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공동정부 - 메이지 후예들의 야욕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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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제시대 징용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이 치졸한 복수를 한 이래로 한일 관계가 어느때보다 냉랭한 상태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한일간의 교류도 전에 비해서 많이 축소되어 있는데 이 상황이 언제 풀릴지 모른다.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반일 감정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일제시대 친일파가 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잘못은 일본이 저지르고 그것에 우리는 언제까지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백번 양보해서 지금의 정부가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과의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것이 일본의 잘못보다 더 클 수는 없다. 그냥 모든 것은 일본의 잘못이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식은 어떻게 형성이 되었을까. 이런 의식이 남아있는데 진정한 일제 청산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지난 시절 일본과 가까웠던 정권이 잘못된 인식을 청산하지 못해서 오늘날의 이런 갈등을 일으키게 된 과정을 잘 알려주고 있다. 제목 한일공동정부라는 것은 진짜로 한국과 일본이 한 나라가 된 것이 아니다. 일본이 교묘하게 한국 정치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고 일본의 입김을 정권 유지에 이용하였기 때문에 한일공동정부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첫 단추부터 일제 청산에 실패했던 사실이 있다. 바로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 위원회의 와해다. 이 위원회의 시작부터 부정적이었던 이승만은 위원회의 활동에 갖은 훼방을 놓아서 결국 무산시키고 말았다. 그 뒤로 친일파가 면죄부를 얻어서 기고만장했던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독립운동가 출신이었고 일본과의 국교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본격적으로 일본이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의 3공화국 이후부터다. 박정희의 이력중에서 만주 군관 학교를 나와서 일본 육사를 거쳐서 일본군 장교를 한 것이 있다. 그때 만주에서의 여러 인맥들이 그대로 독립한 한국에서의 인맥으로 성장했고 일본쪽의 만주 인맥도 그의 정권에 협력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기시 노부스케다. 일제 시대 만주국 정부에서 산업부 차관을 하다가 일본 귀국후에 상공 차관이 되었는데 전범인데도 풀려나서 그 뒤로 승승장구하다가 결국 일본 총리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기시 노부스케는 총리 시절 당시 일본 평화 헌법을 고쳐서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다가 격렬한 반대에 부딛쳐서 결국 실패하고 사임한다. 어디서 많이 비슷한 문구지 않는가. 바로 최근까지 총리를 했던 아베의 전쟁 가능한 국가와 비슷한 정책이다. 정책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피가 이어진 사이다. 바로 아베의 외할아버지가 기시 노부스케인 것이다. 하는 짓이 똑같은 것을 보면 혈연은 혈연이다란 생각이 든다.


기시 노부스케가 추진한 정상 국가는 정상적으로 군대를 가지고 국방력을 가질 수 있는 국가를 말하는 것인데 일본의 과거의 야욕을 버리고 평화를 추구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정책이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를 사과하지도 않고 자기들이 우리를 잘 살게 해줬다는 소리를 해대는 것이 일본 우익의 실정이고 그것의 우두머리가 기시 노부스케라고 할 수 있다. 진정성이 없는데 어떻게 그들을 믿을 수가 있을까.


이런 일제의 잔재를 중요한 인맥으로 삼으려고 했던 것이 박정희다. 기시로써는 과거 만주국의 장교가 독립된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박정희를 발판으로 다시 한반도로 진출할려는 야욕을 갖고 있었을 텐데 박정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경제 개발을 도와달라는 손을 내민 것이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서 일본에 손을 내민 것 까지는 그럴수도 있다고 본다. 뭐를 하더라고 돈이 필요할 때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써 너무나 굴욕적인 처사를 보였다. 일본에게 무엇이든 배운다는 것은 좋았지만 일본에 너무 고개를 숙였다. 일본 메이지 유신의 지사가 된 심정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말들을 한 것을 보면 그에게 일제 청산은 요원해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정신을 강조할 정도로 국교정상화에 큰 힘을 들였고 결국 일본과 수교를 하고 한일청구권 협상을 통해서 일본 자금을 받게 된다. 이 돈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기시를 통해서 정치자금을 만든 것도 사실이고 이것이 공화국을 점점 부패하게 만든 것이다. 기시를 중심으로 한 일본 세력은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방위로 돈이라는 기름을 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책은 기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서부터 한일 국교 정상화와 그 뒤를 이은 한일 협상, 그리고 차관이 들어와서 어떻게 쓰이고 그 돈이 일부가 한일 정치가들에게 불법 정치 자금으로 전달이 되었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아무리 어두웠던 시절이고 지금에 비해서 정치 자금 규제에 허술했던 시절이긴 하지만 이것이 뇌물의 수단으로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 자금으로 만들어지고 쓰였다는 것은 참 한심한 일이다. 책은 기시가 어떤식으로 한국에 영향을 끼쳤는가를 이 '돈'을 매개로 자세히 설명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선 무궁화가 우리의 국화가 아님을 주장한다. 전부터 무궁화의 지위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 무궁화는 우리 나라에서 우리의 것을 뜻하는 여러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무궁화는 한반도에 자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무궁화가 대대적으로 보급이 된 것은 박정희 정권때고 그것이 다시 공적인 지위까지 얻게 된 것은 박근혜 정권때라고 한다. 


지은이는 이 무궁화 자체가 일제가 우리에게 강제로 심은 것이고 한국의 국화로 만들기 위해서 무척 노력했다고 한다. 이때까지 무궁화가 우리의 고유 품종이고 무궁화가 고난을 끝내 이겨내는 능력이 있기에 우리를 상징하는 꽃으로 딱 적당하다고 봤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니. 책에서는 무궁화가 어떻게 우리나라의 꽃으로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설득력이 있다. 무궁화가 비공식적 나라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에 대한 실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은 현대사 지식이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지난 시절 일본이 다시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얼마나 큰 힘을 기울였는지를 잘 알 수 있었고 거기에 부화뇌동한 정권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이것이 완화된 것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고 부터다. 해방 후 50년이 흐른 뒤다. 그 동안에 일본은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계 경제계 학계등 우리나라 여러 분야의 구석구석에 발을 들여놨다. 일본과의 징용 문제로 갈등을 일으킬때도 우리 정부를 편드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논리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야말로 토착왜구인 것이다. 수십년에 걸쳐서 일본 논리를 기름칠 해온 것이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일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정부가 들어섰고 무엇보다 우리의 힘이 일본에 해 볼만한 상태가 되었다. 징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 복수하기 위해서 중요 부품의 수출금지 이후로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그 난관을 극복했고 더욱 더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제는 일본에 꿀리지 않는 국력을 가진 것이다. 경제력도 그렇고 국방력도 세계적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어서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정보 왜곡의 시대도 아니다. 


우리의 능력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세계에서 모범적인 방역 국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한일공동정부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자주 국가가 될 때다. 우리의 판단으로 우리가 자주적으로 결단을 내리고 일본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해야 한다. 이 책은 과거에 일본 극우와 우리 독재 정권이 어떻게 야합을 했고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잘 이야기해주면서 앞으로 이 모든 적폐의 사슬을 끊고 실질적인 일제 청산으로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잘 느끼게 해준다. 숨겨있지만 집요한 한일 야합을 깨뜨릴 수 있는 기회임도 잘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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