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우스 로마사 3 - 한니발 전쟁기 리비우스 로마사 3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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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이상을 존속하면서 서양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로마 제국. 지금의 유럽 문화의 원형에 해당하는데다가 수 많은 유적 유물도 많기에 로마는 망했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로마는 여러 분야에서 연구할 꺼리가 많아서 관련되는 논문도 수 백이고 역사를 다룬 역사서도 여러 종이 있다. 어느 책이 더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책들이 많은데 이런 로마의 역사책에 기본적인 자료로 사용된 책이 있으니 그것은 이 책 리비우스 로마사다. 리비우스가 쓴 로마의 역사라는 말인데 특이하게도 이 지은이는 후대의 사람이 아니라 로마 당대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역사책보다 사실성이나 현장감이 남다르다. 


리비우스가 살았던 때는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갈 무렵인 카이사르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때 일어났던 일들을 다른 누구보다도 더 생생하게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리비우스의 역사책이 더 잘 읽히는 이유중의 하나는 당대의 논객이었던 키케로의 제자였기 때문이다. 키케로는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물로 수사학과 연설이 최고였던 사람이다. 그에게서 글을 좀 더 극적이고 세련되면서 핵심적으로 쓰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세밀하면서도 균형적이고 또 재미가 있다. 진짜 그 시대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현장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리비우스는 로마사를 총 150권으로 계획하고 썼으나 다 쓰지 못하고 141~142권까지만 완성을 했다고 한다. 그나마 오랜 세월 유실이 되어서 남아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데 다행히도 로마사의 극적인 순간중의 하나인 제2차 포에니 전쟁 부분은 남아있는데 이 책이 그것을 다루고 있다. 사실 포에니 전쟁은 1차가 먼저 있고 이책에서 다루는 2차 전쟁이 있는데 흥미진진한 것은 2차 포에니 전쟁이다. 그 유명한 한니발과 스피키오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포에니는 카르타고를 가리키는 로마식 이름이다. 카르타고는 북아프리카의 도시 국가로 오래전에 페니키아의 식민지로써 농업과 해상 무역으로 성장한 나라다. 카르타고는 지중해를 장악하고 무역을 통한 막대한 부를 차지했는데 초기 로마는 이탈리아 통일에 집중하느라 서로 싸울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로마가 지중해로 접근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탈리아 반도의 주변에는 스페인과 그리스가 있는데 이들 지역에는 로마의 동맹국이 있었다. 그 동맹국에 카르타고가 침범을 한 것이다. 동맹국이 로마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거기에 로마가 응함으로써 전쟁은 시작된다. 


사실 동맹의 요청이 아니라고 해도 둘은 싸우게 되어 있었다. 바로 지중해의 지배권을 누가 가지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패권이 달려있었던 것이다. 그 전초기지가 되는 것이 시칠리아 섬이었다. 시칠리아를 장악해야만 지중해를 통제할 수 있었기에 1차 포에니 전쟁은 이 시칠리아를 얻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쟁에서 로마가 승리함으로써 지중해는 일단 로마의 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카르타고는 엄청난 배상금을 물게 되었고 절치부심 로마에 대항할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


2차 포에니 전쟁은 로마의 도발때문이었다. 카르타고는 1차 전쟁의 패배이후 스페인쪽으로 진출을 하게 되었는데 로마도 이쪽으로 영향력을 넓히면서 서로 정해 놓은 경계선을 자꾸 무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카르타고가 먼저 공격을 했다. 로마의 동맹시였던 사군툼을 공격해서 결국 함락시킨다. 이것을 기화로 제 2차 포에니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동맹을 구하기 위한 전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로마와 카르타고의 세력 확장 속에서 서로의 힘을 누르기 위한 전쟁이었던 것이다.


전체적인 국력이야 로마가 좀 더 나았을 것이다. 1차 포에니 전쟁을 통해서 지중해를 얻게 되고 거기에서 얻는 막대한 재력이 로마를 크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르타고에는 한니발이 있었다. 한니발은 1차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이끌다가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하밀카르의 아들로 그의 아버지를 능가하는 군사적인 천재였다. 로마를 정면에서 공격하기에는 여러가지 사정상 힘든 것임을 알고 뒤로 돌아서 공격하고자 했다. 바로 이베리아 반도를 통과해서 알프스 산맥을 건너는 것이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전략을 결국 성공시켜서 이탈리아 본토로 진격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전연승. 적진에서의 열렬한 승리가 이어졌지만 카르타고에서 떨어져 있었기에 지원이 부족했고 그것을 감안해서 공격하느라 결국 로마의 추격에 당하게 된다. 지치긴 했어도 괴멸 상태였던 로마로 바로 진군을 해서 함락을 시켰더라면 전쟁의 승리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니발은 그러지 않았고 때맞춰 로마는 기다리기만 하는 지연 전술을 펼쳐서 내부적으로 힘을 보충하고 상대는 힘을 쏟지 못하게 하였다. 


전쟁 초기에 로마가 한니발을 생각치 못했다면 전쟁 중후반기에는 카르타고가 스키피오를 생각치 못했다. 한니발에 버금가는 젊은 영웅이었던 스키피오의 활약으로 결국 전쟁은 로마의 승리로 결판난다. 스키피오가 처음부터 한니발에 맞섰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두 천재의 등장은 전쟁 이야기의 흥분도를 최고로 끌어올린다. 한니발은 초반에 밀어붙여서 결국 로마을 장악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아직 힘을 갖고 있지 못했던 스키피오가 있었어도 결국 어쩌지 못했을 것 이다. 그러나 운명의 추는 로마와 스키피오로 넘어갔고 이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가게 되었다.


책은 완전 드라마같이 상세하면서 흥미진진하게 벌어진다. 딱딱한 역사책이 아니라 재미있는 드라마 이야기 같은 느낌을 주는데 과연 키케로에게 제대로 글쓰기를 배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리비우스는 한니발이나 스키피오등 여러 인물들의 행동이나 말들을 잘 묘사하고 있고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도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자료로 잘 묘사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책의 내용을 더 풍부하게 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느끼게 한다.


사실 리비우스가 계획한 분량인 150권을 다 써서 후대에 그대로 남겼다고 해도 다 읽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겠지만 그의 저작물이 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로마사였다. 책 끝에 있는 옮긴이의 해설도 좋다. 어떻게 보면 엑기스라고 할 정도로 책 내용을 훌륭하게 해설하고 있어서 이 부분을 읽고 본문을 읽으면 더 이해가 잘 갈 수도 있다. 로마의 역사는 너무나 방대해서 읽어도 읽어도 또 읽을 부분이 있다. 로마사의 재미가 여기에 있는 것인데 로마의 역사를 알기 위한 여정에 이 리비우스 로마사는 첫번째 선택을 해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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