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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야기 2 -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ㅣ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근대 이후 부강한 나라가 된 일본의 근간이 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있었기에 동양의 나라중 유일하게 세계 열강의 지위에 오르고 감히 미국과 전쟁까지 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전국시대에 있다. 오랫동안 이어진 일본 전국 시대는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던 시기였다. 그래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방법이라면 어떤 것이든 동원이 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서양 기술의 도입이다. 이미 서양과의 교류가 있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더 효과적인 무기를 얻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서양과의 접촉이 시작되었다.
그 접촉의 결과로 가장 선진적인 무기가 나타났으니 그것은 조총이다. 전국 시대도 결국 이 조총의 등장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고 이 무기는 곧바로 조선으로 향해서 7년의 전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일본의 조총은 계량을 거듭해서 유럽에서도 그 성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고 당시 조선도 기존의 화살과 창, 방패의 무기가 아니라 점차 총을 쓰게 되었다. 그것이 나선 정벌때 효과적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렇게 일본은 전국 시대부터 적극적인 서양과의 개방 정책으로 많은 새로운 문물을 도입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일본은 더 강력한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국 시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시대를 거쳐서 끝내 살아남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막부 시대를 열면서 기존의 전면적인 개방을 대폭 축소해서 일정한 지역에서만 교류를 하는 쇄국 정책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것을 지은이는 퇴보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이후 전쟁이 없던 평화 시기에 각 지역별로 삶의 경쟁을 통해서 전체적인 일본의 국력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지은이는 오히려 퇴보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전의 전면적인 교류에 비해서 거의 쇄국이나 다름 없이 문을 닫아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퇴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 일본의 발전이 200년 늦어졌다고 해서 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가는 거였다. 분명 쇄국 정책이었지만 나가사키의 데지마와 에도에서 네덜란드와 교류가 있었고 그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당시 조선에 비해서 엄청난 문물을 수입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대 일본인의 시각은 조선보다 더 앞섰고 그런 저변 위에 근대 유신을 통해 군국주의 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이기에 완전 퇴보가 아니라 아주 느린 진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찌보면 이 때 일본이 쇄국을 하지 않고 계속 개방으로 나아가서 더 빠르게 발전을 했다면 조선은 속수무책으로 더 센 침략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동시기 조선은 임진왜란의 교훈도 잊고 방비를 게을리해서 병자호란을 겪던 때라서 일본의 침략에 어떻게 대응했을지 아찔한 마음이 든다.
이 시대 네덜란드를 통해서 서양 학문이 수입이 되었는데 그것을 난학이라고 부른다. 그중에서 특히 핵심이 되는 것은 의학이었는데 바로 난의학이다. 그러나 난의학은 실체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것은 서양 의학은 기존 동양 의학과 크게 차이가 나는데 서양 의학의 책은 들여왔지만 그것을 실습할 환경이 안되었던 것이다. 서양 의학은 기본적으로 해부가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동양 의학은 유교 사상때문에 그것일 발전이 안 되었었다. 그래서 난의학은 한계가 있었고 당시 일본에 있던 한의학과 융합하면서 발전을 하게 된다. 당시 난의학의 도입으로 성과를 거둔 것은 돌림병인 천연두밖에 없다는 소리까지 듣게 될 정도로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도입이 되면서 천천히 발전하게 되고 그것이 수백년이 흘러 경쟁력있는 학문으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을 보면 실패라고 보기는 힘든 것이 아닌가 싶다.
당시 일본은 지배층은 부유하고 나라 전체적으로는 경제적으로 부강했을지는 모르나 전 국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통 백성들의 삶은 힘들었다. 비록 전쟁중이었지만 전국 시대에는 있었던 여러 복지 혜택들이 이 시대에는 없어지거나 퇴보하고 오직 권력층만을 위한 정책이 되버렸기에 지은이도 이 시대를 퇴보했다고 여기는 지도 모르겠다.
책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농민과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인 일본인 이야기에서 보듯 단순히 일본의 정치사를 이야기 하기 보다는 당대 일본인들은 어떤 삶은 살았고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은 앞의 시대에 비해서 여러 가지면에서 착취의 삶을 살았고 그랬기에 여러 곳에서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막부로 인해서 정치는 안정되었지만 경제는 불안했는데 그것은 세금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농민 인구가 늘지도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도 있었고 먹고 살기 힏들어서 유랑 인구가 늘었으며 아이를 고의적으로 살해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당시는 도쿠가와 막부만 잘 살았고 일본 대다수의 농민 계층은 정말 죽을 고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농민에 이어서 의사의 이야기를 한다. 의사도 농민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같은 피지배층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사들 중에서 우리의 허준 처럼 농민속으로 들어가서 가난한 백성들을 치료한 의사들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당대 의학이 어떻게 발전을 하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데 전국 시대에 도입이 되었던 서양 의학이 도쿠가와 막부에 의해서 이어지지 않게 된 이후로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무려 200여년이 흐른 뒤라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분명 그 맥은 이어지고 있었을 것이나 일본으로서는 더 빨리 의학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책은 그러면서도 일본 한의학과 융합해서 발전하는 일본 의학의 모습을 잘 알려주고 있다.
책은 아주 흥미롭다. 오늘날의 일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을 실제적으로 알아가게 되는 기회도 되었고 기존에 알고 있던 학설에 반하는 지은이의 주장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일본인에 대해서 좀 더 입체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 내용이다. 책은 그리 어렵지 않고 쉽게 잘 쓰여졌지만 일본의 시대에 대해서 대략이라도 알아야 이해가 가는 책이기에 최소한 시대적으로 간략한 배경을 공부하고 읽으면 더 풍부하게 알아 갈 수 있는 책이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8777)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