던 북유럽의 도자기가 이런 아름다움을 갖고 있구나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도자기는 수 백년동안 동서양에서 최첨단 상품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반도체라고나 할까. 도자기의 시초는 중국이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새롭게 발전하고 뒤늦게 유럽으로 진출해서 또 다른 명품을 낳아가는 과정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에서 꽃 피우다가 서양으로 넘어가서 이제는 서양이 도자기의 역사를 주도한다는 느낌이다. 지난 시절 우리 나라도 명도자기를 생산했었지만 산업적으로 크게 발전한 것은 아닌데 이제 우리에게도 우럽에서와 같은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시리즈가 참 좋다. 책을 읽다보면 도자기를 통한 세계사을 알 수 있게 한다. 원래 나왔던 책을 내용을 보강해서 개정증보판으로 나왔는데 내용이 더 충실해져서 가치가 있다. 앞으로 나올 서유럽편은 더 두꺼운 내용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우리에게 도자기는 고려 청자나 조선 백자 같이 유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도자기가 현재진행형인 아주 고급스런 상품임을 느끼게 해준다.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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